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장수생이 말하는 N수의 주의점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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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음, 안녕? 그냥 평어체로 쓸게. 오르비 분위기도 반말 위주인 것 같고 그게 글쓰기도 편해서.
사전에 이런 글 쓸 거라고 말을 해놨더니 문단 끝에 요약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더라고 ㅋㅋㅋ. 그 기분 모르는 건 아닌데 웬만하면 한 번 정독해봐. 특히나 1년을 더 준비하는 친구들이라면. 글이 좀 길긴 하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근데 쓰다 보니 나 아는 사람은 바로 누군지 특정 가능할 것 같더라.
글을 [인사말], [서문], [본문] 등으로 나눌 건데 폼 잡으려는 건 아니고, 조금이라도 보기 편했으면 싶어서 이리 나누었어. 그럼 시작할게.
[서문]
분명 객관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나 많은 N수생들이 실패를 맛본다. 필자 또한 나름의 노력 끝에 참으로 쓰디쓴 실패를 맛 본 케이스 중 하나이다.
본 수기는 필자가 긴 수험 생활을 되짚어보며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한 글이다.
재수의 실패에는 참으로 많은 실패의 유형이 있겠지만 다른 이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실패할 확률’은 줄이고 ‘성공할 확률’은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실패한 수기는 분명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자부한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본 수기를 읽고 도움을 얻어,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본문]
- 목차
1. 1년 더하면 막연히 성적이 오를 거라는 착각에 대하여
2. 노력의 질에 대해서
3. 내 몸이 계속 튼튼할 거라는 착각에 대하여
4. 수능 시험에 재도전하면 이전의 경험을 통해 덜 긴장할거라는 착각에 대하여
5. 너는 과연 ‘시험’에 강한가? 너는 과연 ‘긴장’에 강한가?
6.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안전성을 버리는 짓 좀 하지 마라. 제발.
7. 여유가 된다면 쌩 독학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의지와 별개로
8. ETC
+) 미리 말하는데 필자는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지 말았으면 해서’ 글을 쓰는 거지 ‘어떻게 하면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1. 1년 더하면 막연히 성적이 오를 거라는 착각에 대하여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하며, 막연히 ‘1년 더 공부하면 자연스레 성적이 오르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정말 1년 동안 공부를 더하면 성적이 오를까? 부분적으로는 맞고 부분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필자는 현역 때 공부를 안 하고 놀았기에 재수 때 반쯤 노베이스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노베이스 상태에서 공부를 시작한 경우 초반에는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정신이 없다.
이후 성적이 완만히 상승하기 시작하는데, 대개 3등급 정도에서 성적 상승이 갑자기 멈춘다.
일종의 벽을 만난 것이다.
가끔 벽을 못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머리가 매우 탁월한 경우다. 허나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천민들은 벽을 반드시 만나게 된다.
3등급이 벽이 되는 이유는 참으로 간단한데, 3등급부터는 ‘공부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이 주류가 되기 때문이다.
즉, 9등급에서 4등급까지는 ‘공부를 아예 안 하는 케이스’나 ‘공부를 하긴 하는데 정말 설렁설렁하는 케이스’와 경쟁을 해야 함에 반해 3등급부터는 똑같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분명 개인차가 있긴 하나 성적 상승이 정체되는 벽은 세 개 정도 존재한다.
일단 3등급에서 2등급으로 가는 사이에 하나 존재하고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진입’하는 사이에도 하나 존재하고
1등급 ‘진입’ 후 ‘안정적인 1등급’ 점수가 나오는 사이에도 하나 존재한다.
(머리가 좋을수록 만나는 벽의 개수가 적어진다. 내가 아는 카이스트 특기생 합격자는 과탐 노베이스에서 2개월 만에 백분위 98~100을 찍었다. 그것도 투 과목을 말이다.)
이 벽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벽을 부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5등급 맞던 아이가 3등급을 목표로 재수를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허나 3등급이란 벽에 막혀있던 아이가 단순하게 ‘1년 더 공부하면 1등급 나오겠지!’ 란 사고로 재수를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은 참으로 높아진다.
벽을 뚫지 못하면 결국 벽 앞에서만 서성이게 되는데, 3등급이라는 벽을 뚫지 못하면 ‘1년을 꾸준히 공부해도’ 같은 성적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벽’을 만나게 되고 실제로 인식한다.
헌데 그 벽을 ‘시간이 해결해줄 거다.’라는 착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 수험 생활은 실패한다.
벽을 깨부수는 건 시간이 아니다. 노력의 질이지.
2. 노력의 질에 대해서
이거 누가 게임으로 잘 비유해 놓았더라.
모두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는 랭크 시스템이 있다.
랭크 시스템은 유저들을 게임 실력에 따라 ‘급’을 나누어 분리한다.
‘브론즈’는 가장 실력이 나쁜 유저들만 모아 놓은 랭크다. 이후 실버 - 골드 - 플레티넘 - 다이아몬드 순으로 급이 높아진다.
일정 시간 이상을 LOL이란 게임에 투자해서 실력을 쌓고 나면 ‘브론즈’든 ‘실버’든 ‘골드’는 각자가 급에 맞는 랭크를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후 1000시간을 게임에 쏟아 부어도 본래 자신이 배정된 랭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수능 3등급이 일 년 내내 책을 열심히 보아도 다음 수능에서 또 3등급을 맞아 오듯이 말이다.
이는 바로 ‘노력의 질’ 때문이다.
잠을 잔 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면 전 날에 비해 분명 ‘까먹는 부분’도 있을 거고 ‘문제 푸는 감’도 떨어질 것이다.
매일매일 평소 하던 대로 공부를 하면 위의 ‘까먹는 부분’과 ‘문제 푸는 감’은 채워 넣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쌓지는 못한다.
유치하게 비유하자면 이거다.
머리 용량이 100이라면 80정도까지는 물(지식)이 거의 새지 않고 찬다. 허나 80을 넘어가면 하루에 물(지식)이 5씩 빠지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하던 대로 하루에 5씩 물(지식)을 채워 넣으면 현상유지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머리에 채워진 물(지식)은 80이며 실력도 전혀 오르지 않는다.
결국 네가 해야 할 건 물(지식)을 하루에 5가 아니라 10씩 들이부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노력의 질’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 노력의 질이란 무엇인가?
사실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애당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하루하루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힘들긴 하지만 이내 몸이 먼저 적응이 된다.
매일 하던 대로 습관적으로 책을 피고 매일 하던 대로 습관적으로 글씨를 깨작이는 것.
벽을 깨부수고 싶다면 그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탐구 과목의 수능 특강을 펴서 기계적으로 외우고 기계적으로 복습해 봤자 ‘까먹었던 부분의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힘들다.
지금까지 그리 습관적으로 외워서 3등급을 맞았으면 이제는 모서리에 적힌 잡스러운 문구까지 통째로 달달 외워서 시험 시간에 줄줄 튀어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기계적으로 수학 문제를 푼 후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오답 노트를 만들어 봤자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3등급을 맞았으면 이제는 틀린 문제를 분석해서 문제에 응용되었던 ‘개념’을 다시 정리해 머리에 쑤셔 넣은 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긁어모아 완벽하게 체화해서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절대 안 틀릴 때까지 반복해서 풀어야만 한다.
위와 같은 ‘제대로 된 노력’은 매우 힘들다. 매일매일 수동적으로 공부할 때와 다르게 스트레스는 배로 받고 머리는 수십 배 고달프다.
근데 그게 진짜 노력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알고 있다. 그게 진짜 노력이란 걸. 근데 귀찮아서 안 한다.
매일 매일 공부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더 고달파야 함을 앎에도 귀찮아서 노력을 게을리 한다.
노력을 게을리 하며 시간이 벽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가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이에 관해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겠다.
필자는 좀 똘끼가 있다.
노베이스 재수 후 삼수하면서 “서울대 가야지!”라고 외치며 ‘투 과목’을 잡았는데 그게 물리2였다. 허허, 미친놈. 이런 새끼니까 장수를 하지.
더불어 3수 당시 국어 4개월, 영어 3개월 학원 다닌 것 빼고는 정말로 쌩 독학을 했다.
말인즉슨 물리1을 공부하긴 했지만 [노베이스 물리2 + 쌩 독학]이라는 정신 나간 조합이 완성된 것이다.
처음에는 물리2 공부를 ‘다른 과목 하듯’이 공부했다.
‘적당히 인강 듣고’. ‘적당히 문제 풀고’. ‘적당히 복습 하고.’
이후 펼쳐지는 5등급/5등급/5등급/5등급의 향연.
투 과목이 다 그렇지만... 물리2는 정말이지 과고 얘들이나 물리에 미친 덕후 놈들만 몰려드는, 수능의 날고 기는 헬 과목 중에서도 독보적인 씹헬 과목이라는 것을 물리2 시작하고 3개월 후 깨달았다.
물리2에 투자하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물리2에 투자할 수는 없었고, 직감적으로 시간만 쏟아 봤자 5등급 못 벗어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제야 ‘노력의 질’이란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적당히. 적당히 해서는 나보다 머리도 좋고 스타트도 빨랐던 빠요엔들을 당해낼 수는 없다.
반성하며 인터넷 강의를 다시 들었다. ...참고로 물2는 쓸 만한 인터넷 강의가 없다시피 하다. 다섯 강의 듣고 때려 쳤다.
기본서 하나 사고 수능 특강 하나 샀다. 철저히 외웠다. 문장 하나까지 전부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
물리1 공부할 때는 공식 하나를 외우기 귀찮아서 그래프 그려서 대충 퉁 치고는 했는데 물리2에서는 온갖 잡스러운 공식을 모조리 머릿속에 때려 박았다.
개념 학습 후 문제를 풀기 시작하자 정말 많은 유형이 존재했다. 다행히 기본기를 암기로 모조리 때려 박고 나니 문제가 풀리긴 풀렸다. 근데 한 문제당 5분씩 걸렸다.
물리2는 20문제에 30분주고, 1등급 컷은 평균 48점이었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결국 새로운 문제 유형이 보이는 족족 머릿속에 한 땀 한 땀 쑤셔 넣고 체화될 때까지 반복했다. 진짜 토할 것 같았다. 그 짓을 하면서 기본기도 다져야 했기에 너덜너덜해진 수능 특강을 머릿속에 새기기 위해 다시 폈다.
이 미친 짓을 몇 개월 하고 나니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1등급이 나오긴 하더라. 이후 사설에서 1-2등급을 몇 번 전전했다.
단 수능에서 조졌다. 물리2 1등급 컷이 이전 수능 6년 동안 48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는데, 그 해의 물리2가 유독 어려워 1등급 컷이 45까지 내려갔다.
추후 기술하겠지만 이게 바로 독학의 한계인데, 갑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에 대한 대처법은 독학으로는 도저히 익힐 수 없는 것이었고 필자는 속수무책으로 맨탈이 털릴 수밖에 없었다.
배드엔딩이긴 하지만 어쨌든 필자는 물리2를 공부함에 있어서 재수 때 물리1을 공부한 것 이상의 시간은 투자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동안 전혀 다른 노력을 하였다.
이 경험은 공부와 노력에 대한 필자의 시각을 완전히 개변시켰다.
일정 단계가 되면 그 때부터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닌 ‘노력의 질’이라는 것을, 정말 처절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이후 4수를 시작하며 안전빵을 위해 물리1으로 바꾸게 되었다.
재수할 당시 필자는 물리1에 대해 상당한 시간과 ‘평소의’ 노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3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허나 4수 때는 물리1에 한해서는 평가원 모의고사, 3월 이후 사설 모의고사, 수능 통틀어서 단 한 번도 1등급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으며 심각한 컨디션 불량이 아니라면 백분위 98이상은 무조건 나오게 되었다.
결론은 물리1을 잘하고 싶다면 물리2를 조지고 오면 된다는 것이다. 아니 이게 아니고, 벽을 부수려면 노력의 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은 그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귀찮아서 미루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지 마라. 몇 번이고 반복하지만 시간이 벽을 부수는 경우는 참으로 드물다.
더해서
[개념만 확실히 배우면 응용문제는 해결 가능하다.]
제발 이딴 말에 속지 마라. 개념만 가지고 곧장 응용이 가능한 놈들은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부류밖에 없다.
시간은 잣같이 적게 주고 문제 풀라는 수능에서 언제 개념가지고 응용하고 있을 건가. 우리 같은 노멀한 대가리를 가진 자는 미리 ‘응용하는 방법’까지 머릿속에 각인시켜서 수능장을 가야 그나마 재능충들과 비벼라도 볼 수 있다.
암기가 공부의 모든 것은 아니다.
허나 머리가 후달리면 암기라도 해야한다.
머리가 좋다면 굳이 유형 하나하나 일일이 암기 안 해도 제자리에서 대처 가능하다.
근데 머리가 좋지 못하다면 응용하는 방식까지 체화되도록 암기를 해야 재능충과 싸움이 가능하다.
이 말을 꼭 명심하자. 우리가 암기를 하는 이유는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머리가 나빠서다.
[쉽고 빠른 강의.]
제발 이딴 강의에 목숨 걸지 마라.
잔가지 쳐내고 중심만 끄집어내서 겉핥기로 학생 가르치는 강의는 단기적인 성적 상승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 때 쳐낸 ‘잔가지’가 발목을 붙들고 수능장까지 늘어진다.
처음에 공부 시작할 때부터 ‘쉽게 가자’라는 생각 좀 버리고 “잔가지까지 모조리 씹어 먹어줄게”라는 각오로 들어가자.
그래야만 튼실해진 뿌리를 이용해 1등급까지 단번에 치고 나간다. 적당히 안이한 마음으로 강의 듣고 공부했다가 3등급에 걸려서 수험 생활 내내 빠져나가지 못하는 작자들을 수도 없이 봤다. 부실해진 기둥으로 건물을 높게 쌓을 수 있겠는가?
대충대충 기본기 쌓은 부류는 나중에 기본기를 다시 쌓으려고 해도 오개념과 오만함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처음 공부 시작할 때 '이건 시험에 안 나오니 패스' '이건 자주 쓸 일 없을 것 같으니 패스'이러면서 건너뛰지 말고, 한땀한땀 조지고 넘어가라.
처음부터 노력의 질을 높이고 들어가라. 그래야만 실패의 확률을 줄인다.
3. 내 몸이 계속 튼튼할 거라는 착각에 대하여
진지하게 적는다만.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 재수 시작한 병아리들 중 그 누구도 ‘몸 관리 잘 하라’라는 내 조언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먹은 새끼가 없었지만.
그 중 80%는 9월 달쯤 되어서 한 번쯤 내게 이곳저곳 아프다고 징징거리며 찾아왔고.
그 중에서 몇몇은 몸 관리가 치명적으로 작용해 1년 농사를 땅에 가져다가 버렸다. 그 중 아무리 수능을 조져도 최소 의대는 갈 성적이 나왔던 놈도 있었다.
성장기 때는 그 어느 시기보다 ‘회복력’이 빠르다.
다시 말하는데, ‘체력’이 아니라 ‘회복력’이 빠르다.
체력이 떨어져도 다음 날 회복이 된다.
허나 성장기가 넘어가면 분명 신체적으로는 가장 강인할 20대가 찾아오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 ‘회복력’이 뚝 떨어지게 된다.
이 또한 개인차가 있다. 사촌형은 26살에 왔고 나는 21살에 왔다. 친구 놈은 20살에 오더라.
대부분 새파란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제 몸이 예전과 같을 줄 알고 몸을 혹사시킨다.
그리 혹사시켜서 문제없는 케이스도 충분히 많다.
또한 그리 혹사시킨 탓에 ‘예전과 다른 몸 상태’와 부딪쳐서 1년 스케줄이 몽땅 꼬여버리는 케이스도 충분히 많다.
네 몸이 언제 피크를 찍고 언제 예전과 다른 상태가 될 지는 그 때가 와봐야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복불복에 목숨을 걸거냐는 거다.
특히나 재수생보다 삼수생이, 삼수생보다 사수생이 몸에 이상이 생길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허리 좀 똑바로 피고 앉기.
과식하지 않기. 소식하지 않기. 제 시간에 제 때 챙겨먹기. 인스턴트만 퍼 먹지 말기.
비규칙적인 생활 습관 버리기.
이틀에 한 번이라도 가벼운 운동과 체조.
이 정도만 지켜도 새파란 20대에 몸 고장 날 일은 없다.
허나 대다수가 제 몸 뚱아리를 과신하고 막 다룬다.
그에 대한 대가는 보통 8-10월 사이쯤에 찾아온다.
재수한 친구 놈은 수능 보기 몇 달 전 허리가 문제가 생겨서 한 달을 누워서 생활했고 공부 잘하던 후배 놈은 수능 두 달 전부터 병원 쫓아다니더니 결국 수능도 못 치고 실려 나왔다.
반드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도, 관리가 되지 않은 몸이 한계를 넘어서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거기에 더해 때마침 회복력도 떨어지면 공부를 제대로 하기는 글렀다고 보는 게 좋다.
가장 끔찍한 건 몸이 나빠지는 타이밍이 수능 보기 직전 가장 불타올라야 하는 때일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삼수를 망쳤다.
사실 삼수를 망친 핵심은 수학을 밀려 썼다는 것에 있지만, 평생 하지도 않았던 밀려 쓰는 짓을 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수능 2달 전부터 급격히 떨어진 체력과 회복력에 있었다.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그 기분이 드는 순간 이미 늦은 거다. 덕분에 나는 4수 내내 체력 관리와 몸 관리에 힘썼고 수능 직전까지 쌩쌩한 컨디션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몸 관리를 똑바로 하면 최소 수험 기간 중에 후회는 안 남길 수 있다. 그러니 기본은 꼭 지키자.
나머지는 2편에서.
개인사를 조금 적자면
현역 때까지는 거의 공부 안 함. 수능에서 평균 4.5등급 정도.
재수 얼렁뚱땅 함. 독학재수관 5개월 정도 다님. 기타 학원 X. 수능에서 평균 3등급 정도.
삼수 나름 열심히 함. 인강 + 영어 학원 3개월 + 국어 학원 4개월 제외하고 쌩 독학. 막판 가서 몸 망가짐 + 수학 밀려 씀 + 물리 2 갑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에 조짐 = 수능 개ㅈ망.
사수 나름 열심히 함. 허나 삼수 때 수학 밀려 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1년 내내 수학 성적이 물결침. 수학 시험지만 보면 머리 하얘짐. 결국 수능에서까지 수학 조져서 2등급 나옴.
결국 이번 수능은 누적백분위 기준 1.4% ~ 2% 정도 나와서 KY대 전화기나 한의대 정도가 선택의 폭이었음. 한의대는 도저히 취향에 안 맞아서 전화기 고름. 합격은 한 상태나 본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의대는 본래 갈 생각 없었고 본래 목표는 연대 치대였음).
+) 3편까지 쓸 것 같긴 한데 학습 질문도 받긴 받음. 근데 거진 독학충이라서 학원 같은 건 추천 못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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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할 때 잔가지 씹어먹으면서 공부를 해도 다른 과목이 피해보는 일을 없을까요
근데 그렇게 안하면 그과목이 피해볼 가능성이 커져요...막판되서 하는거보단 처음부터 하는게 훨씬 낫습니다
다음 글에 보충 설명하긴 할건데, 말하고자하는 건 동일 시간 대비 노력의 강도임.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9월 모평 볼 때 집중도와 자습할 때 집중도가 다르듯이 평소에도 높은 집중도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의미였음.
잔가지 씹어먹는 것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에 정확히 하겠음.
좋은 글이네요!
개추 박슴다
쪽지봐주세요
체력관리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재수 삼수 때 살이 너무 올라서 소식했음.
거기에 더해 자습관이 8층에 있었는데 걸어서 올라갔고 이틀에 한 번 산에 올라가서 5km 런닝함(밤 11시에 올라가서 12시 30쯤 내려옴).
근데 사실 허리 제대로 피기, 규칙적인 식습관, 정기적인 운동 정도만 유지하면 20대 때 체력 떨어져서 고생하기는 힘듬.
진짜좋은글이네요 명심하겠습니다
고3인데 롤로 비유한게 확 와닿네요. 고마워요 지금 이걸 알려줘서
여쭤 볼게 있는데 쪽지 드려도 될까요?
주셔도 됩니다.
하나깨달은게
대학걸고안걸고 차이가 어마무시하더라
대학걸고 시험보니까
긴장이확실히덜됨
대학안다니더라도 대학걸고하면 마음이좀편해지는게 있는듯
고작 재수한 사람이지만 구구절절 맞는말. 1년 더하면 당연히 오를것 같은데 5→3은 맞는 말일수 있으나 3→1은 정말 많이 실패함. 공부를 못한 이유에는 절대적인 시간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노력의 정도가 문제인 경우가 90%인것 같아요..
ㄹㅇ 맞말
게임에 비유하자면 롤을 그저 ㅈㄴ게 하면 어느 정도는 오르겠지만 페이커같은 재능이 없다면 실제로 챔피언 분석하고 아이템 외우고 다 실험해고 효율 체크하고 몇분 몇초에 뭘 하고 와드 박고 라인전은 어떻게 밀어야하며 등등을 "암기" 하고 체화시켜야 되는것 아닐까 하고 생각중
나도 대학다니면서 의대가려고 오반수까지 하고 망했는데 재수 삼수 망했던거 생각해보면 구구절절 옳은말이네 ㄹㅇ 이 시험을 잘 이해한거같음 나중에 또 봐야지
재종다닐 여유가 없어서 독재학원 다니는데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3번정도 2시간씩 운동하는건 너무 과할까요?
적절한데 대전제가 두가지임.
첫째로 "운동을 시작해서 끝낸 후 집에 와서 간단한 뒷정리까지 끝내는 시간"까지 합쳐서 2시간 안 쪽으로 들어와야함. 운동하고 집에 와서 퍼지면 +1시간씩 그냥 날아감
둘째로 운동을 위해 희생하는 시간은 노는 시간이 되어야함. 게임 시간 줄이고 운동해야지 공부 시간 줄이고 운동하면 안 됨.
위의 두 개만 지키면 적절할듯.
아 게임은 안해서 괜찮을거같아여 감사합니다!
한 과목을 빨리 끝내고 반복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곱씹으면서 하는게 좋을까요??
조언좀 부탁드려요ㅠㅠ
그림을 그릴 때 전반적인 밑그림을 깔고 세세히 그릴 지 처음부터 세세히 그려나갈지는 개인마다 의견이 다름.
다만 일반적으로 한 번 정도 밑그림을 그린 후에 세세히 그림을 채워나가는 것이 선호되는데 실제로도 이렇게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긴 함.
밑그림을 그림으로서 어떻게 공부해야겠다!라는 흐름이 잡히니까.
문제는, 밑그림을 그린 후에 가지는 오만임.
고작 한 번 대충 본 것 만으로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지!" 혹은 "이게 중요하겠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공부하면 그 순간 그 과목은 일 년 내내 성적이 물결치게 됨.
왜냐하면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 지 판단해버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중요치 않다고 판단한 부분을 소홀히 공부하게 되고 결국 구멍이 숭숭 뚫려버리 게 됨.
더해서 분명 밑그림만 그려졌는데 '공부 다 했다'는 착각을 가져버리면 그건 더욱 답이 없음.
필자가 추천하는 공부 방식은 처음에 한해서는 전체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강의를 들어보며 해당 과목을 파악하되, 두번째는 최대한 겸손한 마음으로 접근해서 한 챕터챕터를 하나씩 조지는 식으로 나아가는 것임.
감사합니다.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멘탈잡는법좀여 국어때 멘탈이 너무 깨졌어요 ㅠㅠ
지거국 상위 공대인데 1학년 성적으로 학점이 나뉘는데 걸치고 할까요?? 학교다니면 학점 관리는 안할예정이에요ㅜ
지거국 공대면 높은 3등급? 정도인데 확실한 성적 상승을 얻으려면 대학 생활을 병행하는 건 힘들 가능성이 높음.
다만 수능 때 긴장감 완화를 위해 대학을 넣어놓고 N수를 하는 건 좋은 선택중 하나임. 돈이 좀 쓸데없이 깨지겠지만.
N = 5 ㄱㄱ
진짜 너무 와닿는 수기네
좋은수기 너무 감사합니다. 노력의 질 중요하다는건 정말 알고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네요. 반성해야겠습니다.. 공부하다가 현타오신적은 없으신가요? 예를들어 실모를 쳤는데 점수가 떡락한다거나, 갑자기 모든게 의미없어보인다거나, 노력해도 안될거 같다거나.. 나는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거나.. 현타올때 공부를 너무 안하게되어서 어떻게 극복할지 잘 모르겠네요
이번에 재수하는데요 현역때 내가 실패한이유를 정확하게 알고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과목당 부족한것을 알 수 있을까요... 조언부탁드립니다
현역 때는 단순 시간 + 노력 부족이었을 가능성도 꽤 있음.
일단 재수하면서 열심히 해보고, 성적이 무난히 올라간다면 그대로 하면 됨. 근데 어느 순간 성적 상승이 막힌다면 오답 노트를 분석해서 내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틀리는 지 분석해야함. 분명 약한 곳이 있을 텐데, 이게 개념 부족인지 스킬 부족인지도 분석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노력해야한다는 의미임.
오랫만에 댓글답니다만,
최근 본 모든 글 중에서(학습관련)
제일 제대로 된 글이며,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짜 “쉽고 빠른”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글입니다
체력부분에 관해서 너무 공감가네요 ㅠ작년 10월에 허리디스크 판정받고, 그 중요한 막판에 집중이 거의 안될정도로 아파서 공부를 1년중에 가장 많이 못했어요 그렇게 1년동안 들이부었던 노력이 수능날에 무너지더군요 수험생분들 제발 건강관리 좀 해요 ... 전 재수를 시작했지만 허리디스크가 악화돼서 거의 누워서 지냅니다 병원에서 주사랑 치료를 일년동안 받아야 한다는데 사실 올해도 제 몸이 버텨내줄지 막막하네요 ,,
진짜 몸 때문에 작살난 후배들이 한두놈이 아님... 내가 남 동정할 처지는 아니긴한데... 몸 관리 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먹어... 지금까진 괜찮았거든.
생애 처음으로 자기 몸의 활력이 떨어지는 시기를 맞닥트린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심각성을 모름. 님은 부디 이번 년에는 성공적으로 몸 회복하시고 좋은 결과 얻으시길 간절히 바람.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력의 질 파트가 정말 .. 깨달음을 주는 거 같아요 그동안 떠먹여주는 대로 너무 쉽게 살려고만 한 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현역시절에 한 과목이 너무 심한 구멍이라 (타 과목이 1일 때 그 과목만 끄트머리2등급에서 3등급 정도였어요..!) 그 과목은 다시 안 볼 생각으로 대학에 왔더니 결국 고등학교 공부가 대학공부의 기반이라서 공부를 해야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까 피하게 되고 고등학교 때 그 과목을 잘 못 끝냈다는 점에서 계속 스스로가 위축되는 거 같아서 수능에 다시 도전하려고 하는데, 이런 마음으로 도전해도 되는걸까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해야 할 준비인데 안일한 생각으로 뛰어드는 거 같아서 한심하면서도 자꾸 미련이 남네요ㅠㅠ
으음... 빈말로라도 추천은 못하겠네요. 대학 이름이나 학과가 아닌 단순히 한 과목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러시다면 말이죠.
롤 비유에서 소름..
제가 66466인데 독학재수하면서 인강 병행하려고해요 근데 수능 틀을 잡아주는 선생님이 안계셔서 좀 그런데 독학 학원 어떤가요ㅠㅠ
66466이면 객관적으로 공부를 거의 안 해 본건데 스스로를 믿지 못하겠으면 그냥 재종반에 몸 담구는 것도 평타는 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더라도 수업만 따라가고 딴 짓 안 하면 3등급까지는 무난히 올릴 수 있을테니까요. 독학 학원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3편에 쓰겠지만 과목 간의 공부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여쭈고 싶은 것이 있는데, 쪽지 드려도 되나요?
주셔도 됩니다. 다만 매일 접속하지 않아서 답변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ㅇㄷ
정말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제가 고3 때 느꼈던 내용이 많이 써 있네요...
이 글을 올해 재수하는 내내 생각하면서 재수할께요 감사합니다
고3때 진짜로 열심히 공부 시작하고 전에는 진짜 설렁설렁했었는데 인강 많이 듣고 복습도 다 하긴했지만 4월부터 11월까지 빡공하긴했지만 45443가형생지로 망했거든요ㅠㅠ과탐도 고3때 처음했고 수학은 6평땐 3나왔는데 수능에 조졌고 한데 정말 누가봐도 열심히했었는데 성적이 안나와서요..
제가 공부한시간이 적어서도 있고 공부방법이 잘못된거겠죠?참고로 지금 재수생입니다 재종다니는
전 항상 게임할 때 벽을 만납니당. 롤 다야2티어인데 그 벽에 대해 왜 벽이 잇지? 뭐때문이지를 생각하고 그 벽을 어떻게하면 극복할수잇을지 생각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면 챌린져를 가는 듯. 근데 난 프로할 생각읎어서 시름 히잉
와... 진짜 시간이 절대 해결해주지 않는 거 같습니다. 노력을 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거지.. 이상한 경험만 쌓고 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결과는 그대로네려
ㅇㄷ
ㅋㅋ ㅋㅋ ㅋ ㅋ ㅋ ㅋ ㅋ ㅋㅋㅋㅋ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