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증식의 속도계, CA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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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대수(The Wealth Algebra) 2편: 부자가 되려면 잘 해야 하는 계산
(5) 자산증식의 속도계, CAGR
이번 글은 숫자감이 없는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 가시면 앞부분은 대충 읽어 넘기고
마지막 부분 72의 법칙 정도면 건져 가셔도 됩니다.
자동차의 속도가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증가할지*를 가늠하게 해줄 지표로
(*dv/dt 즉 가속도에 가까운 값)
대시보드의 RPM 계기판이 있다면,
부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할지 나타내주는
그에 상응하는 지표는 CAGR(연평균수익률)입니다.
CAGR은 주어진 기간 동안 부의 변화율을 시간으로 기하평균한 값이라고 대충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가령 3억원의 자산이 17억원으로 증가하는데 소모된 시간이 3년이었다면,
CAGR = (최종값/시작값)^(1/년수)-1
= (17억/3억)^(1/3)-1 = 0.7828 = 78.28% 입니다.
(x^y는 x의 y승 곧 xy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제곱근 연산(1/n승)이 들어있어 조금 낯설고 암산을 하기가 어렵지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쉽게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가령 Mac에서는 command+space로 spotlight를 호출해 수식을 입력하면 결과가 바로 뜹니다.
숫자 입력하고 확인하는 데까지 2~3초면 되죠.
또는 Siri에게 그냥 수식을 목소리로 불러줘도 됩니다.
원래는 Windows에서도 windows 키를 눌러 좌하단 이동 후 수식을 입력하면 즉시 결과가 뜹니다.
(단, 미국판에서만. 한국판에서는 기본 설정으로는 안 됩니다)
아이폰의 계산기는 기본 상태로는 할 수 있는 연산이 거의 없지만
폰을 옆으로 눕히면 갑자기 유용해집니다.
계산기의 ( 와 ) 그리고 x^y 또는 y제곱근x 와 같은 버튼을 이용하면
제가 위에 적은 수식도 아이폰에서 간단히 계산할 수 있죠.
사실 계산기 앱을 띄울 필요도 없이,
아이폰 홈 화면을 아래로 스와이프해서 뜨는
아이폰의 검색창(spotlight)에 그냥 수식을 바로 때려넣어도 됩니다.
반대로 일정 목표치를 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CAGR을 계산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1억원을 15억원으로 5년만에 불리려면 몇 %의 CAGR을 달성해야 하는가?
와 같은 질문이죠.
약간 더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매년 71.9% 정도 수익률을 5년 동안 유지하면
5년만에 1억원이 15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즉 자산이 증식하는 속도를 자유자재로 예측하고 계산하려면,
지수와 로그 연산에 대해서도 사칙연산처럼 익숙해지면 좋습니다.
밑이 10인 상용로그를 큰 숫자에 붙이면
모든 큰 수들이 간단히 접근할 수 있는 작은 수로 변하죠.
로그 연산을 해서 나온 숫자를 더하면,
일반 연산에서 곱한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모두가 배웠을 것입니다.
밑이 10인 상용로그를 2, 3, 7에 붙였을 때
각각 .3010, .4771, .8451이 된다는 것을 외워놓으면
(* .3010은 0.3010과 같습니다. 종종 컴퓨터공학에서는 편의상 소수 앞의 불필요한 "0"을 생략해서 0.3을 .3, -0.3을 -.3 같이 적는 경우가 있는데요, 제가 이 방식이 손에 익어서 모든 원고를 이렇게 적어놓은 관계로 그냥 앞으로는 0이 없는 소수 형태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CAGR과 같은 계산들을 암산으로 하는 데 편리하죠.
4, 5, 6, 8, 9 는 각각 2^2, 10/2, 2x3, 2^3, 3^2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유도하면 됩니다.
2log2, 1 - log2, log2 + log3, 3log2, 2log3 같은 식이죠.
자꾸 반복하다보면 어차피 외워지지만요.
가령 log15는 log3 + log5 = log3 + log10 - log2 이고
따라서 .4771 + 1 - .3010 = 1.1761 일 것입니다.
복리로 5년만에 15배로 도달하려면
1.1761 / 5 = 대략 .235일 것이므로
매년 10의 .235승 만큼 자산이 늘어나면 됩니다.
10^.235를 계산해 보면 1.718배로, 71.8%라는 위 수익률과 비슷하죠.
10^.235를 암산하기는 어렵지만
log 연산이 암산으로 되면 계산단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사실 10^.235를 계산하지는 못해도, 10^.3010 = 2 이므로,
.3010/.235 ~ 1.3인 것으로부터,
대략 1.3년마다 2배로 자산을 불리면 된다 정도는 암산으로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로그 연산을 쉽게 할 수 있으면,
전편에서 다룬 “부의 등급”을 넘나드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지도 손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령 100억원은 log(밑이 10인 상용로그)를 붙이면 10, 1000억원은 log를 붙이면 11로
서로 1만큼의 차이가 나는데
매년 25%씩 자산을 불릴 수 있다면,
log(1.25) = log10 - 3log2 = 1 - 3 x .3010 = .097 이므로
1/.097 = 10.3년 후에 다음 등급으로 이동하는 속도로 자산이 증식되고 있는 것이죠.
밑이 10인 로그가 상용로그, 곧 "常用(=일상적으로 늘 씀, common)"인 이유도
이렇게 일상에서 편하게 쓰라고 붙여놓은 이름인 것입니다...
아무튼 계산기를 써서라도 어떤 값을 1/n승 하는 연습,
10의 n승을 계산하는 연습을 자꾸 하다 보면
“자산증식의 속도계”인 CAGR이라는 지표에 매우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쯤 이런 표정을 짓고 계실,
이과적인 마인드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을 위한,
72의 법칙 혹은 69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연수익률이 n% 이면,
그 수익률을 유지해서 자산을 2배로 불리는데 72/n 년 혹은 69/n 년이 걸린다는 법칙입니다.
가령 연수익률 8%를 꾸준히 유지하면
자산이 2배로 불어나는데 72/8 = 9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위에서의 계산으로 검증해 보면,
10^(.3010/9)-1=.08005로,
9년만에 자산을 2배 불리려면 필요한 수익률은 8.005% 이므로 꽤 정확합니다.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4%이면 72/4=18년,
6%이면 72/6=12년이 소요됩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수익률이 10% 이하 한 자리 수일 때에는 72/n의 법칙이,
그보다 클 때는 69/n의 법칙이 조금 더 정확합니다.
위의 지수와 로그를 넘나드는 계산이 난해하게 느껴진다면
여기 이 72의 법칙만 건져가셔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수익률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나오는 이야기가
n%를 잃고 n%를 다시 벌면 원금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가령 10%를 잃고 10%를 다시 벌면 1% 손실입니다.
잘 와닿지 않으면 50%를 잃고 50%를 벌면 25% 손실과 같습니다*.
(*순서는 상관 없음. 50%를 벌고, 50%를 잃어도 마찬가지)
50%를 잃은 것을 회복하려면 100%를 벌어야 합니다.
간단한 계산이죠.
100에서 50%를 잃으면 50이 되는데,
이걸 100으로 만들려면 2배가 되어야 하니까요.
이것 역시 로그를 붙여서 보면 아주 쉽게 다가옵니다.
50%를 잃는 것은 1/2를 곱하는 것과 같으므로
log(1/2)= -log2 = -.3010 입니다.
이걸 만회하려면 +.3010 이 필요하죠.
곧 10^.3010=2(배)가 필요합니다.
반면 50%를 더 얻는 것은
log(1.5) = log(3/2) = log3-log2 = .4771-.3010 = .1761이죠.
.3010을 빼고 .1761을 더해서는 0까지 못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번 글은 너무 이과스러워서 읽기 괴로우셨죠?
다음 글에서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주제를 다루겠습니다.
4차산업 시대에 부자가 되려면 무슨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6)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
2020년 부 3부작 The Wealth Trilogy 2020
- 부의 대수 The Wealth Algebra 1: 부자가 되려면 속지 말아야 하는 계산
- 부의 대수 The Wealth Algebra 2: 부자가 되려면 잘 해야 하는 계산
(2) 김정은이 죽으면 어떤 자산이 제일 먼저 폭락할까
(4) 자릿수가 계급이다 (The Order of Magnitude is the Orders of Wealth)
(5) 자산증식의 속도계, CAGR
(6)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해 무슨 공부를 해야 하나
- 부의 국경 The Border of Wealth: 권력은 왜 비트코인을 혐오할까
- 현금의 추락 The Cash Crash: 부동산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고 있을까
이 글에서 이따금 괄호 안에 굳이 영어를 제가 적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어떤 추상명사를 한글로 표현했을 때 그 한글 단어의 의미, 함의, 외연이 영단어의 그것들과 서로 다를 수 있을 때, 혹은 영단어 형태로 더 널리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될 때 그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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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28.gif)
생각해야 하는 숫자의 체계 자체를 바꿔야겠...몇달정도 쓰시다보면 책 한권정도 나올듯 ㄷㄷㄷㄷ....
맞습니다.
지금과는 금리가 많이 차이가 나는 상황이긴 하지만 11년 전에 제가 쓴 글 ( https://orbi.kr/0001839256 ) 에도
"이 글을 읽는 절대 다수의 분들은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해서 투자해도 제가 언급한 6%의 연 평균 자본수익률에서 +2%p 이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즉, 평생 동안 평균 8% (혹은 물가상승률 +5%p)의 자본수익률을 발생시킬 수 없습니다."
라고 한 내용이 있죠.
일반적인 투자로는 장기간에 걸쳐 8~10% 이상의 CAGR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11년 전에는 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불가능은 아니고, 힘들어서 그렇지 되긴 합디다 .. 제가 해보니)
두 자리수 %의 CAGR을 유지하려면 사업을 잘 일으켜 자기 자본 대부분을 사업체에 태워서 ROA(return on assets)를 두 자리로 유지해야 하겠죠. ROA가 두 자리%인 사업체는 많이 있으니까요.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34.gif)
=나는 장기간동안 8~10퍼가 넘는 CAGR을 유지한 갓갓갓이다사실 연평균 6.5%로 20년을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세계 10% 안에 드는 투자자라고 할 수 있죠...
ILLUMINATI...
진지모드로 읽다가 개구리에서 터졌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첨에 보고 카걸인줄
구경 잘 했습니다!
사업말고 저자본의 roa를 높게 유지하는방법은 주식말고없을까요?
어떤 투자 수단을 이용하든 간에 사업 마인드는 필요할 것 같네요.
주식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내 돈을 대주는 것이니까요.
라끄리님은 의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내용은 언제 공부하신 건가요?
여러분들이 아직은 젊고 한창 열심히 공부를 하는 나이라 지금까지의 지식들은 주로 시험준비를 하며 쌓이게 되는데
보통 나이를 먹으며 쌓이는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연륜 같은 것은 공부나 책도 중요는 합니다만 그것만 가지고 쌓이지는 않습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직접 깨달아야 하는 것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하고, 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혼자 생각과 고민도 오래 해봐야 하고, 물론 꾸준히 읽고 배우는 것도 중요는 하죠. 긴 시간 동안 눈으로, 몸으로, 뇌로 쌓아나가고... 또 흘러나가서 잊혀지기도 하고, 또다시 붓고 쌓고...를 반복해서 형성되는 것들입니다.
멋있으십니다..
혹시 나중에 추천하고 싶으신 책 목록이나 강연(?)(혹 테드나 coursea같은 사이트에서 대학 강의를 들으신 적이 있으시면)들에 관해 글을 써주실 수 있으신가요?
.318 .3010 이런거 보고있으니까 야구가 생각나네요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라끄리님 글 읽다보면 작은 수치들의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봤자 0.5% 0.25% 수준인데 이게 왜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건지 몰랐는데 이제는 명백히 알겠네요. 이때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는 돈은 못해도 수천 억 수준일테니...
본문과는 무관한 내용입니다만 라끄리님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가 20년 뒤에는 어떻게 될거라 보시나요? 건보료를 더 걷게 될까요?
아니면 건보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민영화가 부분적으로 도입될까요?
요즘 의대 증원 관련 논란을 보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20년 뒤까지 갈 것도 없고 2년 뒤에도 건보료는 많이 오를 겁니다.
민영화는 지금 시점에서 논하기는 너무 무거운 주제네요.
어떤 지도자든 부분적인 민영화를 이야기하게 된다면
언론과 진보시민단체들이 뿔달린 악마처럼 묘사하고 비난을 넘어 비방을 할텐데
실제로는 그 사람이 솔직하고 용기있는 정치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 사실을 말해야 하고, 누군가 짐을 짊어져야 합니다.
언젠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