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 of Eden [83426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2-01 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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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글) 재수할 때는 대학만 바라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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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래에 대한 목표나 비전같은게 전혀 없었고.. 그런걸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내심 부러워했었다.


고3때까지는 목표가 없어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핑계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고등학생때의 나는 너무 한심한 삶을 살았었다.


자기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능을 크게 망치고.. 무조건 재수를 하겠다고 우기고..


고대간다면서 그정도 최저도 못맞추는 사람들을 비웃었는데 그건 나였지 ㅋㅋㅋ

최저를 못맞출거 같아서 면접도 대충 준비해서 갔고.. 수능성적표를 받고 재수가 결정됐었다


그렇게 재수를 하면서 제일 먼저 했던건 자기 주제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내가 제대로 수능만을 위한 공부를 한적이 없었다는걸 깨닫고.. 끊임없이 후회했다. 나름 수준이 높다는 학교를 다녔기에 주변의 대학을 잘간 친구들과 나를 어쩔수 없이 비교하고 좌절했었다. 그렇지만 그런건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걸 알고있었고,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었다. 



재수생활은 정말로, 죽고싶게 힘들었었고.. 나중에 하고싶은것도 없는데 괜히 개고생하고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현타도 자주왔었다. 그걸 그래도 버틸수 있게 해줬던건 최고의 학교 서울대를 가고싶은 희망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안에 쌓여있던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왜 그런 생각이 날 지배하고 있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주변인들의 높은 수준(내 친가 친척들은 상당히 학력 수준이 높고, 자사고를 나왔기에 주변 친구들 중에도 소위 말하는 명문대생들이 많다)으로 눈이 자연스레 높아졌었고, 내 스스로 다른 길로 먹고살기엔 별 재능이 없는걸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체능은 정말 못하고, 그래도 어렸을때부터 공부는 꽤 잘한다는 말을 들어왔으니까..



뭐 9평에서 정말 좋은 성적도 찍어보고.. 그러면서 나름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수능은 그보다는 못봤지만... 어쨌든 괜찮은 성적이었고, 정말 아쉽긴 했지만, 현역때처럼 수능후에 후회를 하진 않았다.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한걸 알기에.



어떻게 운좋게 연대에 합격하게 됐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기뻤지만, 웃기게도 바로, 난생 처음으로 뭐먹고살지?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전까지는 한번도 그런생각은 안해봤고.. 말그대로 대학만 생각했었기에 스스로도 이렇게 갑자기 생각이 바뀌는 자신이 놀라웠다.


취업이 힘들다는 문과 비상경이라 그런걸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 밀려온다. 사실 이런생각이 아무쓸모도 없는건 잘 알고있다. 지금은 좀 내려놓고 즐겨도 될텐데. 아무래도 난 그런 사람은 못되나 보다. 이러니까 인생이 고달프지.



굳이 오르비에 와서 자신보다 좋은 대학에 간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재수할때는 절대로 안한다고 했던 삼반수를 고민하고있다. 설령 삼반수를 성공해서 서울대를 가도 그다음에는 어쩔건가.. 한의대? 정말 좋지. 문과가 가질 수 있는 직업중에 최상위 티어라고 생각한다. 근데.. 모르겠다. 난 성적도 안되지만, 그성적이 되도 서울대를 갈거같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모순되게도 아직 자신의 길을 하나로 정하기는 싫은지도 모르겠다. 이과로 전과한다고 해도 2년은 잡고 해야하지 않겠는가. 현실적으로 무리가 갈것이다.



나는 대체 뭘까. 뭘 위해서 살아가는걸까. 내가 진짜로 하고싶은건 뭘까. 





























재수를 끝내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그냥 써봤습니다. 글을 정말 잘 쓰지 못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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