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224403] · MS 2008 · 쪽지

2012-02-22 0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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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재수학원생들의 테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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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개강 후



처음에 학원 분위기도 서먹하고, 좁은 교실에서 다시 수업을 듣는게 어색하다. 

반에서 떠드는 애들은 거의 없고 쉬는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는 정도? 복도에서는 간간히 각 학교 애들끼리 만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학원이 끝나고 자습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 아직 공부 자세가 안 잡히고 컴퓨터를 하던 버릇이 남아있어 오르비를 눈팅한다. 

가끔 우리반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글을 올리면 반가워하고 닉네임을 기대해둔다.

아침에 찬공기가 낯설고 내가 재수를 한다는거에 대한 감회가 느껴지곤 한다.



- 3월, 4월



차츰 학원 분위기도 익숙해진다. 

수업 들어오는 강사진에 대한 파악도 어느정도 마쳐 이 선생님은 어떤지, 저 선생님은 어떤지, 자습을 해야하는지, 숙제를 잘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끝나간다. 

반 애들도 슬슬 말을 트기 시작하고, 이제 밥 먹을 때 조용히 혼자 먹진 않는다. 

친구들의 이름도 알게되고, 한 두번 모의고사를 보면서 반에서 몇등 하던 성적표 대신 반 몇십등 하던 성적표를 받고 충격을 받게된다.

다시금 느슨해진 마음을 붙잡게 되고, 공부를 하는데에 자극이 된다.

이제 쉬는 시간에 복도에선 꽤 어수선하며, 수업시간의 긴장감도 많이 누그러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어색함이 남아있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한다. 싸이 페북 등에 올라와있는 친구들 사진을 보고있노라면 현재의 내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 5, 6월



대부분의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게 되고, 학생들에 대한 파악도 끝난다.

주위에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며 밥 먹는 멤버가 구축된다.

점점 타성에 젖게 되며, 저녁 먹고 야자를 안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6월 모의평가를 보면 현역 수능 때보다 오른 성적으로 내 목표대학과 다시금 비교해본다. 

이때 대부분은 자만심을 갖게되며, 그간 공부해온거에 대해 만족하게 된다.



- 7, 8월



반애들과 많이 친해지며, 그들과 재수생들만의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간다.

종종 술을 마시러 다니는 친구들이 있으며, 보통은 카페나 운동장 등으로 자습실을 옮겨서 머리를 식히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운동장이 있는 경우 반대항 축구(or족구) 시합을 갖게되며, 이로인해 며칠 자습을 빼먹게 된다.

더운 여름날씨에 몇몇 학생들이 결석을 하기 시작하고, 아침에 통학할때 점점 힘들어지는 걸 느낀다.

재수생이라는 신분을 잊게되고, 대학을 간 친구들과 만남도 생기게 된다. 

그들의 푸념에 대학생활이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라는걸 알게되고, 내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학기 초에 열심히 숙제 해가던 태도와는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의자에 앉아 있는게 힘들어진다.



- 9, 10월



이곳저곳 수시를 지원하고, 원서를 쓰기에 바쁘다.

모교에 돌아가 수능접수를 하고 선생님들과 몇마디 나누고 나오면서 이제 수능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학원 분위기는 점점 어수선해지면서도, 수능의 분위기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수업시간에 자습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몇몇 학생들을 학원을 그만두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마무리 학습을 하기 시작하신다.

이 때 쯤 9월 평가원을 보고, 다시 한번 목표대학에 맞춰 나 자신을 점검한다.

추석 때 쯤 내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으로 수능에 몰입되어 간다.

그간 어수선했던 마음을 다잡고 점점 긴장이 되어간다.



- 11월



학원이 종강한다.

사물함에 있던 개인물품들을 가지고 종강날에 학원 문 밖을 나오면서, 처음 학원에 오던 날, 개강날들이 눈앞에 지나간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와 마무리 학습을 한다.

몇몇 후회되는 부분들도 생기고,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주위에 지인들로부터 수능을 잘보라는 덕담과 함께 각종 초콜릿, 과자 등을 받는다.

수능 전날 친구들과 잘보라는 문자를 나누며 잠자리에 든다.



- 수능



새벽녘 어스름한 황혼을 바라보며 수능시험장에 향한다.

반에 아이들이 차기 시작하고, 작년의 수능시험장의 기억이 떠오른다.

1교시 언어시험이 시작하며 언어영역 표지에 씌여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글자를 보며, 재수생활이 다시 한 번 지나간다.

정신없이 수능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답을 맞춰본다.



- 그 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논술을 보러 다닌다.

논술이 끝나고, 수능성적표를 받으면 입시사이트를 눈팅하며 원서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수시를 합격하지 못하면 마지막까지 고심하며, 원서를 접수하게 되고, 아쉬움과 홀가분함을 느낀다.

주위에 친구들이 수시에 합격한 소식을 듣게되면, 겉으론 축하해주지만 마음 한 쪽은 쓰리다.

원서접수가 끝나면 발표일까지 시간이 남게된다.

이때 그동안 못해두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면허, 여행, 친구들과 만남 등...

여러가지 일들을 시작하지만 딱히 손에 잡히지가 않고 계속 입시사이트를 보며 내 점수를 남들과 비교해본다...











심심해서 써봐요..

뒤에는 열린 결말로 할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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