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0-10-12 18:56:35
조회수 10,686

수능을 대하는 태도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될수도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32623151

수능을 공부하면서 매일매일 뭔가 계획을 지워나가고


긴 레이스에서 결과를 내는 과정은 이후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어 학원 선생님이 내게 했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숙제도 안하고, 단어도 안 외워갔는데 내가 시험은 항상 잘 봤다.


선생님은 나를 남겨서 말씀하시기를,


'너의 그 재능이 지금은 빛날 수 있어도, 어떤 영역에 가면 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고, 너와 다른 과정을 밟아온 사람들은 어느 순간 너보다 훨씬 위에 있을 거다.'




그 뒤로 공부를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짜 죽을만큼 했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닌거같다.


연고대까지의 성적을 정말 빨리 만들었고


수능을 두 번이나 봤지만


한번도 서울대에 갈 성적은 받지 못했다.


뭔가를 시작할때는 남들보다 잘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내 앞에는 좋은 습관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철학과에 와서도 처음에는 학점을 잘 받았지만


아무래도 매일 고민하고 공부하는 양이 부족하다보니, 


고작 1년이 지나고 동기들은 나보다 철학에 있어 훨씬 앞서나갔다.





고등학교때 옆에서 보기에도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하지?'싶던 애들은


대학에 가서도 여전히 잘하고 있다.


나는 고등학교때 학교가 끝나면 매일 집에서 한시간씩 유튜브를 봤고


아직도 그러고 있다. 


교재 마감이 얼마 안 남았는데, 과외 끝나고 오면 한시간은 유튜브를 봐야한다.




내가 만약 고등학교때 공부를 그마저도 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래도 1년동안 매일 억지로라도 앉아서, 입에 욕을 단 채 몇시간동안 문제를 꾸역꾸역 풀던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이만치도 살지 못했을 거 같다.


지금 고3때마냥 ㅅㅂㅅㅂ하면서 교재를 마감하고 있다.





수능에서 배우는 것이 사회 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성인들이 있지만,


사실 수능과 수능에 이르는 과정도 사회 생활이다.


그때 얻은 습관과 태도를 성인이 되어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3이라는 상황에서도 못하던걸 성인이 되어서 할 수 있을까?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대학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냐?


오직 자기가 허락하는 만큼만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에 가기까지의 과정은 거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하려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다...

0 XDK (+4,200)

  1. 2,000

  2. 10

  3. 10

  4. 10

  5. 10

  6. 100

  7. 10

  8. 1,000

  9.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