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였던 2013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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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뜨나요? 뜨면 좋겠는데;; 혹시나 뜬다면 한번 들어보세요.
전람회의 '그대가 너무 많은...'입니다.)
보아하니 이번 주에 서울 상위권 대학교들 정시 합격 발표가 나온 듯 해보이네요.
합격의 기쁨을 맛보신 분들, 예비 받으시고 될까
조마조마하신 분들, 아쉽게도 떨어져서 다른 곳에 합격하길 기다리시는 분들..
결과가 본인한테 좋았든 좋지 않았든.. 여기 계신 분들
모두 힘든 한해를 용기있게 보내셨습니다.
포기하고픈 유혹을 무려 1년동안이나 참아낸 모두가 올해의 승리자입니다. (좀 뻔한
말인가..ㅋ)
모두 2013년과 맞서싸워 승리를 거둔 것 정말 축하드리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2013년을 이겼다고 자축해주고 싶긴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까지도 조금 맘이 아프네요.
사실 올해 제가 맛본 승리는 정말 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입시를 실패했죠.
11월 7일 수능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와 가채점을 했습니다.
6, 9 모평 때보다 등급합이 6등급 정도 내려갔더라고요.
고1 때도 합 10등급은 받아온 적이 없는데 이번 수능에서 합 10등급을 받았습니다.
정말 영혼 빨린 사람처럼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생각 자체가 안됐어요.
머리가 고장난 것 같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화도 나지 않고 엉엉 울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조금 지나고 '아, 나 수능 망쳤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모든게 찢어졌습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 문제집은 수능에서 합 10등급을 받기 위한 거였고,
내가 열심히 풀었던 모의고사들은 수능에서 합 10등급을 받기 위한 거였구나...
처음에 슬프다란 말도 모자를 정도로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도 그 다음날 아침 부모님 앞에서는 웃었습니다. 내가 기분 안 좋다고 그걸 티내고 앉았으면 부모님도 같이 그럴테니까요.
그리고 그 날 오후가 되어서 회사 나가신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은 등급컷이 산출되고 있는거니까 조금 더 떨어질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그렇겠죠,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근데 그 때 갑자기 수능 당일날 밤부터 쌓인 설움이 터지더라고요.
'이때까지 내가 1등급 컷에서 몇점이나 더 높은가만 계산했는데 지금은 3등급 컷도 맞출까 조마조마하고 있구나, 지금은 저런 말로 내가 위로를 받고 있구나'
거짓말 안하고 30분을 울었습니다. 내 간절함에 돌아온 허무한 보상이 너무 화나고, 산산조각난 내 자존심이 너무 불쌍해서요.
중학교 3학년 때 외고 들어갈 성적이 안될 것 같아 자격지심에 완전 눈물 펑펑터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이후로 그렇게 서러운 눈물을 쏟은 날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아픈 날이 조금 지나고, 수능 성적표를 받았을 즈음에는 애써 맘을 다시 잡았습니다.
내가 그 날 미끄러진건 내가 대충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다시 1년을 제대로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그리 생각하니까 처음엔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쯤에 'N수는돌아오는거야'라는 닉네임으로 오르비에 처음 글을 올렸습니다.
전 그 글에서 나름대로 제가 수능을 망친 이유를 '분석'했고, 결국 '내가 잘못했다'로 결론을 내렸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분석'은 저를 오히려 더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TO가 그렇게도 안 돈다는 사범계열 국어 선생님 지망생입니다.
많은 친구들이 내가 국어교육과를 갈 것이다, 하니 '니 성적에 그건 좀 아깝지 않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국어선생님이 되어서 국어 공교육도 얼마든지 수준 높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간절함을 싣고 공부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그저 내가 수능 못 봤으니까 '공부 대충 한거다'라고 결론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수능을 망친게 내 최선을 다한게 아니었다고, 내가 뭔가 부족했던 사람이었다고 저 자신을 '합리화'할 순 있어도, 저의 진심까지 죽여버리는 일은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여전히 수능을 망친 아픔을 가진 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 채로.
제게 수많은 흉터를 남긴 2013년을 끝에 두고 저 스스로를 성찰하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의 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재수 생각을 했을까요? 그렇진 않았을 겁니다.
그저 내년 이때에 받을 달콤한 보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 이 생각만 했을테죠.
'혹시 내가 열심히 했는데 망하면 어쩌지?'같은 불안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결국 저는 내년에도 올해
제가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합니다.
내가 열심히 일했다고 무조건 달콤한 케이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설마 내가 재수를 하겠어?'라고 생각한 '과거의 나'들의 기대를 깨고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서러운 눈물의 길을 다시 가야만 합니다.
많이 두렵습니다. 1년 뒤의 내가, 다시 1년을 투자한만큼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지, 혹시나 내가 도중에 포기하고 싶어지면 어떻게 다시 맘잡을건지, 또 열심히 했는데도 내 1년의 시간이 좌절되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맘이 패배감의 그늘로 드리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꺼이 고난 길로의 한 걸음을 떼겠습니다. 그 끝이 어떨지와 상관없이.
'어차피 집 가까운 데서 선생님 하면 편하니까 점수 맞춰 지방사범대 가면 되지'같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제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건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훗날 제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나처럼 힘들어할 학생들의 마음을 쓸어주고 싶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시간 동안 최고의 선생님이 되고픈 간절함을 일관해왔을 나 자신을 배신하고 싶지 않기에..
오는 2014년은 다시 저 자신을 입시의 불판, 인내의 불판에 달구려고 합니다.
다시 가는 이 길의 마지막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다음해 제가 흘리게 될 눈물만큼의 배움이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되고싶다면서 필력도 많이 딸리지만 꾹 참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 모두 2014년에는 항상 좋은 일이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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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쓰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나 다른...
이런 명문에 왜 댓글이 없을까요.
읽다가 울컥 올라왔습니다.
세상은 당신을 필요로 하게 될 겁니다.
아니, 그렇게 되게 할 겁니다.
마음 깊이 응원하겠습니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을 쓰려고 할 때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만들고 그의 신체를 궁핍하게 만들어 그가 행하는 모든 것을 어렵게 한다. 이는 이 사람의 마음을 분발하게 하여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 ㅡ맹자ㅡ
아아
저도69월 올1등급받았는데 정작 수능에선등급합이9네요 저도 다시한번도전하려합니다
힘내자구요**
힘냅시다!!! 파이팅!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당신의 처지에 십분의 일도 되지않는 고통에 아파한 게 부끄럽네요..
램프를 만들어 낸 것은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 낸 것은 안개였고, 탐험을 하게 만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그리고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의기소침한 나날들이 필요했다. - 빅토르 위고-
그맘때쯤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울었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네요. 짧지도 길지도 않을 일 년 응원할께요. 내년에 기대하겠습니다!
내가 열심히~ 두문장 격공입니다
쉬엄쉬엄 읽다가 필력감탄하고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읽었어요
저도 비슷한 처지에요 같이 힘내요!!
또 다시 힘든 한해를 시작하는 인생후배에게: 지금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힘든 마음을 당장에는 돌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말하는 내공이 현역때 부터 쌓은 것 같고 목표가 뚜렸하니 2015학년도에는 바램되로 되리라봅니다. 회사는 오래다녀서 사회경험을 이야기 해주려다가 교직은 내가 모르기 때문에...하지만 하나 확신하는 것은 교직에 가면 이런 본인의 경험이 훌륭한 베이스가 되어 훌륭한 학생을 길러내는 선생님이 될것입니다. 이만 줄입니다.화이팅.
제 상황이랑 너무나도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가네요... 분명 나는 진심을 다했다고 생각해왔는데 처참한 수능 결과를 보면서 '나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래' 라고 합리화를 하는 나...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이 들더군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잘될거에요.
미래의 멋진 국어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도 국어선생님이신데, 님은 더더욱 좋은 국어선생님이 되시길....
화이팅!!
저랑 비슷하네요
힘냅시다!
같은길을걷는사람으로써 힘내라고말해주고싶네요.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이 조금은 힘들고 버겁더라도 후에 돌이켜봤을때는 나를 성장시킨 시간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현실에안주하려하는제가 부끄럽습니다
같은 꿈을 가진 사람으로서 , 느끼는 점이 많네요... 국어선생님 이라는 목표가 당신의 노력에 응답하게 될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런마음가짐이라면 꼭 잘되실겁니다~! 훗날 교육받을 학생들은 축복받은거겠네요 힘내시고 초심을 잃지말고 계속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우와.....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필력 쩌시네요ㅎㅎ
2014년, 모두에게 좋은 일이 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화이팅!!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올 1년은 더 훌륭한 교사가 되시는 귀한 밑천이 될거구요.
저도 고등학교 내내 수리가형 1등급이다가 현역 수능 때 3등급을 받고 재수해서 백분위 99 성적을 받게 됐어요. 최선을 다하셨다고 생각하시지만, 아직 부족한 것일 수 있어요. N수의 효과란 수능 성적을 올려준다는 것이 아니라 망친 성적의 하한선을 높여준다는 겁니다. 재수때 모평은 2개, 4개 틀렸었는데 수능에서 7개를 틀렸네요. 현역땐 13개를 틀렸었어요. 힘내세요. 잘할겁니다. 평소에 잘했기 때문에 전 재수 결정하고 나서 자신감에 차서 9월까진 내리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어요. 원래 잘했으니 1년 더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면서 말이에요. 잘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감 가지세요.
정말 응원합니다!
정말 울컥하네요. 제마음과 너무같아서..
힘내세요, 좋은 선생님 꼭 되실겁니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랑 같네요 님보다 나이가 몇살 많지만 스페인어 선생님이 되려고 공부하는 나이 많은 지잡대 휴학생 제 생각나서 눈물이 나네요 부모님은 집 앞에 있는데로 편입하지 왜 힘들게 인서울하냐고 하는데 마찬가지 심정이네요 사실 집 앞에 있는 그학교는 지금 학교보다 더 네임벨류도 낮아서요 왜 학벌 학벌 하는지
알죠 스스로 지잡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뭘
미래의 국어선생님! 논술 선생님도 같이 하셔도 될것 같아요^^ 한문장 한문장이 제 마음에 와닿네요...응원하겠습니다^^
같은 재수생으로서 반성하고 갑니다.
분명히 잘 되실거예요.저도 재수생입니다.그런데 전 재수를 가볍게 생각했던거 같아요.진심이 담긴 글 읽으니까 정신이 번쩍들고 부끄럽습니다...
정말 훌륭한 국어선생님 되실거예요.응원하겠습니다.
저는 삼수했는데요..
등급합 13→14→7 이예요..
인생이 뜻대로 한번에 되라는 법은 절대 없구나 느낀 3년이었습니다..
님은 '마지막 도전'.. 합 10에서 5로 회복하는 도전 되길 바랄게요
진짜 힘내세요 !
힘내십시오.
더 값진 결실로 성공할 것입니다.
실패가 없는 삶은 빛나지 않습니다. -입시생 맘-
수능 망치고 수시에서 구제받은 대학.....걍 만족하고 가자 더이상 못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2013년을 제가 정말 필사적으로 공부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