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왕 [272552] · MS 2008 · 쪽지

2012-02-27 20: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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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종로재수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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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수능을 치른뒤 벌써 3달이나 지났다.대학에 합격해서 어느새 힘들었던 시간들은 잊혀졌는데 인터넷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재수를 결심했다는 글을 보면서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난다. 이제 난 수능이라는 시험과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 되었고 서서히 재수를 했던 기억은 잊혀지겠지만 지금 재수를 결심한 후배들을 위해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고3때 11월에 수능을 끝내고 난 내가 시험을 망쳤음을 실감했다. 분명 그 전날까지만해도 주변사람들에게 기대를 받았었는데 수능이후로는 어딜가나 말하기 껄끄러운 사람이 되었었다.모든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마치 도망치듯이 난 재수를 하러 서울로 올라갔다.
 처음 재수를 할땐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수첩을 사서 하루하루 공부계획을 적었고 깨달은 점이나 다짐들을 적어두었다.이 방법이 좋은 이유는 아무리 의지가 강철같은 사람이라도 한순간 말로만 뱉거나 생각으로 스쳐버린 다짐들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공부계획을 매일 적어두면 지치고 힘들때 펼쳐보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깨닫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 재수를 하면서 내가 가장 최우선으로 세운 목표는 '수능을 목표로 공부하기'였다.어찌보면 정말로 당연한 말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보통 언어영역을 공부할때 앞에서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그냥 '그렇구나'하면서 받아적고 나중에 잊어버리지않게 한두번 복습하곤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막상 수능에가서는 직접 써먹을수 없다. 무언가를 머릿속으로만 이해하는 것과 그걸 수능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에 원리를 적용시키는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복싱경기를 여러번봐서 복싱선수의 움직임을 외웠다고 하루아침에 내가 복싱선수가 될수는 없는 것과 같은이치이다. 그래서 난 항상 무언가를 배우면 '어떻게 이걸 실제 수능에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수능에서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때문에 그런 상황을 항상 가정하고 긴장된상태에서 익혀야만 실제 수능에서도 써먹을수 있다.
  무언가를 공부했을때는 항상 그걸 적어두어서 남겨두어야한다. 문제를 풀다가 무언가 깨달았다면 항상 적어두고 외워두었다. 한순간의 생각은 마치 하룻밤 꿈처럼 잊혀지기 쉽기때문이다. 공부계획은 일주일 단위로 쪼개는게 좋다. 막연히 하루하루 공부를 해나가기엔 재수기간 10달은 너무나도 긴시간이다. 나는 일주일 단위로 공부목표를 잡고 토요일까지 공부를 하고 일요일엔 끝내지 못한 것을 자유롭게 공부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건 '자신만의 문제풀이'를 개발해야한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제일 인기있고 유익한 강의를 컴퓨터로 단숨에 볼수있다. 하지만 이런 강의를 다 듣고도 별로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왜그럴까? 사람은 절대 서로 같을수가 없기 때문이다.누군가에게 당연한것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의문점일수 있다는 말이다.그렇기 때문에 같은 설명을 듣고도 그것이 절실하게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지금의 내 글 역시 그럴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직접 공부를 해보아야 한다. 문제를 풀면서 자신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들어야지 그냥 막연히 앞에 계신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해서는 결코 성적을 올릴 수없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문제풀이를 얻어내고 익혀야한다.그리고 그것을 선생님께 가져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그리고 수능 한달 전쯤에는 실제로 수능날을 생생하게 가정해보는게 좋다.아침 몇시에 시험장에 도착할것이며,몇분뒤 화장실에 갈것이고,언어문제는 몇문제정도 워밍업으로 풀어볼 것이고, 이런것들을 세세하게 가정하고 미리 행동을 정해놓아야 수능날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수있다.그리고 또 한가지 알려주고 싶은건 수능에서 실수라는 단어는 없다는 것이다.수능에서는 맞췄는가 틀렸는가만 존재한다.(수능이 끝난후 다들 느꼈을거라 생각한다)그러므로 공부를 하면서도 실수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야한다.
 재수학원이란것은 절대 수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곳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건 학생관리인데, 절대 학원에서 못나가게하고 지각도 못하게하고 떠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불편할수는 있으나 내 성적에 있어서는 조금도 불이익이 없다는것을 알아야한다. 난 그런 관리가 맘에 안들때는 내가 왜 여기서 공부를 하는지를 생각했다. 학교보다도 종로학원이 학생관리가 엄격한건 날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하는 현역들보다도 공부를 잘해야 하기때문이다.
 재수학원에 계시는 선생님들과 인강 선생님이 다른점은 재수학원 선생님은 내 앞에 있다는 것이다. 내 앞에 실재하신 선생님께는 정말 마음껏 모르는것을 질문할수있고 사소한것 조차도 확인차 질문할수있고 왜 내가 점수가 안나오는지조차도 질문하고 대화할수 있다는것이다.언어성적이 가장 낮아서 고민이었는데 수능때 성적을 끌어올릴수있었던건 언어선생님께 끈질기게 질문드렸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아무리 소심한 성격이라도 선생님께 무조건 질문드리기를 추천하는데 왜냐면 나 역시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설명하신걸 받아적고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선생님께 혼자 풀어본 기출문제를 질문드렸는데 전에 설명하셨던 똑같은 원리를 적용시키는걸보고 비로소 난 그걸 내것으로 만들수 있었다.(수능 일주일 전이었는데 그것이 내 언어영역에서 마지막이자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생각한다.수능에서 언어를 잘본건 그 순간 선생님께 질문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수를 하는건 정말 무척이나 힘들다. 난 지방에서 왔기때문에 학사에서 살았는데 금요일에 학원이 10시에 끝나서 학사로 걸어가면서 내 눈에 비친것은 퇴근한 직장인들이 술에취해 비틀거리면서 서로 택시를 잡아주는 모습이었다. 소위 사회생활이라는것을 하는 어른들을 보며 난 한없이 부러웠다.그리고나서 학사의 좁은 독방에 자려고 누울때는 자신이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를 위해서 할수있는건 뭘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답은 공부였다.재수를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힘든 시간은 어쨌든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이 할수있는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그리고 과정과 결과는 정확히 구분해야한다. 모의고사는 정말 수능과는 다르다. 모의고사 몇번에 일희일비하는건 진짜 바보같은짓이다. 대학은 수능으로 가는것이다.점수가 중요한건 수능뿐이지 모의고사는 아니다.모의고사에서는 '무엇을 고민하여 틀렸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문제는 틀리지 않는다'라는 것만 깨닫는 것이 전부다.아무리 재수기간이라도 1년에 며칠정도는 놀 수 있는법이다.세상에 재수하면서 1년에 단 한번도 쉬지않고 공부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고,공부시간이 수능성적에 비례하지도 않았다.(내 경험상)어쩌다 한번쯤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수도 있기때문에 자신이 지치지 않도록 잘 노는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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