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화학 [74614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21-05-17 05:00:42
조회수 10,693

(공부법)기출 회독법 - 역사를 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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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에 들어가기 앞서, 사람마다 어울리는 공부법은 수만가지가 존재하고, 이 공부법이 옳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나의 방향성이고, 여러분만의 공부 계획을 세우는 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평가원 기출문제만큼 좋은 문제는 이 세상에 그 자신을 제외하고 없습니다. 솔직히 문제만 보면 사설이 더 깔쌈하고 이쁜 문제들도 존재하지만, 알다시피 평가원이 갑입니다. 작년 물리2는 참 진짜.. 솔직히 선샤인 모의고사가 문제 퀄 더 좋았음. 아무튼 여러분을 평가하는건 평가원이지 학원이나 컨텐츠가 아닙니다. 그래서 다들 기출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여러번 회독하라고 하죠. 근데 대체 어떻게 회독해야 기출문제를 골수까지 빨아먹을 수 있을까요?


일단 모든 학생들이 치는 과목인 수학을 예시로 들겠습니다(대충 비슷한 성격을 띄는 과탐도 해당되겠죠). 우선 정석이든 바이블이든 강사 개념강의든, 개념을 떼고, 쎈같은거로 기본을 다지고, 자이스토리나 엄마혀나 마플같은 기출문제집으로 들어가는게 보통입니다. 이 때가 일명 1회독, 기출 문제집 초견 상황이죠. 여러분이 초고능아가 아니라면 보통 처음 봤을땐 문제들한테 엄청 쳐맞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연히 누구나 거치는 과정입니다. 이제 문제들한테 맞으면서 풀이들을 익혀가는 과정이 1회독입니다. 이 때는 큰 생각 없이, 알고 있는 개념이랑 아까 푼 문제들에서 사용한 논리를 가지고 열심히 문제랑 싸우면서 얻어맞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면서 맷집이 좀 쎄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1회독때는 크게 바라는거 없이, 일단 열심히 풀면 됩니다. 다만 답지를 조금조금 보는건 괜찮지만 많이 보면 당연히 안 좋다는걸 인지하세요. 차라리 안 풀리면 넘어가는걸 권장합니다. 1회독때 유의할 점은 하나. 답을 너무 많이 보지 않고, 혼자 좀 생각을 많이 해 보아야 한다는것.


또 첨언하면, 첫 1회독을 대표적 예로 뉴런같은거로 하시는 학생들이 있을겁니다. 이 경우, 문제 설명을 먼저 듣는 학생들이나, 한 10분 끄적이고 안되면 현우진T 풀이 감상하는 학생들 있는데 이러면 진짜 큰일납니다. 여러분이 기출문제를 처음 봤을때 얻어맞을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날리는겁니다. 뉴런 문제를 개념 설명만 듣고 도저히 못풀겠다면 일단 쎈 같은걸 한번 풀고 오세요.


이제 2회독 이상일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가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사실 윗 내용은 다들 많이 하는 얘기고, 지금부터 할 얘기가 중요합니다.


일단 1회독(초견)을 제외하면 그 다음부턴 횟수가 딱히 중요하진 않습니다. 사실 제일 쓸데없는 질문이 기출 몇회독 해야하나요?ㅠㅠ 이겁니다. 다들 답은 알다시피, 대충 기출 마스터 했다고 느낄때까진 기출을 계속 보셔야 한다는게 정답입니다. 그 회독의 수는 사람마다 2회독일수도 있고 5회독일수도 있고요. 그래도 대충 3회독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튼, 횟수가 중요하진 않고 다음의 판단 기준에 따라 앞으로 해야 할 공부를 좀 정할 수 있습니다.


1)아직도 기출문제가 95%이상 안 풀린다(이건 정답률이 아니라, 실수 같은것들은 전부 제외하고, 풀이를 쓸 수 있냐 없냐로 기준을 세우세요)

-> 기출을 한번 더 보면서 풀이 감을 익히는걸 추천합니다. 쉬운 N제(쎈 등)을 섞어도 효과가 좋습니다. 또한, 수학 3등급 이하면 아직 무언가 개념에 결함이 있는거기 때문에 내신형 문제집(블라, 일품)등도 효과가 꽤 좋을 수 있음을 참고하세요.


2) 된다

여기서 부터 핵심입니다.

기출문제가 대부분 풀리는 상황에서는, 기출을 다시 봐도 풀이 쓱싹 쓰고 끝납니다. 이거 사실 문제 외워놓고 척추반사하는거고, 별 생각 없이 풀이만 적고 시간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차라리 n제나 실모 푸는게 더 좋습니다.

근데 저는 학생들에게 기출을 다시 보라고 말합니다(물론 n제 실모를 섞어서). 어차피 외워서 풀이 쓰는건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때부터 기출을 풀때는 여러분이 그 당시 수험생한테 감정이입, 아니 영혼을 이입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실수 계수 4차함수에 절댓값을 씌웠더니 한 점에서만 미분 불가능합니다. 이 사차함수의 개형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딱히 설명도 할 필요없는 우리의 친구 "그 개형"입니다. 삼중근이 있죠. 이건 요즘 3~4등급도 압니다.


그럼 이 사실을 12년전 수험생들이 전부 알았을까요? 이 소재는 처음 나왔을 땐 다른 조건 하나랑 더 섞여서 정답률이 꽤 낮게 나왔습니다. 요즘은 다들 맞출거라 이거 문제 못 내요.


사실 여러분이 이 개형을 알고 있던건 선생님들, 문제집 집필진들이 이 개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설을 쓰고 수업을 했고, 여러분들은 그걸 흡수했기 때문에 바로 "그 개형"을 떠올릴 수 있는겁니다. 


그럼 이걸 만약 사전지식 없이 푼다면 약간의 식 조작이 필요하겠죠. 다음과 같이 풀 수 있습니다.


1) 미분 불가능한 점을 a라 두면, 일단 (x-a)를 인수로 가진다. 얘는 차수가 1을 넘어가면 안된다.

2) 실수계수 다항식이므로 나머지 인수는 2차(허근을 가져도 된다)+1차이거나 1차+1차+1차 이거나 3차이다.

3) 나머지 인수가 3차가 아니라면 미분 불가능한 점이 하나 이상 더 생긴다. 따라서 나머지 인수는 3차이고 전체 사차함수는 (x-a)(x-b)^3이다. 


대강 정리하면 이런 논리를 거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던 학생들은, 그래프를 그리지 않고 식으로 이렇게 풀었겠죠?


즉, 기출을 연도별로 보면서 언제 이 개념이 처음 나왔는지 대략적으로 확인하세요. 그리고 그 시절의 수험생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문제를 풀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날먹풀이를 알고 있더라도, 날먹 풀이 없이 한번 혼자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면 무슨 효과가 생기냐면, 기출문제를 실전처럼 다시 복습할 수 있는 매우 큰 매리트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기본 개념에 입각해서 다시 풀이들을 정리하는 효과가 생기고요.


다만 첨언하면, 최근에 출제된 문항에서 만약 사차함수에 절댓값을씌웠다면 대충 개형으로 문제를 풀어도 ok입니다. 즉 시대상을 좀 고려해서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정석으로 가는것도 시간낭비겠죠.


계숙 수학 얘기만 했는데, 잠깐 국어로 넘어가봅시다.


1컷 84 전설의 19수능, 사실 만약 학생들이 커트라인이 84인것과 화작이 어려웠다는 사실을 알고 시험을 쳤다면 1컷 88까지도 오를거라 생각합니다. 이 때는 "화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좀 어려워봤자 까다로운 정도로만 출제될거라 생각했습니다. 화작문 15분컷이 정설로 돌아다니던 시절입니다.

 즉 이 시험은 화작에서 학생들이 줘털려서 시간 관리에 실패한 시험입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여러분들은 19수능 문제를 분석할 때, "버려야 할 문제는 버린다"라는 것과 "문제 난이도를 객관화 해서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는 걸 생각할 수 있겠죠. 



이런식으로, 여러분이 기출 문항을 볼 땐 그 때 수험생에 감정이입하고 좀 뇌피셜도 굴려서, 생소한 개념에 대해, 아니면 특이한 시험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한 수험생이 망했을지, 어떻게 대응한 학생이 승리했을지 잘 생각하면서 분석적으로 공부하길 권장합니다. 핵심은 시험/문제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 시절 학생들에 감정이입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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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초코라떼 · 997837 · 21/05/17 08:03 · MS 2020

    당연한 내용이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사실 뉴런이 너무 많이 유명해지면서 진짜 현역들은 개나 소나 다 뉴런 듣느라 뉴런 문제(킬러 빼고) 제대로 풀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듣는 애들 생각보다 많이 봄..

  • 딸기초코라떼 · 997837 · 21/05/17 08:04 · MS 2020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뉴런에서도 도구정리 등을 활용해서 숏컷으로 알려 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그 도구정리를 몰랐을 경우에 내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이런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잘 배우고 갑니다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1/05/17 12:20 · MS 2019

    좋은글추
  • 큐큐 · 1007537 · 21/05/17 12:29 · MS 2020

    유와 600번째 팔로워가 되었읍니당

  • Analysis · 830144 · 21/05/17 12:43 · MS 2018

    첫 회독 때는 혼자서 어떻게든 부딪혀보는 거하고 문제 풀이의 관점을 실전개념 관점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기본개념 관점에서도 풀어본다는 건 저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인데 생각이 비슷한 것 같네요!! ㅎㅎ

  • 많고 많은 사람중에 연준이 한사람 · 822589 · 21/05/17 14:08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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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살고 싶어요 · 898279 · 21/06/19 18:16 · MS 2019

    선생님 화학칼럼을 보다가 기출회독에 대한 걸 있다 봤는 데 "처음 기출회독(초견) 시 10분정도 보다가 안되면 해설을 본다. 이러면 큰일 난다" 이런 말이 있더군요.
    제가 딱 그랬는 데 역시 그래서 문제였나요..?
    지금 딱 6모 2등급컷인데 저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 중고로 산 N제랑 개념서는 보고 있는 데 기출을 칼럼대로 다시보면 괜찮은건가요?
    지금 너무 불안합니다 선생님 정말 괜찮은 거 맞죠..?

  • 논리화학 · 746146 · 21/06/19 19:10 · MS 2017

    제대로 다시보면 괜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