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2018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비문학 이야기_3. 비트겐슈타인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10437787
여러분은 슈타인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먼저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떠올릴 수 있다. 미래에 위대한 과학자가 되길 원하는 학생만이 아인슈타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식이 똑똑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유로도 먹이고 이름까지 한돌이라고 짓기도 한다. 다음으로 리히텐슈타인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자주 하던 놀이가 있다. 끝말 잇기, 나라 이름 대기 등. 그때 외웠던 나라 이름이라 아직까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더 작은 나라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괴물의 대명사 프랑켄슈타인도 있다.
2012년 수능에서 새로운 슈타인 스타가 등장했다. 바로 비트겐슈타인이다. 그가 족적을 남긴 분야도 '논리 철학', '언어 철학'이라고 하니 꽤나 생소하고 난해한 인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통적으로 인문 제재 안에서 특히 철학은 학생들이 꺼리는 소재이다. 그나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정도까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인내할 수 있다. 들어본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친구들은 뜻밖에 반가워할 수도 있다. 가수 신해철이 한때 결성했던 밴드 이름도 비트겐슈타인이었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아쉽게도 포퍼 못지 않은 강한 부담을 안겨준 철학자로 각인되고 있다. 다음에 다시 인문 지문에서 만나는 일이 없기를. 적어도 수능 국어의 역사에서 비트겐슈타인은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예>
‘그림 이론’에서 명제에 대응하는 ‘사태’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이 될 수 있는 논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언어를 구성하는 명제들은 사실적 그림이 아니라 논리적 그림이다.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서 사실이 되면 그것을 기술하는 명제는 참이 되지만,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명제는 거짓이 된다. 어떤 명제가 ‘의미 있는 명제’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명제가 실재하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언급해야 하며, 그것에 대해서는 참, 거짓을 따질 수 있다. 만약 어떤 명제가 실재하지 않는 대상이나 사태가 아닌 것에 대해 언급하면 그것은 ‘의미 없는 명제’가 되며, 그것에 대해 참, 거짓을 따질 수 없다. 따라서 경험적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명제만이 의미 있는 것이 된다. |
선명하게 문맥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주는 지문 스타일이다. 일단 '사태'라는 말이 뭔지 당 황스럽다. '사태'에 대한 이해도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사실'과 '사태'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사태'는 '사실의 가능태'로 보인다. 사실이 될 수도 있고 사실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의미 있는 명제'와 '의미 없는 명제'를 이해해야 한다. 참, 거짓을 따질 수 있으면 '의미 있는 명제', 참, 거짓을 따질 수 없으면 '의미 없는 명제'가 된다. 참, 거짓을 따질 수 없는 것은 경험적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만, <예>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그림 이론'이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그림'이다. 지금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공부한다면 어떤 과목을 가장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다시 하더라도 미술엔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무척 부럽다. 어떻게 눈으로 본 것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지 여전히 신기할 따름이다.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이 꿈 속에라도 이루어진다면 꽤나 신이 날 텐데… 종종 학교에 준비물을 빠뜨리고 가 난처해 하는 꿈이나 꾸곤 했다. 그게 하필이면 미술 시간에 필요한 도구인 경우가 많았다. 미술 시간에 크게 꾸중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참 알 수 없는 심적 작용이다.
그림을 좋아하진 않지만 필자는 계속 그림을 그리려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은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훌륭한 영감(靈感)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감이란 문득 떠오른 기발한 생각을 의미한다. 어떤 현상이나 세계, 아니 때론 자신의 내면마저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그림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를 그림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점, 언어를 세계에 대한 그림으로 봤다는 점, 그것만 가지고도 그는 소수의 혁신자로 불릴 만하다. 또다른 유혹도 있다. 비문학 지문을 하나 설명하고 나면 필자는 칠판에 그림을 그린다. 그것을 바라본 학생들의 눈빛이 번쩍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려보겠다."로 곱씹어 본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놀랍게도 실화임... 민망한듯 헤실헤실 웃으면서 가져가시더라
-
대치 명인학원 0
대치 명인학원 수강예약은 했는데 결제는 어디서 해야 되나요??
-
연논 쉽지않네 0
그나마 서강대준비할때랑 결이좀 맞는면이있어서 적응은했는데 굉장히 거리감있음 지문끼리
-
엠지하네
-
68점 나와서 실력좀 올았나 했는데 컷보니 안변했음
-
재수생이고 더프랑 평가원기준 저점은 서성한낮공(두번) 고점은 인서울치대...
-
대찬학원인데. 안산살아서 추석인거 감안하면 왕복 네시간 나올거 같습니다. 다해서...
-
문학 개념어 17
사진에 나와있는 단어는 문학 지문에 나올때 바꿔서 읽어야 하나요? 실솔->귀뚜라미...
-
92에서 100가는건 말고
-
작년 수능 82 이번 9모 88 나왔습니다… 고1 이후로는 내신 영어만 했는데...
-
설수리 설물천특 5
씹 변태들이다
-
보통 남자가 잘생기면 여자놀음에 빠지기 쉽고 여자가 예쁘면 남자들 여러명...
-
인문대 상경대 사과대 사범대 자연대 공대 예대 체대 모든 단과대생이 모이는 곳
-
전산자료 수정 0
원서접수랄 때 뜨는데 이게 머지..... 뭐지정말..,
-
( 응급실 뺑뺑이 추석 고비보다 더한 고통, "겨울에 암환자 뺑뺑이 나타날 것" ) 0
P윤설열은 '2025 의대정원확대 백지화'하고 의사 대표자들이 참석한 협의체와...
-
확통..ㅠㅠ 4
자꾸 답 5번 나오는데 머가 잘못됐는지 아시는분 뭘 더센건지 검산해도 몰겟어요ㅜ
-
10to6(유동적) 맨날 핸드폰만 하다 가는 사람이었는데 벽 너머로 날 너무...
-
이번주동안 빡새게 해서 키스타트 abps개념은 대충 잡은 상태고 영어는 70~76점...
-
일반고 가능하냐? 좆반곤 아니고 갓반곤 더 아니고 난 내신 병신인데 건동홍은 간...
-
머리 풀리면 다른 과목 공부해야지 ㅎㅎ
-
모르는 게 수두룩빽빽!!
-
한 달 기준 대학 다닐 땐 차비+병원비+책 값 지원+ 60~80이었는데 지금은...
-
(홍보) 따뜻한 청년. 13
요새 울적했는데 제 책을 읽고 실모 독서를 거의 안 틀리게 됐다는 쪽지를 받고...
-
지능 높은 남자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얻고 에쁜 여자랑 결혼해서 지능 높고...
-
조심하세요
-
미친놈들 ㅋㅋㅋ 70 80년대부터 하던걸 들이미네 ㅋㅋㅋ 리버럴아츠 그럼 니네도...
-
그거 딱 하나만 써보고 싶어서요.. 지금부터 주에 3시간씩 그리고 수능 끝나고...
-
6논 최초합부탁한다
-
사문 최적 듣고 있는데 잘 맞아서 혹시 비슷한 결의 강사가 있을까요?
-
(P윤석열 지지율 20% : 취임 후 최저 , 부정평가이유 : 의대정원 확대 ) 3
P윤석열은 시간을 지체말고 결자해지 하세요. 의료개혁이라는 달콤한 워딩으로 위장하여...
-
몇개월동안 이것만 먹다보니까 이제 보기만 해도 식욕이 감퇴됨
-
경한 학종 0
내신 1.12이면 붙을만 한가요..? 일반고이긴함
-
간쓸개 파이널 1
퀄리티 어떤가요
-
아주대 경쟁률이 가려는 과 50 제일 낮은 자연 20인거보고 다른곳은 어떤가 하고...
-
인문 논술, 사회 논술, 상경 논술 셋 중에 뭐가 벼락치기하기 좋나요?? 수능...
-
대충 보면 한 30퍼는 애니프사인 것 같네 ㅋㅋㅋㅋㅋ 학벌과 오타쿠의 상관관계가...
-
80~90분정도 썼습니다! 15번, 22번에서 시간을 거의 다 쓴거같습니다....
-
투표 올릴게오
-
원서 사진 0
수시 원서 접수할때 사진 원본파일말고 사진을 폰으로 찍은거 편집해서 접수했는데...
-
난 진짜 2.0저공 비행 졸업장만 딸거야
-
고정 1도 빡센데
-
사회악임
-
자연과학계열은 3합6이고 30명 모집 에너지학과는 3합5이고 5명 모집인데 아무리...
-
방법,계획,형식에 구속되면 안 된다. 순간순간의 충동과 즉흥적인 에너지로...
-
양치를벋벅 0
다하고이감파이널플러스 고고혓
-
53000원 경북대에 기부 완료
-
먼저 안다가가면 내 이름 나이 이런거 모르나 틀딱이라 굳이 알려지기 싫긴함
-
어차피 높은 확률로 로스쿨이나 대학원 보고 있는데 그러려면 내가 가장 잘하는 걸...
-
실모는 구할 수 있는거 다 풀건데 좀 비어있는 심화개념 매꿀 수 있는 강의 있나요? 실수분들 조언좀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