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1-06-10 0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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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수능 국어 97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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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동안 어느새 '선생님'이라고 불리면서


학생들한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가르치기만 했었는데,


요 며칠 간 제가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묻는 분들이 있어


수험생 당시의 기억들을 좀 적어보려 합니다(몇 년 뒤면 까먹을까봐).


보통은 존댓말로 글 쓰는데 요거는 썰푸는 느낌이니까 반말로 할게용







고2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을 때였나?


처음으로 '아, 이제 수능 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때는 수시로 대학을 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수능을 버릴 수는 없어서.


학교 자습실에서 80분 재고 전년도 수능(2018학년도 수능)을 풀어봤음.





처음 느끼는 느낌? 그 전에 교육청 모의고사는 1~3등급 정도였고


그냥 흐지부지 풀어서 운 좋으면 맞는 느낌이었는데


처음 마주한 평가원 시험지는 상당히 어려웠던 걸로 기억함.


90분인가 써서 70점대를 맞음.





이후에 고2 겨울방학 내내 국어공부를 함.


당시에 나는 오르비도 안했고, 암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국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운다는거야?'라는 생각이 있었음.


강의 들어봤자 도움 안될거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유명한 기출 문제집(ㅁㄷ)을 사서 독학을 시작함.




처음에는, (고3들이 대개 그러듯이) 문제 풀고, 채점하고, 각 선지의 근거 지문에서 형광펜 치는 식으로 공부함.


근데 진짜 노베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는 이성적 직관이 발동했음.


실력 느는 느낌도 안 들고, 이렇게 사후적으로 근거 찾아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 뒤로는 비문학 지문을 읽고 요약하는 공부를 해봤음.


전보다 조금 더 공부하는 느낌은 들었음.


근데 평가원 지문을 요약하다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애초에 지문 자체가 요약이 안되는거 같은거야.


물론 글의 전체적인 구조나, 문단별 요지는 존재하지만


막상 문제를 보면, 거의 모든 문장의 내용이 문제에서 활용되는 느낌이 들었거든.


요약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느낀거지.





그래서 생각했음.


'아, 요약을 할 게 아니라, 지문의 모든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머리 속에서 정리해야겠구나!'




그 이후로는 비문학 한 지문을 읽고,


해설을 보기 전에 스스로 모든 문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함.


처음에는 이게 2~3시간씩 걸렸음.




나는 다른건 몰라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강한 편인데


이건 진짜 공부가 된다는 느낌이 들더라


이 방식대로 한 달동안, 50여 지문을 분석함.





3월 모의고사 봤는데 꽤 잘 봤던 걸로 기억함.


그 전에는 국어 등수가 전교 한자리였던 적이 없는데


1등이었나 2등이었나... 암튼 그랬음.





고3 들어가고 내신 챙기면서


어찌어찌 기출 3개년 정도는 끝내고 6평을 봤던 것 같음.


그때 비문학 키트 지문에서만 두 개 틀려서 95점.





근데 이때도 국어 실력에 대해서 막 완성되었다는 느낌은 없었음.


맞춘 문제도 헷갈렸던게 있었고, 개념도 미숙했거든.


그래도 비문학은 지금 이 방법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에 사설 모의고사 1~2개씩 풀면서 기출 분석 계속 함.


실전에서 고난을 겪었던 키트 지문의 경우에는 외울 때까지 분석함.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수능 전날에 눈 감고 키트 지문 외울 수 있었음

(지문을 외우면서 공부하라는건 아님).




문법도 개념이 좀 헷갈리는 게 있었는데


강의로 몇십시간 쓰면서 문법 복습하기는 싫었음.


그래서 기출 문제 풀고, 문법백제라는 어떤 선생님 N제를 풀면서 문제로 개념 복습함.




이 무렵에 오르비도 알게 되었는데


피램님이 이때 오르비에 꾸준히 자기 해설을 무료로 올리고 계셨음.


그거 다운 받아서 봤는데, 당시에는 그런 식의 해설이 없었어서 상당히 센세이션했음.


문학은 ㄹㅇ 피램님 도움 많이 받았음(지금 내가 피램 문학 팀장 된 거 생각하면 신기).


그 전에는 무지성으로 읽고 풀었는데, 선지 판단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생김.


나중에 고3 끝난 2018년 겨울에 피램님이 책 내실 때, 잘될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되심.




그러다 8월 무렵이었나? 기출을 어느정도 봤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른 컨텐츠를 찾다가


이원준 350제라는 릿딧밋 문제집을 알게 됨(지금은 300제로 바뀜).


걍 사서 풀어봤는데 너무 좋은거. 메가패스 있었어서 216쌤 해설강의도 봤음.


뭐 브레인 크래커나, 앞에 강의 안 들으면 따라가기 힘들다는데


그냥 쌤이 썰 푸시는 거 재밌어서,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하나씩 들었음 ㅋㅋ





9평때는 국어 100점 받음. 쉬운 시험이기는 했지만, 실전에서 30분 남기기도 했고


진짜 모든 문제를 다 맞출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서, 국어 실력이 어느정도 완성됨을 느낌.




이제는 방법론적으로 내가 뭘 더 채울게 미비하다고 생각했음.


기출 문제나 사설 문제 공부할 때도 이때부터는 해설지 안 읽었음. 내가 생각한 해설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혼자 공부하던 나였는데,


이 무렵부터는 어떤 쌤 현강을 가든


80분 시간재고 실전모의고사 풀고, 문제 해설하면서 실전 대비 위주로만 수업한다는 걸 알게 됨.


글을 읽고 이해하고 푸는 본질적인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전 연습은 부족했던 것 같아서 현강을 하나 들으려고 함.


마침 이원준쌤 현강 열렸길래 그거 신청해서 들음.







이원준쌤 파이널 반에서 뚝배기 많이 깨졌음


실모에선 특히 화작을 너무 많이 틀려서... 불안해서 화작 공부 시작함.


화작 5개년 기출 문제를 뽑아놓고, 문제들을 풀면서


헷갈렸던 선지들에 전부 형광펜 쳐 놓음.


그리고 나중에는 그 형광펜 친 선지들만 쭉 읽었는데, 내가 틀리는 유형이 비슷하더라고.


이 공부가 도움 많이 됐던 거 같음.





그러고 수능날


나한테 가장 어려웠던 비문학 지문 두개(반추위, 키트) 지문만 뽑아감.


둘 다 외울 정도로 봤기 때문에, 아침에 그거 읽으면서 머리 깨우는데 긴장도 풀리고 좋았음.





화작은 10분 꽉 채워서 풀었고,


문법은 마지막 바투 문제 헷갈려서 별표 치고 그냥 넘어감.


문학 푸는데 오발탄 <보기> 문제 헷갈려서 별표 치고


비문학 푸는데 가능세계 <보기> 문제 헷갈려서 별표 침.


다 풀고 나니까 20분 남음.


별표 친 거 다시 돌아가서 다 풀고 나니까 15분 남았음.





결과적으로 오발탄 <보기> 한 문제 틀려서 97점.


그때는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문학 <보기> 문제 대비에 너무 소홀했던 것 같음.


당시 1컷 84점이었어서, 국어 표점 146점 받고 국어 원툴로 연세대 정시입학.












써놓고 보니 재미가 영 없네요


당시에 EBS는 내신 범위만 풀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운문은 심심할 때마다 틈틈이 읽었고...


위에 적은 것들 말고도 자잘하게 공부한 것들 있을 텐데 쓰려니 기억이 안 나네요.





결국 저는 파이널때 현강 들은거 빼면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국어는 독학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근데도 제가 학생들 가르치고, 교재 내서 돈 벌고 있는게 참 아이러니하죠?




저는 수업하기 전에 항상 말합니다.


'내가 가르쳐주는거 크게 의미 없을 수 있다. 결국은 너가 혼자 고민하고 이해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도 내가 뭔가 도와준다면, 너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정도를 알려주는 거다.'




제 책인 만점의 생각도, 뭐 본다고 점수 올려드릴 수 있는 교재는 아니에요.


근데, 학생들이 혼자 한 지문을 분석하고 이해할 때


분명히 막막한 부분도 있고, 아무리 고민해도 뚫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 텐데


그 지점들에서 약간의, 소소한 도움을 주고자 책을 집필했습니다.




뭐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이렇게 가볍게 글 쓴 거 오랜만이네요 :)



 


19수능 31번 현장에서 푼 방법 

https://orbi.kr/00032755321



위에 링크 궁금하시면 한 번 보세용 ㅋㅋ 만점의 생각에도 있는 내용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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