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87066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2-01 09: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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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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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입니다. 한번 예전에 쓴 단편 소설을 올려봅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집이 있었다. 집은 소박했지만 컸으며, 마당에는 청학이 와서 놀았으며, 잔잔하게 글을 읽는 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 이 집에는 유불선 삼교를 통달하고, 당대 최고의 거유(巨儒), 성현(聖賢)으로 불렸으며, 조정에서 수차례 벼슬을 제시했지만 거절한 학자가 홀로 독야청청하고 있었다. 나라를 통틀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지만,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맹을 초월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찾아왔다. 스스로 동방에서 왔다고 하는 그는 성현에게 공맹의 도를 전해줄 것을 청했다. 처음에 성현은 동이의 자식에게 도를 전해줄 수 없다 생각했으나, 고공단보도 서융의 땅에 있었는데 무엇이 문제라 생각하며 허락했다. 


 나그네는 성현과 함께 삼자경부터 시작하여 주역까지 공부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나그네의 수준은 점점 향상되는 것이 보였고, 성현과의 진지한 대화도 나누며 점점 공맹의 도에 가까워졌다. 그동안 성현의 집은 대나무 숲이 훨씬 울창해지고, 마당에 청학은 몇 마리 늘었으며, 집도 커졌다. 


 성현은 이제 그에게 정주의 도와 육상산의 도를 가르쳐도 된다 생각하여 주자와 육상산의 주장을 가르치며 두 주장의 옳고 그름을 논하였다. 

 두 대학자의 도를 공부하면서 그는 자꾸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인(仁)이 리(理)인가? 인을 가지려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모든 사람이 음양의 화기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이는 모순이 아닌가? 결국 사대부들만 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평민들은 무엇인가?

 또, 사대부들은 왜 4대를 제사지내는가? 이것은 공맹께서 정해주신 것이 아니라, 주자가 인위적으로 정한 것이데, 왜 4대봉사를 하여 자원을 낭비하고 여성을 고생시키는가?


그는 자신의 의문을 풀지 못했고, 스승의 인도에 따라 맹자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맹자를 강독하며 그는 그의 왕도정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스승에게 질문을 했다. “맹자는 전국시대의 혼란기에 주장을 펼쳤는데, 만일 전국시대의 군주가 실제로 그의 철학을 받아들여 왕도정치를 했다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이 그들의 국민들이 그 군주를 버리고 덕을 가진 군주를 쫓아가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덕으로 감화하다가 무력으로 치면 그 덕이 아무리 높다한들 패배할 터인데, 과연 왕도정치가 답이라 할 수 있습니까? 또한, 인간의 본성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몇 년전 만 해도 동이의 잔혹한 오랑캐였지만 지금은 유학을 공부해 중화의 일원이 아닙니까? 라고 말했다. 


 성현은 그를 크게 꾸짖으며 말하길, 덕이 높은 불가능한 것이 없다 하면서 민중이 좇는 것을 그 군주가 좇지 않으면 그는 군주의 자격이 없는 필부일 뿐이라면서 첫 질문에 답하고, 무력이 아무리 높다한들 대덕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말해 답을 했다. 또한 맹자의 물의 비유처럼 사람의 성질은 결국 선한 것을 쫓는 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그네는 결국 전국을 통일한 것은 진왕 정의 강한 무력이 아니었는가를 물었다. 그러자 성현이 답하길, 진왕 정은 그 무력을 가지고 있었어도 덕을 베풀지 않아 망했다고 하며 나그네에게 답을 주었다. 

나그네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 쉽사리 성현의 방에서 나가지 못했으나, 결국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하루는 조정에서 상서령이 성현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공맹의 도를 말했다. 그러던 중, 나그네가 성현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승님, 논어 팔일 편에서 누가 공자에게 체(諦)의 의미를 묻자 예학의 대가이신 공자께서는 모르겠다, 아마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천하의 일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 예학의 대가이신 공자께서 왜 답을 못하셨습니까? 라 물었다. 

 성현은 공자께서는 예학의 대가이셔도 모르시는 일은 모르시다 하였으니, 진정한 성현이라 답을 했다. 

 답을 들은 나그네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죽림으로 걸어갔다. 


 다음날, 나그네는 다시 성현에게 질문을 했다. 

 “공자께서 노나라의 태묘에 가셨을 때, 하나하나 이것저것 물어보시니, 거기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누가 저 시골뜨기 애송이를 두고 예학을 안다고 했는가? 이곳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는데 라고 말하자 공자께서 이것이 예입니다, 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승님은 이것을 보고 공자가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묻는 모습이 예라고 하셨는데, 그 예는 일상의 예이지, 태묘에서 제사하는 예를 묻고 있는데 교묘히 비켜가는 것은 오히려 예가 아니지 않습니까? 또, 정말 몰랐다면 공자께서는 어찌하여 그 명성을 얻으셨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자 성현은 나그네에게 공자께서는 겸손하신 것이라 하면서 다시 넘어갔다

 나그네는 그가 얻은 궁금증을 풀지 못해서 실망했지만, 스승이 말한 대로 논어와 춘추, 맹자를 외울 정도로 읽으며 공부를 더 했다.

 여름이 되어, 성현과 나그네는 하(河)로 유람을 나갔다. 성현을 알아본 백성들은 그에게 거북을 바치며 그를 환영했다. 성현은 웃으며 거절하며, 그것을 보고 성현은 나그네에게, 하도가 떠오르지 않느냐 물었다. 

 나그네는 바로 그렇다 라고 하고, 질문을 던졌다. 

“ 스승님, 공자께서는 하도와 봉새가 나오지 않아 자신은 끝났다고 말했는데, 하도와 봉새는 왕자(王者), 성인(聖人)이 나타날 징조이지 않습니까? 공자께서는 왕이 되시지 못하였고, 성인으로 사후 추앙받으셨지만, 공자께서 추앙하신 주 문왕과 은 탕왕께서는 성인과 왕이 모두 되셨잖습니까?

 주공 단께서는 주 성왕을 보좌했으며, 결국 노나라의 제후가 되었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공자께서는 성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 공자께서 봉조와 하도가 나오지 않아 자신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결국 만세사표 공자께서 왕을 꿈꾸셨다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까? 


 성현은 갑자기 크게 화를 내며 감히 공자를 그런 방식으로 매도하는 것이냐 말하며 자신이 동이를 교화한 10년 노력이 쓸모없게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나그네가 말하길, 공자께서도 동이에 땅에 가서 살고 싶다 하였다며 반증했다.

 마지막으로 나그네는 성현에게 질문을 했다. 


“공자는 공산불요가 그를 불렀을 제자들이 말렸으나, 공자는 나를 부르는 사람이 어찌 공연히 그러겠느냐? 만약 나를 등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동주를 만들 터인데(논어 양화). 라고 하며 가려 했으나, 결국 강한 반대로 가지 못했지 않았습니까? 역도 공산불요는 공자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예를 반역이라는 큰 죄를 저지르며 어겼는데, 공자께서는 어찌 그곳으로 가려 하였습니까?

라 질문했다. 

 성현은 질문을 받고 잠시 말을 못했다. 결국 그는 말하길, 공자께서는 큰 일(동주를 건설)을 생각하여 작은 예를 버리신 것이다. 라 답했다. 

 나그네는 웃으며 태묘의 일화를 말하며, 공자께서는 제사라는 중요한 예법을 일상생활의 몸가짐으로 답하셨는데, 어찌 공산불요의 일화에서는 반대냐 물으며, 공자도 결국 역도가 아니냐고 물었다. 

 성현은 답하지 못하였다. 나그네는 물었다. 공자가 그토록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그의 덕에 감화되 그의 정치를 제대로 실현한 나라는 없으며, 그가 왜 봉지 몇 십리도 받지 못했냐 물었다. 성현은 하(河)를 바라보며 애써 답하기를 피했다. 나그네는 비웃으며 성현에게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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