Astra [335297] · MS 2010 · 쪽지

2011-04-06 23: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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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 재수를 결정하신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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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0학년도 입시 실패 후, 독학으로 재수해서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적당한 결과를 얻어 지금은 11학번으로 대학에 다니고 있는 'Astra' 입니다.
요즘은 오르비에 글을 거의 작성하지 않지만, 그래도 자주 들려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습니다.ㅋㅋ

간간히 독학재수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분들의 쪽지를 받는데요, 오늘 받은 쪽지에 답장하면서 문득 답장의 내용이 '질문자분 뿐만 아니라 독학재수를 결심하셨거나 고려하고 계신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독학재수 내내 오르비에서 '살면'서 주간랭킹 1등에도 가 보고, 별 잉여로운 일들을 다 해봐서 제가 '공부'에 대해 뭐라 할 자격은 없지만, 독학재수를 선택하신 분 중 한 분이라도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기쁨이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질문에 대한 답장의 일부이니 '질문자'가 아닌 열람자분들께는 내용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같으니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


1. 독학 재수에서 기본적으로 유념하셔야 할 점
- 학원에서 재수하는 것에 비해 강제성이 떨어지므로, 생활관리(기상-취침시간)에 상당히 신경쓰셔야 합니다. 반드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는 것은 아니지만, 취침 시간이 어떻든, 늦어도 아침 8시에는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의 공부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수능 시험 당일의 결과를 상당부분 좌우하는 언어영역에서의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 공부 시간도 다소 야박하게(?) 체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공부하게 되면 마치 하루 종일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막상 스탑워치를 들고 순수하게 집중하는 시간을 재 보면 기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의 고등학교 때 학업성취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신다면, '순수 집중 시간'으로 12시간/1일정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는 독학재수 초창기(3월)에 12시간정도 공부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스탑워치로 측정했을 때 5시간 30분정도가 뜨는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스탑워치 기준 10시간정도를 목표로 공부했는데, 이것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한편, 1일 스탑워치 12시간정도를 목표로 공부한 제 친구는 수능에서 소위 'SKY 환산점수'로 저보다 3점가량 높은 점수를 받더군요. "다 한 문제 차이이고 운이다"라는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제가 볼 때는 0.1점의 차이도 결국 노력의 차이가 야기한 큰 차이인 것 같습니다.)

- 정리하자면,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셔야 합니다. 이 부분이 올바르게 극복된다면, 소위 말하는 '독학재수의 위험'은 상당히 불식됩니다.


2. 공부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고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인데, 학원 대신 독학을 선택한 부분에 대하여
저의 경우, 학원 수업이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잡아먹는 것 같아서 학원을 그만 둔 경우이지만, 학원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도저히 재수기간을 버틸 수 없었는데, 학원의 '강제성'을 잘 활용해서 성공적인 재수생활을 한 사람도 있고, 재학생때 부족했던 공부를 학원 강의로 보충하여 수능때 현저한 성적 향상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독학 재수'라고 해서 그런 학원의 장점을 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수종합반을 다니지 않았으니 '독학 재수'라고들 하지만, 저도 언어와 탐구 4과목 + 제2외국어는 거의 인강에 의존하면서 인강 강사가 제시하는 커리큘럼을 거의 그대로 믿고 따라갔거든요. 질문해주신 분께서 전반적인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으시다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과목 (내지는 전 과목)에 대해 인터넷강의를 적극 활용하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에만 매몰되어서 예습/복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썩 효과가 없겠지만, 이건 학원에 다니면서 자습을 하지 않는것과 같은 맥락이구요, 강의에서 '유용한 문제풀이법' 내지는 '자신에게 잘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독학재수생들끼리 다들 하는 말이지만, 각종 인강 회사들의 프리패스 상품들을 잘 활용하면 학원에 비해 가격부담도 크지 않고 꽤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첨언하자면, 그렇게 공부하시다가도, 인터넷 강의보다 자습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되면 (그러니까 '강의에 시간 뺐기는 사태'가 벌어지면) 망설임 없이 인터넷 강의를 포기하고 자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독학재수의 결정적인 장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원의 장점을 취하면서, 독학재수 특유의 유연성을 올바르게 활용하시면서 성공적인 재수생활을 보내시려면 '1'에서 말씀드린 자기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진드근히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시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요, "~~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그 부분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4월 초인데요.. 지금부터 노력하시면 됩니다. 7시 30분정도에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10시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신만의 목표를 설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패턴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저의 경우는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공부를 시작하면
공부시작 ~ 10:00
10:30 ~ 12:10
13:10 ~ 14:20
14:50 ~ 18:00
이렇게 수능시험 고사시간표와 흡사한 4개의 시간대를 설정해놓고, 이 시간대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고 저 시간에 매몰되지는 않았어요. 공부 시작시간부터 10시까지 공부했으나, 뭔가 첫번째 시간대 공부가 마무리되고 있지 않다면, 30분의 휴식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시간대의 일부를 침범하더라도 마무리를 짓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했습니다. 결국, 위에 말씀드린 시간표는 "최소한의 집중시간"이지, 반드시 저 시간대로 공부하고 쉬고 반복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중간 상당히 오르비에 들어오긴 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집중하지 않던 습관을 버리고 지정한 시간만큼 집중하도록 습관을 바꾸는 일은 강인한 의지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질문자께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고, "잘 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으신 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중3때의 제 경험으로는 '2주'정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그 다음부터는 집중해서 앉아있는 시간에 대해 고통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겁니다.


3. 독학재수시 공부할 장소, 생활 일반에 대한 질문
적지 않은 제 친구들(독학/학원생 모두 포함)이 재수할 때 독서실을 활용했고, 상당수가 괜찮은 성적을 얻어서 만족할 만한 결과로 재수생활을 마친 것은 사실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독서실을 추천해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선, 독서실들이 문을 여는 시간은 대부분 오전 9시 내지는 10시 정도인데요, 이 시간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적합하지 못합니다. 시험 당일, 아침 8시 40분부터는 날카로운 판단력을 하루 종일 유지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당일 그렇게 하기 위해서 평소에는 늦어도 8시 // 보통 7시 30분정도에 모든 준비(연필 깎고, 텀블러에 물을 떠 오는 등)를 마치고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독서실에 등록하고 그 OPEN시간에 생활패턴을 맞추는 것은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말리고 싶습니다)
또, 친구분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같이, 독서실에서 공부하게 되면 정말 많은 시간 '잠'자게 됩니다... 저도 고3때까지는 이 말에 썩 공감하지 않았지만, 재수하면서 도서관 휴관일에 독서실을 가 보니 정말 공감가더군요... 제가 예민해서인지는 몰라도, 몸과 마음이 피곤한 상태에서 어두운 장소에 들어가니 "아.. 내가 뭐하고 있나. 작년에 적당히 낮춰서 갔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한건데.." 같은 의미없는 생각들이 지나가면서 그저 퍼져 자고 싶더라구요..
독서실은 공간의 특성상 거의 소음이 없다는 점에서도 대수능 수험생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수능을 한 번 응시해 보셔서 알고 계시겠지만, 대수능 고사실은 소음이 통제된 공간도 아니고, 볼펜소리나 종이 펄럭이는 소리 등 생각보다 방해요인이 많은 공간입니다. 지나치게 소음이 차단된 공간에서 최적 조건으로 공부하는 것은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할 장소로는 도서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능하면 칸막이 없이 책상만 있는 OPEN된 형식의 도서관이 좋습니다. 대부분 도서관들은 아침 6시~7시정도에 개관하므로, 수험생의 생활 패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중/고교 시험기간이나 여름방학때는 아침 6시에 모든 자리가 만석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날에는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침 6시에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독학재수의 추억 아니겠어요? :-) ) 또, 독서실만큼 어두컴컴하지 않아서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아침부터 엎드려 자거나 하는 일은 없구요, 볼펜소리 / 종이소리 / 가방 바스락거리는 소리 / 그 외 독서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각종 자잘한 소음들이 통제되지 않기에 대수능 고사장에서 집중하는 연습을 미리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성맞춤입니다. (공부할 때는 순간적으로 '쾅'하는 소리보다 문자 치는 소리처럼 자잘한 소음이 더 방해되거든요..)

저의 경우, PMP로 인강 듣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작은 화면도 별로였고, 무엇보다 제가 이어폰 사용하는 것을 매우 싫어해요..)
저는 오전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오후 3~4시쯤에는 집에 돌아와서 6~7시정도까지 컴퓨터로 인강을 수강했습니다. 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 손해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구요.. PMP를 통한 인강 수강을 특별히 꺼리지 않으신다면, 최소한 오후 6~7시정도까지는 도서관에서 모든 공부를 하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그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언어나 영어 듣기평가까지 PMP와 이어폰을 활용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언어나 영어 듣기평가는 창문을 활짝 열어서 각종 소음에 노출된 채 스피커를 통해서 공부하시는 것이 좋으므로, 저녁때 귀가하셔서 집에서 하시길 권장합니다.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있는 환경이라면 자신의 집중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 최고인데 말이죠..ㅎㅎ)


4. 독학재수생의 일원이 되셨지만, 아직 독학재수를 불안하게 느끼고 계신 질문자님을 위한 한 마디
학원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분명 불안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독학하면 망할텐데.."같은 비관적인 말도 많이 들으실 겁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독학재수만큼 좋은 공부방법이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직 기술이 진보하지 않아서 인강이 없다면 또 모르겠지만, 학원 강의가 아쉬운 부분은 대부분 인강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습이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고 강의 수강시간을 자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함까지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오르비 '독학생' 게시판에 가 보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독학재수가 생각보다 그렇게 '괴기하고 특이한' 선택은 아닙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확신을 가지고 독학재수를 선택하여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기도 하구요.

바라셨든, 바라지 않으셨든, 독학재수생이 되셨습니다. 독학재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다 털어버리시고, '독학재수'라는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5.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위 정도이겠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방해가 되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2월 경에는 좋은 소식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계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독학재수를 결심하신 모든 분들께, 제 모든 진심을 담아, 2012학년도 입시에서 노력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얻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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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a [33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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