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끝냄 [1006669]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27 2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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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피해자였던 재수생의 멘탈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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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시 합격해서 입시를 마친 재수생이에요! 지금 n수를 고민한다면 막연히 주변에서 힘들다고 해서, 자신감이 없어서 n수를 포기하진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수능은 못 봤지만 1년간 재수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재수에 임하면 좋은지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 아무래도 n수생 입장에 포커스가 맞춰지겠지만 예비고3 분들이 읽어도 지장 없을 것 같아요ㅎㅎ


저는 고1때 특목고에서 따돌림 당하고 일반고로 전학 왔어요. 특목고라 애들이 생기부에 얼마나 민감한지 아니까 빨간줄 긋지도 못하고 제가 그냥 떠났어요ㅜㅜ 일반고에서는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전교 10등대 정도 나왔어요. 생기부가 학교에서 제일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서 처음부터 학종 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고3이 돼서 특목고에서의 등수도 일반고 성적으로 여겨지니 20등정도 낮게 산출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도 학종은 정성평가니까 특목고에서 왔다는 걸 감안해줄 거라 합리화하고 6학종을 썼어요. 높게 썼으니까 당연히 6광탈했고, 수능도 망했어요. 저는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저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서 재수학원 우선선발반에서 수능공부를 시작했어요. 


1월부터 6월까지 참 힘들었어요. 학원에서는 수능성적을 갖고 반을 7개로 나눴는데, 저는 중간 반이었어요. 그런데 특목고 가해자 놈이 학원의 최상위 반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 3년 전처럼 학원을 떠날 수 없었어요. 가해자와 따로 만나자고 해서 그 때 못 받은 사과를 요구했어요. 그 뒤로 걔를 우연히 보면 동공이 흔들렸지만 절대 안 피하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어요. 예전에는 보기만 해도 온몸이 떨려서 도망갔는데 장족의 발전(!)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봄과 초여름 내내 열등감에 끙끙대며 살았어요. 어디나 그렇겠지만 학원에서 공부자극을 위해 낮은 반 애들을 높은 반 애들과 비교하고 높은 반은 혜택주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은 그 가해자 놈을 이기는 걸 목표로 삼고 독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전 초반에 수능공부를 바보같이 내신공부처럼 해서ㅋㅋㅋ 성적이 잘 안 올랐어요. 성적과 학벌이 이 공간에서는 전부여서 어느 날엔 한 시간마다 눈물이 났어요. (다행히 마스크 덕분에 티가 안났다는..)


그런데 7월에 심리상담을 받고,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그동안 오로지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 공부해 왔어요. 공부를 해서 대학 간 후 어떤 인생을 살 건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었어요. 조언을 듣고 제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서 미래를 열심히 그려봤어요. 그리고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어요. 제가 지향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이었고, 무엇보다 학폭을 방관하던 과거의 담임을 반면교사로 삼아 학생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확실한 동기부여 요소를 만든 후 공부가 전보다 재밌어진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열등감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오글거리지만ㅋㅋ스티커 만들었던거!)



저는 n수생이든, 고3이든 수험생활을 앞둔 당신이 공부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기가 있었으면 해요. 명확한 동기부여 요소가 없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백 퍼센트 무너질 거예요.


1. 69평 망쳤을 때

모의고사는 모의 시험일 뿐이라서 약점을 보완하고 수능을 더 잘 보면 돼요. 그런데 무력감에 매몰돼서 많은 학생들이 약점 파악할 기회는 놓쳐버려요. 수능과 가장 유사한 시험이기 때문에, 수험생은 수능도 이렇게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요. 이 생각의 전제는 수능 성적이 본인의 가치를 전부 결정해버릴 거라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먼저 뚜렷하게 있으면 아무리 시험을 망해도 묵묵하게 다시 일어서는 힘이 생겨요. 대학 레벨에는 위계가 있지만, 꿈에는 위계가 없거든요.

ex) ‘원래 국숭세단 정도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성적으론 광명상가밖에 못 가겠네’ 라고 생각하면, 본인이 국숭세단 성적 나오는 다른 사람보다 무가치한 존재처럼 느껴져요. 저는 그보다 ‘원래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성적으론 상명대 국어교육과 가겠네 더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2. 운 없을 때

입시에는 운이 어느 정도 작용해요. 올해 수험생들이 코로나 시국을 겪은 것도, 제가 노력한 것과 무관하게 수시가 불리해진 것도 다 운이에요. 예고 없이 갑자기 학원이 2주 간 문을 닫았을 때 많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학원이랑 동일한 스케줄로 열심히 자기통제 했어요. 그런데 그게 한 달, 두 달로 이어지니까 공부를 놓아버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결국 우르르 학원을 그만두었어요. 친구들은 이 시기에 공부에만 집중하기 심적으로 어려웠을 거예요.

저도 남들이 코로나 걸려서 방역수칙 잘 지키는 학원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조금 억울했어요. 하지만 제 꿈을 이루는 게 너무 간절해서 코로나 따위에 정신이 분산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저는 이 때도 12시간 씩 공부하는 습관을 매일 지켰어요. 집에서도 학원 같은 긴장감을 위해 마스크를 썼어요. 여러분도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운이 안 따라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고3이든 n수생이든 힘든 수험생활이 될 거예요. 하지만 가장 힘드니까, 가장 힘을 들여서 그 길을 헤쳐나가시면 좋겠어요! 응원하겠습니다 :)


(참고로 수능을 예상보다 망하고 학종으로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붙어서 교사가 될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도 좋은 학과&대학이라서 대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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