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스데스크 [302817] · MS 2009 · 쪽지

2013-06-24 00:15:11
조회수 10,229

반수생들에게 헌정하는 격려문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3718844

* 페북을 보니 주변 분들 중에 반수를 결심하신 분들이 보여서 반수생들이 한번쯤 보고 갈 오르비에도 졸렬한 글 하나 남깁니다.

우선 고등학교(혹은 N수)라는 답답함을 벗어나 지성의 전당에 들어왔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선택하기 어려운 결단을 내린 여러분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사실 수능을 1번 더 본다는 것은, 적어도 수시와 정시의 주객전도사태 이후로는, 더러운 도박판에 다시 한 번 자기자신을 저당잡힌다는 것을 뜻해요. 더 좋은 대학이라는 배당금을 걸고요. 물론 여러분은 처음보다는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가짐으로 베팅에 임할 수 있죠.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요. 쉽게 말하자면 물량이 딸린다는 거죠. 물론 결과론적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휴학)반수생들의 시간은 그렇게까지 부족하지는 않아요. 다만 체감상, 그리고 반수를 시작할 무렵에 제빠르게 체제전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면 부족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그럼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 부족을 극복해야 할까요? 물량이 밀리면 퀄리티(하이티어, 고테크, 스킬 등)로 극복한다는 것이 자명하듯이 여러분은 질로서 승부를 봐야해요. 시간의 양이 부족하다면 '농도'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거죠. 상위권 재수생의 10시간 공부 분량을 반수생들은 5시간만에 하고 동일 시간에 재수생이 100을 한다면 반수생들은 200을 하는 식으로 말이죠. 반수생들은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정석대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에 있어 파트별로 경중을 가려서 최대한 삽질을 피하세요.

잠깐 저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저 또한 한때는 여러분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09년도 이래로 일편단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라는 목표로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뚜렷하게 생각해둔 것은 없지만 과거 문리과대학이 종합 교양의 산실이었듯이 저 또한 인문/사회/자연을 전부 다 전공해서(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빡센 학부생활을 자초하는 것이지만...ㅎㅎㅎ) 순수학문의 저명한 지성인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인 문/이과 제도와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싶었죠. 

그런데 사람 일이 마음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쌩재수를 하고(반수라도 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경희대 사학과도 안 된다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 재수를 결심했어요. 그 이하 라인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현역 재수 연속으로 서울대 자전 2연광...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하 급간에는 자전이 없거나 있더라도 로스쿨 예비학과라서 제가 생각하는 그런 과가 아니기에 서울대 이하로는 문과에서 가장 선호하는 사학과 혹은 전액 장학금을 주는 과를 썼지만... 저는 수시와는 인연이 없나봐요. 결국 영혼을 실은(?) 소신(???)지원 한 방으로 지금 다니는 곳을 합격했으니까요. 합격하고 처음에는 고민 많이 했어요. 주어진 범위(한양대 사학과 입학수석/서강대 인문계 중복합격) 내에서 입결로 대변되는 상식까지 거절해가면서 선택한 곳이라서...

이제는 그냥 다니자vs아니다. 4년 동안 꾼 꿈을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 고민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시기도 했고요... 지금이야 내가 하기나름이며 우리 과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요...

위와 같이 제가 한 때 그런 고민을 했었고 그 고민 때문에 여러분이 지금 하시는 고민이 다 이해가 가고 동감이 갑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뭐라고 하지않고 또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고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서 떠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이야기를 끝낼 때에요. 여러분은 정말 수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다시 한 번 지옥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지옥 속에서 기적을 스스로 만드셔서 후회없는 지옥도(地獄道)를 완주하세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