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이야기 1편 - 일관성과 신념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24250945
우선 이 시리즈를 새로 연재하기에 앞서 당부드릴 것이, 삼국지는 낭설과 설화, 기록과 사실이 대단히 혼재되어 있으며 어떤 매체는 연의(재미를 더 추구한 소설)와 정사(연의보다는 객관적 역사 기록을 지향)의 다양한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되어 출판되어 있습니다.
필자 또한 모든 사실과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을 할 수 없으며, 되도록 사실을 추구하면서도, 가상의 이야기 또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면 다루어 볼 것입니다.
삼국지의 대략적인 큰 스토리는 아주 유명하게 잘 알려져 있기에 세세하게 걸고 넘어가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칼럼보다는, 제가 나름 고민하고 다른 사람을 통해 습득한 가치있는 관점을 소개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저마다 가치관과 인생관을 정하고 삽니다. 어떤 사람은 딱 필요한 만큼의 노동만 하며 나머지 시간을 즐거운 여가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물질적인 성공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집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누구는 쓸데없이 싸우는 것을 싫어해서 언행을 항상 조심하기도 하고, 이 외에도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할 것입니다.
삼국지에서도 내로라하는 영웅과 장수들에게도 일정한 가치관을 찾을 수 있으며, 각자 인물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최선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촉나라와 위나라를 비교하며, 인물로는 한국 학생들에게 선망이 되는(워낙 똑똑하니까) 제갈량을 들어보겠습니다.
(제갈량은 유비의 신하를 대표하는 인물로 뛰어난 수준의 행정능력을 보여준 인재입니다. 엄청나게 똑똑하다고 알려져서 웬만한 학생들이 선망하며 필자 또한 그랬었습니다)
제갈량은 유비를 따라 젊은 나이에서부터 동고동락하며 삼분지계라는 큰 틀을 제시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겨 익주에 '촉'이라는 국가를 세우게 됩니다. 이 촉이라는 나라는 조조에 의해 몰락한 한나라(유방이 항우와 싸워 건국한 나라)의 계승을 표방하는 명분으로 세워지게 됩니다.
삼국지의 초기에서부터는 한나라는 쇠퇴한 국력으로 제후들과 신하들에게 심하게 흔들리는 나라였고, 점차 강성한 제후들이 국가를 세우고 나눠지게 되면서 결국 멸망합니다. 정확히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위나라를 건국하게 되죠.
한나라 황실의 후손을 자처한 유비는 이러한 행태를 역모라고 생각햇으며 한나라를 다시 일으키고 부흥시킨다는 이념으로 익주를 점거합니다. 그리고 위나라와 촉나라 외에도 오나라 또한 건국되어 중국 대륙은 3개의 국가로 균형을 이룬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영토의 넓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력이나 생산력, 자본력은 위나라가 압도적으로 강했으며 촉나라는 쉽게 말해서 조금 비옥한 시골을 차지한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제갈량은 국력 차이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명분으로 내세운 한나라의 부활을 위해 지속적인 북벌을 감행합니다.
(단순히 영토 넓이를 보면 비등비등한 것 같으나 아직 오나라가 차지한 강남은 개발되지 않은 낙후지역이었고, 촉나라 또한 험한 산세로 둘러싸여 방어에는 유리하나 명백한 국력의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북벌로도 위나라의 국력차이는 어쩔 수 없었으며, 위나라 또한 제갈량에 버금가는 뛰어난 인재(사마의)를 중용하여 방어합니다.
이미 실질적으로 제갈량은 촉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실권과 책임을 지고 있었으며 훗날 지나치게 몸을 혹사하여 과로사하였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만큼 제갈량이 뛰어났기도 했으며 촉나라에는 다소 인재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유비를 이어 촉나라의 2대 황제가 된 유선은 능력은 다소 뒤떨어지는 군주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갈량은 충분히 유선을 몰아내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며, 이미 강력한 실권을 쥐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왜 제갈량은 유선을 몰아내지 않았을까요? 단순히 충성심이 강해서? 그런 점 또한 있겠지만 저는 더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촉나라가 건국된 명분과 이념 때문이었죠. 아까 말했듯이 촉나라는 한나라의 부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건국되었으며, 한나라를 멸망시킨 위나라를 역적으로 생각해서 공격했습니다. 반면 위나라의 건국 논리는 촉나라와 달리 합리주의였습니다. 강력한 사람이 황제가 되는 것이 당연하며, 쇠퇴하고 약한 국가는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였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국력은 분명 위나라가 더 강했으나 촉나라는 대의명분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벌을 감행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제갈량이 유능하고 더 강한 실권을 쥐었다는 이유로 촉나라를 꿀꺽하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는 촉나라의 건국 이념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내부적으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결국 힘의 논리에 따라 위나라에 굴복해야 한다는 모순에 직면합니다.
(실질적인 위나라와 촉, 오나라의 국력차이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위나라는 대세와 합리, 힘의 논리에 따라 세워진 나라였고 이런 질서 속에서 촉나라와 오나라를 먹으려고 했습니다
http://gezip.net/bbs/board.php?bo_table=horror&wr_id=20493 )
위나라는 강대했기 때문에 결국 촉나라를 멸망시키고 점령합니다. 그러나 위나라는 힘의 논리로 흥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힘의 논리로 망합니다. 위나라 황제로 아주 어린 나이의 조방이 황제가 되었으나 외척과 신하의 권력에 휘둘렸고, 결국 이는 사마의의 아들들이 위나라를 먹습니다.
사마의의 아들들이 위나라를 먹은 후 다시 그 아들이 위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건국했으며,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켜서 삼국통일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이 진나라도 삼국통일을 완수했다는 성공에서 긴장이 풀려서 그랬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민족에게 다시 중국 대륙이 침탈당하고 5호 16국이라는 불지옥 카오스가 열립니다.
(결국 삼국지의 승자이자 천하통일의 주인공은 위나라도 촉나라도 오나라도 아닌 진나라였다는 아이러니. 힘의 논리에 따라 진나라도 위나라를 멸망시켰으며 또 진나라 스스로도 힘의 논리에 따라 이민족에게 나라가 뜯깁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간과 인생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각자 자신의 성격과 생존 방식을 확립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환경의 영향을 받아 고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생존과 안정에 유리한 사고방식을 체택합니다.
그런 면에서 필자의 친구들이나 스승님들은 저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에게 강요를 한다던가 그 가치관을 폄훼할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각자의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논리의 우수성 보다도, 논리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력으로 강한자 무력으로 망한다'라는 말처럼, 결국 일관된 논리에 따라 자신이 성공하기도 하며 반대로 실패하기도 합니다. 무력을 통해 성장하고 나라가 세워진 위나라는, 마찬가지의 논리로 더 뛰어난 사람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멸망했죠.
만약 상황에 따라서 신념이 뒤죽박죽 바뀌어 버린다면 이익은 챙길 수 있겠으나 누구도 신뢰하고 신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융통성 또한 중요하지만 결국 큰 틀이자 기준이 되는 신념은 튼튼해야 안정됩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아도 개인적 차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저는 여태 학습이론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일관된 풀이전략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좀 더 확장해보면 역시 이 일관성이라는 것은 중요한듯 합니다. 내로남불, 이중잣대를 신뢰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전쟁사 시리즈(약 11편 예정)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삼국지 이야기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4
고마워요
-
노래방이나 갈가
-
좆망인생 0
지잡갈거면 그냥 빨리 자살해서 사망보험금은 못 챙겨도 부모님 노후자금 그만 쓰게하는...
-
언매 미적 사탐 조합
-
대부분의 입결표가 gs로 표시되잖아요. 그거 볼 때 백분위대학은 백분위 누백으로,...
-
가는게 맞나요?
-
자동완성이 케리아를 자꾸 캐리아로 바꿈
-
엊그제까지만 해도 좀 괜찮게 나왔는데 오늘 진학사 텔레 메가 고속 다 돌려봤더니...
-
화확쌍지 실채컷 뜨면 이정도로 나올 거 같은데 고대.. 갈 슈 있겠지?
-
빨간머리 해적단 서열3위는 누구임.야솝vs럭키루 누구?
-
로스쿨 생각 중입니다 어디가 더 유리할까요? 단지 취향차이인가요? 문과인데 공대...
-
경희대 정시 환산점수 543 나와요 수시 중경시홍 썼는데 떨어지면 정시가야할듯요...
-
.
-
바램6일차 0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면 그게 이루어진대요 지구 37 2컷 6일차
-
도란 케리아랑 0
같은 팀 했어서 그런가 뭔가뭔가 비슷하네 키는 아닙니다
-
페인전은 진짜 전설이다
-
수학은 정병호날두로 만점 갈겨버리고 영어는 슨티로 딱 90점 쟁취하고 사탐은...
-
기분 안 좋으면 나도 느낄정도로 티나는데
-
제목들 기출 풀어보신 지문 중 최고난도/정말 잘 만든 지문은 분야별로 어떤게 있으셨나요?
-
우선 저는 쌩삼수로 올해 광명상가보단 살짝높고 국숭세단은 안정이 아닌 성적이...
-
공부 꾸준히해서 대학 잘 갈 자신있다고 믿음이 있는상태인데 중학교 자퇴했을때...
-
나보다잘본성적표와함께... 재릅신고는112
-
텔그는 애초에 해당안되고 진학사도 표본이 너무 없어서... 대부분 고속보고 원서쓰나요?
-
어그로 죄송합니다 강기원쌤 미적 정규는 들을거고 이동준쌤 공통을 들을지 강기원쌤...
-
고등학교 자퇴 언제하지 13
작년 중3때 본 수능성적이 언미물지 80 85 3 93 95고 올해는 1학기에는...
-
현역 때 문돌이여서 한지 1 세지 2였고 고2 사문 수업 들었을 때 사문도 나름 잘...
-
셋 중에 누가 국어를 제일 잘하나요?
-
ㅈㄱㄴ 그냥 평범하게 애니프사 달고 공부 질문만 하는 계정이라 안 걸릴 줄 알았는데...
-
자야되는데... 0
(진짜임)
-
그런게되나 한번생각한건 절대못바꿈뇨 의지가없나 타고난천성을바꾸기 가능이나할까 그것도내가
-
1CD13 0
일씨디일삼.. 1CD13 1CB13 아
-
중에 누가 제일 노래 잘 부르나요?
-
으아아아 15
제가 배경화면에 성적 올려뉴ㅏㄲ는데 그게화학이 짤려서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
-
00년생이라 지금 의대가도 전문의 37살.. 대기업 칼취했을때의 기회비용 다...
-
원래 기말 결과보고 판단하려했는데 시험 3주남기고 아무것도 안해서 차피 시험쳐봤자 거기서 거기같음
-
ㄹㅇ 언제가냐 까마득하네
-
오늘 6시간도안잤군...
-
실모의 무한굴레 1
어려운 실모를 풀었는데 점수 ㅈ됨 -> 오답을 해보니 모든 문제들이 ㅈ밥 같음,...
-
msde학과는 기계+전자+경영을 아우르는 학문을 배우는 학과로 전 수업 영어로...
-
메가스터디 환급 0
신청은 언제 하고 어디서 하는 건가요??
-
오래된 생각이다
-
오르비가재미없어 12
쓸어그로소재도 다떨어져버림
-
근데 다들 향후 계획이 군대라고 한다. 아마 나도일지도 모른다. 겨울이었다...
-
휴학 반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견 좀 알려주세요 1
전 지금 20살 여자이고 내년에 1년 휴학한 후 반수 공부를 다시 해보려고 해요!...
-
아무도 안 풀겠지?
-
선착순 전형 (국/수/영/과탐(1) 4과목 중) [수능] 3과목 합 6등급 이내...
-
아 따가워
-
고1 정시파이터이고 학교 다니는 이유가 진짜 재밌어서 말고는 없는데 2학년때...
-
재수하려고 해서 12월부터 학교 안나가고 공부하려고 하는데 안나가려면 그냥...
오.. 정주행중인데 잘 읽었습니다. 생각해보기에 좋은 글인데 왜 아무런 댓글이 없을까요.. 오르비에 이런 글들을 재발굴하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팔로우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