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쪽빛 [310160] · MS 2009 · 쪽지

2012-04-22 22:19:08
조회수 1,989

개와 돼지의 차이, 그곳에서 계급을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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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어떤 의도로 <돼지의 왕>을 구상하게 됐나요?

계급사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계급사회 하부구조에
대해서요. 그 동안 상위층의 비리와 속성을 말한 작품은 많았잖아요. 하부구조를 다룬 작품도 없었던 건 아닌데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는 데에 그친 게 많았죠. 저는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1차고, 2번째로는 관객이 그 세계에 푹 빠져서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그대로 체험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들, 밑바닥의 인생을 대할 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너도 열심히 살면 되잖아 하는 식인데, 실상 들여다 보면 노숙자 한 명 한 명도 다 그들의 사연이 있거든요.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벽을 느껴보지 않으면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절대 알 수 없죠.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잔혹스릴러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폭력성의
정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자살, 고양이 난자 등 실사 영화에서는 다루기 힘든 장면들을 묘사하지만 무작정 잔인하다고 보이진 않았어요.
내용이 더 잔혹했죠.


비주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어요. 계급문제라고 하는 게 잘못하면 굉장히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시나리오 쓸 때부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그래서 작품적으로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영화처럼 줌도 자주 사용하고, 끝부분에 반전도 넣었어요. 다소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도 넣고요. 타이트하고 쏙쏙 들어올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너무 디테일하게 가면 어렵다고 봤어요. 제작비의 문제도 있으니까 세세하게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센
이미지의 연속성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죠.





수위는
어떻게 조절했나요?


<지옥>이라는 작품을 할 때 산채로 사람의 살갗을 벗겨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것 때문에
등급보류가 난 적도 있어요. 그 영화에 비하면 <돼지의 왕>은 크게 잔혹한 장면은 없는 편이죠. 원래 잔혹스릴러 장르로 생각하고 만든
것도 아니었고요. 드라마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조금 수위가 높아진 거예요.

계급을 개와 돼지로 나눈 발상이 신선했어요.


이번 작품을 떠나서라도,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기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이 있었어요. 사실 지능은 개보다 돼지가 더
높거든요. 그런데 어떤 동물은 친구고 어떤 동물은 식량이 돼버리니까 이건 이상하다 싶었죠. 작품을 쓰면서 계급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인간
사회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월급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을 만큼 다 주는데 왜 데모질이야’ 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먹고 사는
거 외로도 불필요한 것까지 아무렇게나 낭비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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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쪽빛 · 310160 · 12/04/22 22:19 · MS 2009

    개인적으로 볼만한 한국 에니메이션영화였습니다. 추천드릴께요.

  • 딱딱한초코칩 · 354632 · 12/04/23 00:05 · MS 2010

    "우리는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들, 밑바닥의 인생을 대할 때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너도 열심히 살면 되잖아 하는 식인데, 실상 들여다 보면 노숙자 한 명 한 명도 다 그들의 사연이 있거든요.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벽을 느껴보지 않으면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절대 알 수 없죠. "
    보면, 인생 쉽게쉽게 굴곡없이 살아서 쟤는 왜저러지? 하고 다른 사람 전혀 이해 못하는 사람들 종종 보게되는데 너무 답답해요

  • 슈곰 · 217452 · 12/04/23 00:48 · MS 2007

    공감합니다
    얼마전 삼성에서 일하다가 납때문에 암걸리신분 기사에
    자기가 공부못해서 생산직 간거면서 멀 불평해
    그니까 공부열심히 해서 사무직 가지
    라는 댓글이 엄청난 공감을 얻는걸 보고 완전 쇼크먹었습니다

    거기 댓글 대부분이 저런내용이었고
    추천수도 천이 넘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