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801361] · MS 2018 · 쪽지

2021-02-16 21: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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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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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할 때 서울에서 재수학원이 개강해서 졸업식을 갈 수가 없었다.

지긋지긋해서 뭐 가고 싶지도 않았었고, 개강을 했는데 내려간다는게 말이 안 되기도 해서, 안 내려갔다. 

물론 그 때 담임이 졸업식 안 오면 졸업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준다고 협박을 했었다. 

서울 가서 재수해봤자, 너는 서울대 못 간다고 맹렬히 저주를 퍼부었던 건 덤이고. 

그래도 안 갔다. 그깟 종이 쪼가리가 뭐라고. 그리고 사실 담임 얼굴 꼴도 보기 싫은 게 더 컸다. 


학교 다닐 때, 돈 찔러준 애들이랑 아닌 애들이랑 구별해서 대우하던 담임, 

나 역시 열심히 담임한테 열렬히 차별을 당했었는데, 난 그게 차별인지도 몰랐다. 


난 이 모든 걸 재수를 시작하기 직전에 알았다. 

엄마를 통해서 담임이 학생이 아닌 돈을 위시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러지 않은 학생들은

이유없는 차별을 당하고 폭격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담임이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한 나에게도 돈을 바랬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노량진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생기부를 떼면서, 담임이 저지른 생기부 테러를 확인했다. 

행동 발달 사항에 '학습태도가 불량하며, 성실함이 부족하고, 개선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음'이라고 적어두었다.위에 '학습태도가 우수하고, 성실하며, 학업에서 재능을 보인다'는 요지로 적힌 8줄의 문장과 대비되도록. 물론 그 8줄도 모두 담임이 예전에 적었던 것이다.

그 때, 누구나 내 생기부 보고 담임을 욕했다. 미친 새끼라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복수는 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거라고 믿었고, 덕분에 열렬한 독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는 특히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기에. (어떻게 공부했는지는, 내 이전 글들에 충분히 나와있으니 생략)


그렇게 나는 그 학교 재수생 중 유일하게 우리학교를 갔고 (운이 좋게도), 충분히 많은 것들에게 스스로를 증명했다. 


그리고 어떻게 내가 우리 학교에 붙었는 걸 알았는지, 엄마에게 담임 전화가 왔었다. 

어떻게든 자기 실적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 분명 연락을 했겠지, 비열하고 비굴하게. 

그 순간, 나는 내 복수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감각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또 엄마는 담임의 연락을 받았다. 졸업장이랑 앨범 찾아가라고. 

대체 거지같아서 사지도 않은 앨범을 왜 찾아가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빠가 대신 간다고 전화 했더니 또 행정실에 맡겨놓고 도망갔다더라, 그 끝까지 졸렬한 새끼는. 


나는 그렇게 4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이걸 왜 적냐고 묻는다면,  

예전 재수할 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나 말고도 많은 수험생들이 각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을 잘 풀었으면 좋겠어서.

각자 마음에 칼 한자루씩 품고 있을테니. 

그저,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조금이나마 동기부여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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