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자면 공부가 될 거다"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11284198
"브라질 북부의 판자촌에 사는 주부둘은 저녁이면 냄비에 돌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이 습관이다. 어머니들은 배가 고파 보채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밥이 될 거다"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기다리다 그냥 잠들기를 기다린다." 탐욕의 시대 (장지글러)
부시와 네오콘이 일으킨 전쟁이 거대 군수산업과 벌인 합작품임과 동시에 '신흥 봉건제후'들이 획책하는 포성을 고발하는 이 책에서 나는 뜬금 없게도 어릴 적 수험생활을 떠올렸다.
계획대로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 나는 반드시 좋은 대학교에 가야 했다. 가야만, 나의 자존감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나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그로 인해 지원되는 용돈과 대접으로 제2의 도약을 노려볼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하루 8시간씩 게임을 하고 만화를 그리며 작곡프로그램을 갖고 노는 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아침에 늦게 일어나 졸릴 눈을 비비며 피파를 즐기고, 만화책을 좀 보다 집을 나서려는 타이밍에 거짓말같이 쏟아지는 졸음에 나는 나에게 이렇게 다독였다. "조금만 자면 공부가 더 잘 될 거다"라고.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알람을 10분으로 해놓고 금방 일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로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심지어 머리에 바른 왁스도 그대로 둔 채 깊은 잠(수렁)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어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었을 무렵, 나는 역시 날이 무더우니 공부는 밤에 해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늦잠을 나만의 정규 프로그램에 섭외하였다. 그러면서도 되냈다. "아직 나의 때는 오지 않았다." 이미 입시에 성공한 친구들과 여유있게 술한잔을 기울이면서도 위축되는 일이 없었다. 왜냐면, 아직 나의 때는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한 저 빌어먹을 지푸라기 덕분에 나는 아주 어렵게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과정은 적당한 기회에 후술하기로 한다. 어쨌든, 나를 안심시키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남들에게 나를 위축시키지 않는 저 마약같은 지푸라기는 내가 한 과정을 끝났다 해서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때인 걸 사실 안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을 때, 예컨대 늦게 일어나 나의 계획을 또 한 번 반절 날려버린 글을 쓰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지푸라기는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줬다 뺐으면 슬퍼요
-
나만몰랏네
-
안하는게아님
-
피드를 봐도 돋보기를 봐도 스토리를 봐도 다들 인생 여유있고 즐겁게 사는거 같아서...
-
오늘은 팔운동
-
은 바로 징검다리식 예측 빵이 났으니 다음 해는 폭이고, 폭이 났으니 다음 해는...
-
내가 제일 0
내가 제일 못생겼으니까 이제 그만 누가 더 못생겼다느니 이런 말 금지
-
새벽 2시-3시: 크리스마스 기만자들 척결 메타 새벽 3시-4시: 이미지 메타...
-
ㅇㅈ 13
예상댓글) ㅈㄴ못생겼네 ㅋㅋㅋㅋ 펑
-
하와와 7
여고생인거시에요 하와와
-
다들 의견이 다르더라구요.. 국어 노베 특히 비문학이 약하면 강의를 듣는게 좋나요...
-
옛날에야 많이 했었는데 요새는 좀 무서운 ..
-
진짜 ㅈㄴ 잘생겼네 ㅅㅂㅋㅋㅋㅋ
-
할 일없나 생각됨 리뷰이벤트 아닌 리뷰들도 그냥 편의점으로 짜파게티 사려왔어요,...
-
언제 들어오나요??
-
모솔아니면 10
못생겼다고주장하지마라 이건경고다
-
먼가 바로 후회옴.. 케케 재탕..
-
QS순위vs입결 9
전세계에서 인정되는 건 QS랭킹인데 왜 한국에서는 유독 QSㅈ까라 하고 입결만으로...
-
의대 목표이고 이번 수능 언미 물1 지1 98 97 94 85 입니당 과탐 혹시...
-
두비두비 다바다바
-
어릴 때부터 독서를 멀리하고 책 보기를 돌같이 함 진로랑 별개로 인문학적인 책...
-
반응 묘하고 ㄹㅈㄷㄱㅁ 쳐주는몇몇빼고 아ㅡㅡㅡㅡㅡ그 오묘함 이새낀 인증왜하는거지?...
-
대존잘 오르비언 10
나. 그냥 컨셉이라도 잡고 밀어보련다ㅇㅇ..
-
다 ㅍㅅㅌㅊ 훈남들일거 같으면 개.추 ㅋㅋㅋ
-
졸라예쁨 성적지향이 흔들리
-
좋겟넹 수시러들 전부 떨어져버렷
-
비싼 미용실 갈때 특 10
ㅅㅂ 디자이너들이 다 존잘 존예라 나같은 찐따가 가기 존나 좀 그럼
-
ㅇㅈ 7
대충 이럿개 입고 다님
-
이천으로 갑니다. 연애나 친목질 안하고싶은데 분위기 어떤가요 이불배게 챙겨가야되나요?
-
이월인원 나올 때까지 기절 좀 시켜줘봐바
-
왜클릭
-
심심해서 ㅇㅈ 14
예전에 재탕하지 말래서 방금찌거봄
-
그 사람 없이 대학교를 가려니까 뭔가 막막함.... 한학기동안 맨날붙어다니고 ㅈㄴ친하게 지냈었는데
-
ㅈㄱㄴ
-
누구는 생투지투냐 지원지투냐 과탐고민이나하고잇는데 누구는잘생긴외모로...
-
이제 군대가야해서 휴학하려 하는데 국장 지금 신청하지 말고 나중에 복학하기 전에 신청하면 되겠죠?
-
님들아 시대 단과 결석하면 당일 교재 먼저 본관 픽업 가능해요? 0
단과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네 낼 개강인데 못갈듯한데 원래 수업 끝나고부터 받을 수 있는거였나..
-
기만ㄴㄴㄴㄴㄴㄴㄴㄴ
-
얼버기 3
-
ㅇㅈ 14
-
왜나만이렇게생기게태어나서맨날무시당하고천대받고연애하기도힘들고개같이살아야되냐잘생긴애들은아...
-
전글 수학잘하시는 분 답좀 알려듀새요 ㅠㅠ
-
왜오르비하지
-
푸념이지만 6광탈하고 이제 재수해야되는데 주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라고 행복해보여서...
환상속의 그대가 생각나네요.
하지만 누구도 환상밖에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살아온 과거 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도 사는 것이 지금 현재의 삶이기 때문에요.
인생이 유한하다는 가정만 아니라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단지 살 날이 너무 많이 남아서 영원히 살 것처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청춘이기에 삶이 더 의미있고 가치있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게 점점 두려워지네요.
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냄새가 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