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그린 [376726] · MS 2011 · 쪽지

2013-08-21 00: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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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 -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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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꽃잎을 며칠 만에 활짝 피웠다
지운


벚꽃 가로 따라가다가


미처 제 꽃 한 송이도 펼쳐 들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늦된나무
발견했지요.


들킨게 부끄러운지,
나무


시멘트 개울 한 구석으로 비틀린 뿌리
감춰놓고


앞줄 아름드리 그늘 속에 반쯤 숨어
있었지요.


 


봄은 그 나무에게만 더디도 더뎌서


꽃철 이미 지난 줄도
모르는지,


그래도 여느 꽃나무와 다름없이


가지 가득 매달고 있는 멍울 어딘가
안쓰러웠지요.


 


늦된 나무가 비로소 밝혀드는 꽃불
성화,


환하게 타오를 것이므로 나도 이미 길이 끝날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거기 멈춰 서
있었지요.


 


산에서 내려 두 달거리나 제자릴 찾지
못해


헤매고 다녔던 저 난만한 봄길
어디,


늦깎이 깨달음 함께 얻으려고
한나절


나도 병든 그 나무 곁에서 서성거렸지요.


이 봄 가기 전 저 나무도 푸릇한 잎새
매달까요?


무거운 청록으로 여름도 지치고
말면


불타는 소신공양 틈새 가난한
소지,


나무도 가지가지마다 지펴 올릴 수
있을까요?













2011년도 수능 언어영역에 이 시가 나오더군요.
그 때 저는 재수생이었구요.
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눈물만 나왔습니다.
'미처 제 꽃 한 송이도 펼쳐 들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그 나무가 꼭 저 같았거든요.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늦된 나무 여러분 힘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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