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4-01-05 22: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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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가이드, 강민성VS고종훈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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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같은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올해도 또 쓰네요.

이번엔 형식을 달리 해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두 강사의 강의톤을 재구성해봤습니다.

분량은 두 강사 모두 A4 용지 2장으로 똑같고요.


참고삼아 읽어보세요. ㅎ



강민성

 

자 이번 시간에는 붕당정치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붕당정치는 누가 하는 정치야? 사림이야. 지금 왕은 누구야? 선조야, 선조. 그 전까지, 명종까지는 누가 정치를 했어? 외척, 척신세력이 정치를 했단 말야.

 

그런데 조선은 말야, 정치를 누가 주도를 했어? 정승, 판서 말고 또 누가 정치를 주도했느냐고. 그래, 3사 언관직이야. 여기는 주로 젊은 사람이 많이 가. 새파랗게 젊은 애들도 정치를 했단 말야. 지금 우리나라 보면 국회의원이나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 젊은 사람 있어? 없어. 다 나이를 먹었지. 근데 조선은 아니었어. 나이 많은 대신들이 정국을 주도하면서도 그걸 견제하는 세력이 따로 있었단 말야. 그게 바로 3사 언관직이야. 그래서 조선이 어떤 면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부분도 있단 말야.

 

근데 그럼 그 중요한, 3사 언관직을 누가 임명할 수 있었느냔 거야. 그게 바로 이조전랑이야. 그럼 이조전랑이 중요했겠어, 안 했겠어? 중요했단 말야. 그래서 이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사림 세력 간에 뭐가 일어나? 갈등이 일어나. 무슨 갈등? 이 중요한 이조전랑에 외척을 임명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갈등이 생긴단 말야.

 

아까 말했지만 사림이 외척이라면 치를 떨지. 왜? 명종 때 무슨 일이 있었어? 외척간의 다툼 끝에 벌어진, 뭐야? 을사사화. 그러니까 어떻겠어. 한쪽에선 외척은 죽어도 안 돼! 다른 한쪽에선 외척이지만 사람 자체가 정말 좋다면 될 수도 있어! 그럼 이 때, 외척은 죽어도 안 된다고 했던 건 누구야. 기성사림일까, 신진사람일까. 그래, 신진사림이야. 그럼, 외척이라도 사람이 좋으면 괜찮다고 했던 건? 그래, 기성사림이야.

 

그래서 기성사림이 누가 돼? 서인. 오케이, 서인에 민줄 쫙. 신진사림은? 동인. 오케이, 동인에 밑줄 쫙.

 

잠깐만, 딴 얘기 좀 해볼까. 우리나라는 나라가 망할 때 꼭 누가 난리를 쳐? 그래, 외척이야. 중국이 환관이면 우리나라는 외척이야. 외척이 흥하면 꼭 망해. 우리는 조선말에 뭐를 봤어? 외척에 의한, 그래, 세도정치. 그래서 그 세도정치를 흥선대원군이 바로잡았더니, 이젠 누가 나타나? 더 큰 외척, 민씨 일파. 흥선대원군이 세도정치의 폐단으로 나라가 갈 데까지 간 걸 너무나 극명하게 지켜봤기 때문에 자기 며느리 고를 땐 어떻게 했어요? 그래, 아버지 없는 며느리를 골랐지. 외척 안 만들려고. 근데 어떻게 됐어요? 그래, 걔가 더 셌지. 자, 갑시다.

 

근데 붕당이 이렇게 갈라진 게 꼭 정치적 이유만 있었을까? 말해 봐, 있었을까? 아냐.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학문적, 학파적 이유도 있었어. 동인은 누군데? 서경덕, 조식, 이황 학파야. 서인은 누군데? 이이, 성혼 학파야. 자, 잠깐만.

 

사림은 무슨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야? 그래, 성리학이야. 이 성리학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뭘 중요시해? ‘리’와 ‘기’ 중에서 뭘 중요시해? 그래, 리야. 기본적으로 리입니다. 오케이. 그래서 이황과 이이 모두 뭘 중요시해? 리야. 그럼, 기는 뭐야? 현실세계의 사물. 리는? 그 안에 담긴 원리. 그래서 성리학자는 다 뭐야? 이 리를 중요시한단 말야. 그런데, 이황은, 뭐야? 리만 중요시하는 거고, 이이는, 그래. 리도 중요하지만, 기도 중요하다. 자, 오해하지 마. 이이는, 리가 안 중요하다는 게 아냐. 오케이? 기가 뭐만큼? 리만큼 중요하다. 이황은? 리만 중요하다.

 

그럼 서경덕은? 이 사람이 제일 특이한데, 내가 방금 전에 뭐라고 했어. 성리학자는 기본적으로 리가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했지? 근데 이 사람은 아냐. 이 사람은, 기가 중요하다고 한 사람이야. 오케이?

 

자, 내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이야기를 해줄게. 북한 있잖아, 북한. 북한은 말야. 걔들도 조선 역사를 연구했을 거 아냐. 그걸 정리해놓은 책이 있어. 그게 뭐야? 그래, <조선전사>야.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잖아. 그럼 얘들의 역사관은 뭘 거 같아? 그래, 유물사관이야. 나중에 근현대사 가면 이걸 배울 거야. 근현대사에서 이 유물사관으로 아주 유명한 역사가가 한 명 등장하지. 백남운이라고 일제 식민사관을 타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역사가가 있어. 나중에 배울 거야.

 

그럼 이 유물사관은 말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운데 역사 발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것을 뭐라고 볼까? 그래, 경제야. 그래서 말 그대로 유物사관이잖아. 물질적 생활, 경제가 가장 중요한 역사 발전의 동력이다. 오케이. 그런데, 성리학은 물질을 중요시해요, 관념을 중요시해요? 그래, 관념이지. 그럼, 북한은 기본적으로 성리학자에 대해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부정적이야. 기존의 성리학자를 엄청 비판한다고.

 

근데 그런 <조선전사>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보는 성리학자가 있어. 그게 누굴까? 그래, 서경덕이야. 왜? 그가 리보단 기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서경덕이란 사람은 굉장히 이질적인 성리학자였던 거야. 오케이.

 

그럼 이제 누가 남아? 조식이 남지. 조식은 더 독특한 게 이 사람은 리도 기도 아냐. 이 사람은 뭐가 중요해? 그래, 실천이 중요하다고 봤던 거야.

 

그럼 잠깐만. 지금까지 놓고 보면, 나중에 붕당이 갈라진다면 누가 더 갈라질 가능성이 크겠어? 동인이야, 서인이야? 그래, 동인이지. 왜? 얘들은 학파적 견해가 완전히 다르잖아. 성혼? 성혼은 생각하지 마. 얘는 그냥 이이한테 묻혀가는 사람이니까. 오케이. 알아들었어요? 자 잠깐만.

 

그럼 이 리와 기에 대한 인식은 대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 안 해? 이황은, 리와 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어 지금? 리가 중요하고, 기는 하찮은 거지. 이걸 세계관으로 옮겨놓으면 어떻게 될까? 리는? 그래, 중화, 중국이고, 기는? 그래, 오랑캐지. 그래서 리는 뭐야? ‘화’고, 기는? ‘이’지. 그래서 이황에게 리와 기, 화외 이는 수직적 관계지. 그럼 서경덕은? 아니겠지. 서경덕에게 리와 기는 수직적 관계겠어, 수평적 관계겠어? 그래, 수평적 관계겠지. 최소한 화와 이가, 같다고 보겠지. (후략)



고종훈

 

자 선수들, 갑시다. 지금부터 우리는 뭘 공부하느냐. 붕당, 붕당정치를 배운다. 지금 조선의 임금이 누구야? 선조. 이 선조 때 사림이 집권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사림이 갈라진단 말야. 누구와 누구로? 그래, 동인과 서인으로. 근데 왜 갈라져? 그래,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그럼 이 이조전랑 자리라는 건 뭐냐. 3사의 언관직에 관리를 임명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리였단 거지.

 

조선이 뭐가 중요한 나라야? 그래, 언론이 중요한 나라잖아. 니들 사극 같은 데서 보면 왕한테 너 임마 정치 잘 해! 하고 상소 올리고, 왕이 무슨 결정 내리면 대궐 앞에 몰려가 무릎 꿇고 “아니되옵니다!” 하는 애들 있잖아. 그게 다 누구야? 그래, 3사 언관직 애들이란 말야. 걔들이 모여서 목소리 크게 내면 왕도 함부로 할 수가 없어. 그만큼 파워가 있는 자리라고.

 

그러니까 그 자리를 임명하는 이조전랑 자리가 얼마나 중요하겠어. 그러니까 이 자리에 누구를 임명하느냐를 놓고 사림 간에 싸움이 붙은 거야. 누가? 심의겸하고 김효원이. 심의겸이 누군데? 명종비 인순왕후 김씨의 동생, 즉 외척이야. 근데 이 심의겸은 외척이긴 하지만 을사사화를 일으켰던 윤원형만큼 나쁜 놈은 아니었다고. 오히려 사림에 우호적인 인물이었지. 그래서 명종조에 심의겸에 의해 조정에 발탁된 선배 사림들은 심의겸을 따랐단 말야.

 

근데 선조조에 조정에 출사한 신진사림이 보기엔 심의겸도 결국엔 외척이거든. 그러니까 어떻겠어? 외척이 정치하면 나라 망한다고 했지. 걔들이 내세운 건 김효원이고, 기성사림이 내세운 건 심의겸이니 둘이 싸움이 붙은 거야. 그래서 결국 어떻게 돼? 김효원을 따르는 신진사림은 동인, 심의겸을 따르는 기성사림은 서인. 이게 정파적 이유도 있고 학파적 이유도 있는데 동인은 서경덕, 조식, 이황 학파의 느슨한 연합체고, 서인은 이이, 성혼 학파를 계승했단 말야. 지리적으로 들어가면 동인은 영남에 기반을 둔 영남학파고, 서인은 경지, 충청에 뿌리를 내린 기호학파지.

 

자 오빠, 근데 이 동인과 서인이 나중에 가면 또 한 번 갈라지게 되는데, 그 원인이 뭐야? 그래서 기축옥사. 이게 연도로는 1589년이야. 기축옥사라는 걸 알려면 정여립이라는 사람을 배워야 하는데, 선생님이 지금부터 설명하는 걸 잘 들어봐.

 

정여립은 누구냐. 이 사람은 조금 많이 독특한 학자야. 마인드 자체가 굉장히 혁신적이야. 이 사람이 주장했던 게 뭐냐면 ‘천하공물설’이야. 천하는, 조선은, 왕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물이다. 이런 주장인 거죠. 그러니까 지금 상식으론 참 당연한 말인데, 500년 전에는 저게 무슨 소리야? 반역에 가까운 소린 거죠.

 

근데 이 사람이 또 대단했던 건, 그 때 당시, 그러니까 16세기 조선은 왜구의 침입으로 굉장히 몸살을 앓을 때였는데, 이 정여립이 대동계라는 단체를 조직해서 어떻게 했어? 그래, 왜구를 소탕하고 다닌 거야. 선비가, 무장단체를 조직해서 왜구를 소탕하고 다닌 거란 말야. 아주 독특한 사람이지.

 

거기다가, 이 사람은 더 엄청난 게 중간에 붕당을 갈아타 버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붕당이라는 게 단순히 지금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같은 정당의 개념만 있는 게 아니거든. 엄연히 학파적 개념도 있는 거란 말야. 그러니까 붕당을 갈아탄다는 거는 다시 말해 스승도 학문적 성향도 갈아탄다는 거야. 엄청난 일이지. 이 정여립이 원래는 이이의 문하였어요. 그러니까 붕당이 어디야? 서인. 근데 이 사람이 나중에는 동인으로 붕당을 갈아탄단 말야.

 

암튼 그래서 이 정여립이 대동계를 조직해서 왜구도 쓸어버리고 다니고 상당한 세력을 구축했는데, 나중에 이게 뭐예요, 역모로 몰려서 죽임을 당한 거예요. 이게 뭐냐, 기축옥사, 정여립 모반사건이에요.

 

이 정여립 모반사건 때 이 사건을 담당했던 조사관이 누구냐. 이게 그 유명한 정철이에요. 정철은 붕당이 어디다? 서인. 그래서 이 때 정여립이 속해 있는 동인도 엄청난 화를 입는데 이 때 주로 화를 입었던 게 동인 내에서도 누구냐, 서경덕, 조식 계열이야. 이황 계는 그닥 큰 피해를 입진 않았어.

 

그리고 시간이 2년이 흘러. 1591년. 이 때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건저상소 문제가 불거져. 건저가 뭐야, 조선에서는 세자를 건저라고 불렀어. 즉, 세자 책봉에 관한 문제였다는 거야. 니들도 알다시피 이 때 왕이 누구야. 선조지. 선조가 왕위에 오른지 26년이나 되어서 이제 나이가 마흔인데, 아직 세자를 세우지 않았어. 그래서 영의정, 좌, 우의정 삼정승이 선조한테 가서 세자 책봉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건의를 해.

 

당시 선조한테는 공빈에게서 낳은 임해, 광해 두 아들과 인빈에게서 낳은 신성군 등이 있었어. 건저상소 당시 선조는 인빈에게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한테서 낳은 신성군을 특히 총애했단 말야.

 

근데 삼정승이 같이 건의하러 가기로 했는데 영의정이었던 이산해가 아프다고 쑥 빠져.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좌의정이었던 정철하고 우의정만 가서 선조한테 얘기를 했단 말야. 선조는 내심 신성군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정철이 눈치도 없게 광해군을 미네? 선조가 여기서 조금 기분이 나빠졌단 말야.

 

2년 전에 정철한테 호되게 당했던, 동인이 이걸 트집 잡아 들고 일어났지. 선조가 아직 창창한 나이인데 세자를 책봉하라는 건 분명히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그러니까 선조가 또 여기에 혹해서, 정철을 유배를 보내. 그래서 정철이 유배가면서 만든 게 속미인곡, 사미인곡이잖아.

 

이 과정에서, 2년 전 기축옥사 때 정철과 서인에게 큰 타격을 입었던 서경덕, 조식 계는 정철 죽여 버려야 한다, 이렇게 주장을 했지. 근데 이황 계는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느냐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어. 서인에 대한 처벌 문제로 동인 내에서 파가 갈린 거야. 그래서 강경론이었던 서경덕, 조식 계가 북인, 온건론이었던 이황 계가 남인. 이렇게 동인이 남북으로 다시 갈린 거지. (후략)




다 읽어보고 나니 뭔가 차이가 느껴지나요? ㅎ

이 글을 짤막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같은 분량(A4 2장) 동안 같은 주제로 강의했는데 강민성은 동서 붕당의 설명을 다 끝마치지 못한 반면 고종훈은 동서 분당에 이은 동인의 분화까지 진도를 나갔다. 강민성의 강의가 길어지는 이유가 이와 같다.

2. 강민성은 강의 중간 곁가지로 새는 부분이 많았고, 붕당의 개념 설명에 정치적 이유 뿐만 아니라 학문적 이유까지, 즉 정치사와 문화사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려는 스타일 때문에 강의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3. 반면 고종훈은 정치적 배경 설명에는 충분히 시간을 들였지만 그 외에 문화사적 배경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진도를 나갔다. 이는 정치사 뒤에 이은 문화사 파트에서 설명할 요량인 셈.

4. 국사를 가르친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강민성과 고종훈은 모두 대한민국 톱클래스의 강사들이다. 수능뿐만이 아닌, 공무원 한국사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까지 포괄하여도 수많은 한국사 강사 중에 이 둘을 능가하는 강사를 나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고로 누구의 수업을 수강한다 하더라도 수능에서 50점을 못 맞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개인에게 주어진 조건과 성향의 차이에서 강사를 선택하면 된다.

5. 본인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동시에 한국사를 단시 수능용이 아닌, 교양으로도 흥미를 갖고 있다면 강민성. 시간도 여유롭지 못하고 한국사는 수능 50점이면 족한다면 고종훈을 수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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