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버린 MBC, '실리'는 챙기셨습니까?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1130063
어떤 방송의 2회 시청률이 1회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1회를 본 시청자 중 절반 가까이가 2회 시청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무릇 어떤 방송이든 그 1회란 공을 심하게 들여서라도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잡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대하사극은 1회에 대규모 전쟁신을 배치해 CG 범벅으로 돈 들인 티를 팍팍 내고, 예능은 유명 MC와 초호화 게스트를 섭외해 채널 고정 효과를 노린다. 그러니 2회 시청률이 1회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면 방송은 제 역할을 못해낸 것이고, 문제는 심각해진다.
MBC 새 예능 프로 <여우의 집사> 2회 시청률은 전국기준 3.7%(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1회 시청률은 6.3%였다. 1회의 6.3%도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는 수치지만 2회 3.7%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불과 방송 2회 만에 애국가 시청률의 수모를 겪은 <여우의 집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짝짓기 로맨스’가 되겠다.
<여우의 집사>는 남녀 출연자들이 각각 ‘아가씨’와 ‘집사’로 나뉘어 ‘여우하우스’라는 공간에서 1박2일 동안 생활하는 형식의 예능 프로다. 아가씨는 집사를 선택할 권한이 있고, 아가씨에게 선택당하지 못한 집사는 하인으로 강등되기에 남자 멤버들은 모두 아가씨에게 선택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가씨와 집사 콘셉트는 일견 신선해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무수한 짝짓기 예능에서 선보였던 것을 어설프게 포장했을 뿐이다. 아가씨에게 선택받기 위해 집사들이 팔씨름을 하고 피아노를 치며 자신의 장기를 뽐내는 것은 그동안 여타 짝짓기 예능에서 보아왔던 장면들이고, 선택받은 이후 아가씨의 시중을 들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은 <우리 결혼했어요> 등지에서 이미 숱하게 봐왔던 페이크로맨스의 재탕이다.
여자 출연자들이 우아한 드레스로 한껏 자태를 뽐내고, 남자 출연자들이 멋들어진 턱시도를 차려입었다는 차이만 있을 뿐, <여우의 집사>는 2003년 <천생연분>에서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실망을 더했다(물론 댄스신고식을 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2회 시청률이 1회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진 것은 <여우의 집사>에게 시청자들이 내리는 냉정한 평가의 결과로 보여 진다.
내가 <여우의 집사>의 진부함과 낡음에 단순한 실망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이 방송이 폐지된 <후플러스>와 같은 시간에 방영되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이번 가을개편에서 “종합편성채널 도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시청률이 저조한 시사 프로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그 빈자리에 예능 프로인 <여우의 집사>와 <슈퍼스타K>의 공중파 버전인 <위대한 탄생>을 편성했다.
방송사도 기업인 이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은 마땅하다. 광고를 팔아 수익을 내는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방송’이란 결국 ‘시청률 높은 방송’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과 MBC 경영진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쳐도, MBC가 ‘공영방송’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영방송은 결코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공영성을 포기하고 상업방송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상업성이라는 게 고작 철지난 짝짓기 예능과 케이블 방송을 베끼는 수준의 것이라면, 더 말 할 가치도 없다.
‘경쟁력 강화’를 반복적으로 외치다가 결국 시사 프로 2개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들여앉힌 게 고민하지 않은 제작진이 만든 창의적이지 못한 진부함 그 자체인 <여우의 집사>와 케이블 방송을 그대로 베낀 듯한 <위대한 탄생>이란 점에서 과연 김재철 사장과 MBC 경영진이 진심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없앤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시사 프로를 없애기 위해 경쟁력 강화란 그럴듯한 핑계를 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새로 투입된 예능 프로들이 기대 밖이기 때문이다.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를 폐지하고 <여우의 집사>와 <위대한 탄생>을 편성한 시점에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명분’을 잃었다. 공영방송이 상업성을 위해 공영성을 포기했으니 그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명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상업성을 추구한 결과가 시청률 3.7%다. 명분을 잃었으면 대신 ‘실리’라도 챙겨야 하는데, 과연 <여우의 집사>로 <후플러스>를 내친 것에 대한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아, 참고로 <후플러스>의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3.3%였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고1 수학의 중요성은 정말 높은듯 다들 그냥 각잡고 수 상 해도 0
손해 없다고 봄 나는 내 커리에 수상을 따로 합니다 얘들 수원수투풀면서 본인이 체감함 수상의 연계를
-
진학사 레전드 1
설대식 407 중간공 4~5칸 떠서 다같이 낮공 정모중 ㅋㅋ
-
주로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걸까요 ?? 문과 최상위권은 미적/기하 선택으로 많이 이미...
-
지금 심찬우쌤 프리패스를 구매 했는데 이거 사면 앞으로나오는 강의들도 다 신청 가능 한건가요?
-
이건 재밌는듯 웃길려고 안하는듯하면서 웃길ㄹ려고하는거같은 현우진의 화법 이 사람 개극욕심 엄청남
-
상하차 끝! 1
내일도 근무를...하 끝나고 먹은 식혜는 캬 하고 나올정도로 값짐
-
2015 개정교육과정 수능을 봐야 하는 예비 고2입니다. 개정 시발점을 사서...
-
모두 기를 넣어주세요!!!
-
허허 1
나자신 오늘도 작작 잠자자
-
훈련시작 전 7
오늘 춥다
-
선예매도 실패하고 돈도 없네
-
2년전인가? 그때 3만원이였는데 오늘 살까 하고 들어가보니까 7.7만원이네 ㄷㄷ 뭔...
-
그나마 돈없어도 그쪽이 탈조선 용이함 돈있으면 바로 미국가지 지금 돈있고 권력있는...
-
제발…
-
내신 5점대 중반이고 모고는 공부 안 하고 대충 봤을 때 4등급대 나오는데 1년...
-
요즘 아틸라 토탈워 사서 1212모드(중세시대) 하고 있는데 꿀잼임. 2주일째...
-
젖같다 ㅅㅂ 가정체험도 못쓴다는데 떨어지면 졸업식 오기 전에 자살
-
아 0
편의점 알바 연락 없는거 보니까 채용 안된듯
-
한번가면 현타 개많이올거같은데 피파 현질도 그렇게 현타가 오던데
-
미국 가서 서울대 학벌 vs 영국 옥스토비, 캠브릿지 학벌 어떻게 생각함? ㅋㅋ 11
미국에서 작년부터 한국 도청사건 2023 뜨고, 올해부터 반도체 관련 법으로...
-
급식딱충들이 뭔 돈이 있어서
-
주소를 왜 정확하게 적으라는거임
-
크 갓곡
-
진짜 암것도 안하고 출석하기 + 중간,기말고사 딱시험전날만 공부하기로 3.5 받음...
-
ㅋㅋㅋㅋㅋㅋㅋ 4
ㅅ ㅂ ㄹ ㅁ 는 금지어인데 씨발롬아는 금지어 아닌게 ㅈㄴ 웃기네 ㅋㅋㅋㅋㅋ
-
목공강 만드시나요?
-
과탐 선택이 생지가 아니라면
-
시발점 볼륨 ㅈㄴ큰데….. 25분 1~19까지 15틀인데 시발점……..
-
23수능때 만점자가 3명이었는데…ㅠㅠ
-
근데 ㄹㅇ 25수능보다 제가 친 고1 3모가 더 어려운듯 0
"1컷 76점" 이거 3받고 ㄹㅇ 충격먹음
-
여캐일러 투척 11
1일차(?)
-
얼버기 6
안녕하세요
-
오늘 공부한거 사진은 아니더라도 오픈카톡에 기록하기 이런거히면 좀 좋을거같아서...
-
안인데 추움 1
이게 겨울...?
-
서성한중은 몰라도 서연중은 뭔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정시는 아니고 수시에요 적당히 서울대 중간공정도 붙을 성적은 나오는데 전기컴공은...
-
올해 개념완성/실전문제풀이 교재 내년어 그대로 써도 된다고봄? 개정 많이 되는편인가
-
ㅇㅇ고딩도 갈 수 있음 그래도 너무 어려보이면 안댐 상식적으로 물론 저는 업소 안갑니다
-
학식 가격 1
부모님이랑 용돈 얘기 중인데요 기본적인 교통비, 식비만 받으려고 해서요...
-
수시 망해서 정시로 가야할듯 한데 혼자 진학사 텔그 등등 보고 쓰는거랑 컨설팅이랑...
-
두근두근 서울여행
-
3362개 생각보다 적네
-
그 많은 오르비언중에 나만 팔로우한 이유가 뭐임? 한둘이 아니네
-
수가생1지1 20수능 36557>21수능 12112
-
잘보고 입시판 완전히 뜨는거 확정이면 시원하게 그냥 다 버려버릴텐데 그것도 아니면...
-
맞팔 분들은 해당안됨;;; 26시즌 옯망주 발굴ON
좋은 글인데 왜 이렇게 평점이 낮을까? ㅇㅇ?
예전부터 보수단체들이 MBC 폐방!을 외치고 보수언론도 MBC에게 엄청난 비난을 해오는것을 보면
머지않아 MBC를 조중동에게 넘겨줄거 같네요.
김재철이는 그냥 MBC를 망치러 들어온거 같습니다
그래야 MBC를 넘겨줄때 "아 저런 저질 방송 없어지네. 잘됐지" 이런 여론이 지배적이게 되고
저항세력의 힘도 약해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