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인생 [401112] · 쪽지

2014-05-08 2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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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서 실패한 부모들은 조용하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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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대치동에서 살았고 사교육도 많지는 않아도 적당하게 받았던 경험자로서 공감이 많이 되어 퍼왔습니다

대치동에서 실패한 부모들은 조용하다.

해마다 언론에서 강남의 대학 진학율을 피상적으로 보도하고,
실제로는 많은 노력과 투자에 비해 질적으로 훌륭한 성과가 아님에도,
SKY(서울대, 고대, 연대의 약자) 혹은 인서울(In-Seoul/ 서울권 대학 진학)을 하려면
강남 특히 대치동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이러한 보도를 접할 때 마다, 비강남 혹은 비 대치동 학부모들은
내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해서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 같은 죄스러운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대치동이 쏟아 부은 노력과 정성에 비해 실제의 입시 결과는 너무나 초라하다.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 이지만 대치동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학원을 다니고
각종 사교육을 받지만,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교육, 특히 초중등 사교육은
수능을 잘 보는 ‘진짜 실력’을 길러주는데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인수분해까지는 반복 학습을 시켜서 다른 아이보다 빨리 선행학습을 시키고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삼각함수와 확률통계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고도의 사고 능력과
응용력이 필요한데, 선행과 반복으로 상징되는 대치동 사교육으로 이런 능력을 배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교육의 효과가 부풀려지거나 대단하게 보이는 것은
저학년에서의 가시적인 성과와 사교육으로 좋은 대학을 보냈다는 엄마들의 ‘자기 자랑’과 ‘과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열심히 정보력과 자금력을 동원해서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면,
‘내가 이렇게 해서’ 자식을 이런 대학에 보냈다고 자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성공 사례 뒤에는 수많은 실패사례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실패사례는 조용히 묻히게 된다.
그리고 많은 후배 엄마들은 내가 열심히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저 엄마처럼 나도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무한 경쟁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입시계의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실패한 엄마는 조용하다.”

엄마의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좋은 학원과 선생님을 아이 앞에 대령한 엄마들의 성공 사례는 10% 미만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엄청난 돈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 엄마들이 이루려고 하는 목표는
서울대 진학이나 못해도 연, 고대인데 대치동에서 재수 없이
현역으로 소위 ‘SKY’에 가는 비율은 10% 미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제중, 특목고, 강남 8학군 학교에서 전교 10등 내외에 들어서
서울대 가는 아이들은 굳이 대치동의 특급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들의 실력으로
원하는 학교를 갈 정도의 지적인 능력과 강한 성취동기를 가진 아이들이다.

어찌 보면 대치동이 명문대 생을 배출한 것이 아니라, 명문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대치동에 와서 수업을 들었다고 표현해야 더 옳을 것이다.

그렇게 학원을 많이 보내고 수준별로 과외도 많이 붙였는데,
SKY는 커녕 서울권 대학도 진학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부모들은 ‘침묵’ 모드 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한 경우는 다행이고, 아래의 가정처럼 부모 자녀간의 관계가
파괴되는 부작용도 상당히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성과가 안 나도 걱정, 나도 불안
몇 년 전 대치동에서 대치동 엄마들과 함께 대화법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자녀 혹은 남편과의 좀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해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이 교육에 참여하고 엄마들과 그룹 활동을 하며 대치동 엄마들의 고민을 좀 더 심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한 엄마는 이렇게 자신의 참석동기를 나누었다.

“저는 고 2가 된 딸이 하나 있는데, 요즘은 딸아이와 거의 대화를 못해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다른 대치동 엄마들처럼 학원을 3~4개 보내고,
내 욕심대로 성과를 내고 교육을 시키려고 그랬죠.
아이도 착한 편이어서 초등학교 때는 잘 따라주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났는데,
아이가 중학교에 가고 사춘기가 오더니 점점 말을 안 듣고, 고등학교 때는 몇 번 가출을 하더라고요.
네가 뭐가 부족해서 가출을 하느냐고 처음에는 울고불고 싸우고 설득하고 했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내가 핏대를 올리면 아이가 더 망가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에요. 성적은 거의 바닥인데, 더 이상 잔소리도 하지 않고…
이제는 문제없이 고등학교나 졸업하고, 엄마와 편하게 대화를 하는 딸이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그래서 이 대화법 강의에서 좀 배워서 아이와 대화를 회복하고 싶어서 왔어요.”

성과가 나지 않는 아이들뿐 아니라, 이른바 대치동에 와서 내신 1등급 수준을 받고,
그래도 서울권 대학에 간다고 하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의 가정도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대치동에서의 삶은 상당히 피곤하다.
아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아이 성적에 따라서 나누어진 엄마들의 서열에 따라
모임을 갖고 학원을 알아보고 정보를 찾아 다녀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교 1등만 행복하고 나머지 모두가 힘든 삶이다.
그리고 그 전교 1등도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몰라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사교육으로 좋은 대학을 간 아이들은 참 인재인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게 공을 들이고 사교육을 시켜서
SKY에 진학한 학생들은 정말 행복하고 이 사회를 이끌어갈 참 인재가 될 수 있을까?
현재 서울시 교육감을 지내고 있는 문용린 전 서울대 교수의 책에 이런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하루는 학과 학생이 문 교수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교수님, 제가 진로를 대학원으로 결정했는데요, 한 가지 걱정이 있어서요.”
“뭔가?”
“실은 대학원 공부가 상당히 어렵잖아요, 발표도 많이 해야 하고…….”
“그렇지, 학부 때보다 공부 량이나 읽어야 할 책이 많겠지.’
“그래서 말인데요, 대학원 공부를 도와 줄 과외 선생님 한 분 알아주실 수 있는지 해서요.”

이 대목에서 문 교수는 말로만 듣던 대치동 강남 키즈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한다.
많은 사교육을 통해 서울대를 들어 왔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근성과 저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인공산 영재’ 강남 키즈의 한계이다.

이렇게 창의력과 근성이 부족한 편은 그나마 낫다. 이기적이고 인성이 잘 못되었는데,
사교육 트레이닝으로 명문대를 가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명문대 학벌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프리미엄을 갖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점을 좀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나도 대치동에서 한해 20~30명 정도의 학생들을 재외 국민 특례 입학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 시키고,
서울대 특별 전형으로 TEPS 고득점을 목표로 수강을 하는 일반 대치동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서,
몇몇 아이들에게서는 ‘아, 이런 아이가 서울대 가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정말 남에게 지기 싫어서 공부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기적인 학생들 가운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나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친구에게 노트 빌려주면 내 내신이 떨어질 수 있고, 친구 모르는 것 하나 가르쳐주다 보면
내 공부하는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부 잘하는 우등생들은 점점 이기적이고
인간적으로 야박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신 한 두 문제 틀리면 등수가 수 십 등 내려가는 특목고나
강남 8학군의 몇몇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우등생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물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다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인격과 사회성이 결여되고 지식만 가득한 아이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서 사회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대학만 가면 행복한가?
마지막으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이렇게 부모의 과보호와 과잉 교육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만 하면 이후의 삶이 행복할까?

친구들은 명문대가는 데 본인은 명문대가지 못하는 열등감과 자괴감, 친구들은 의사 변호사가 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데, 본인은 명함을 내기 부끄러운 직장에 들어가는 자격지심.
친구들은 성공적인(?) 결혼을 하는데 본인은 부모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혼을 하는 비교의식과 괴로움.

한번은 명문외고-서울대에 입학한 한 후배가 외고 동창을 만났다고 한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서 재수 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결국 어느 대학에 갔냐고 물어보았다.
“아이 대학 물어 보지마, 창피해”
“아니, 무슨 소리야. 우리 사이에… 어느 대학에 갔어, A 대? B 대? 그래도 C대는 갔지?”
그 친구는 끝내 자신이 다니는 대학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그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치동에서 짧게는 3-4년 길게는 10여 년 을 살며,
만들어 놓은 친구 관계와 인적 네트워트가 결국 또 다른 그들 만에 리그에 끼지 못하면,
조용히 사라져 주어야 하는 ‘비교’의 네트워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못 갔다고, 좋은 직장에 못 갔다고,
좋은 결혼을 못 했다고, 우정이 깨어지고,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좋은’의 영역에 들지 못하는 강남의 친구들은
자격지심에서 더 이상 친구 관계를 유지할 자존감을 가질 수 없다.

나도 15년 동안 강남에서 살고, 대치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켜 본 바로는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편한 생활을 한다는 만족감이나 행복감 보다,

이러한 정서적인 불안과 괴로움이 강남에 살고 있는 많은 부모들의 감정인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성적으로 아이의 서열이 매겨지고, 아이의 성적에 따라 엄마의 권력
(이런 경쟁 구도에서는 공부 잘 하는 엄마의 말 한마디가 권력이 된다)이 정해지고,
나 자신 보다, 내 옆 친구의 성적과, 학벌, 그리고 취직, 결혼이
내 삶의 행복을 영향을 받는 ‘강남’ 의 덫에 굳이 일찍부터 빠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이 글을 읽고 좀 더 부모 내공을 키워, 공부 잘하는 아이는
더욱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찾고,
공부가 부족한 아이들은 나만의 꿈과 끼를 찾아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부모가 한 명이라도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칼럼은 돈 쓰고 애 망치는 교육 과열 현상과 높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교육 과잉과 같은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자 쓰는 내용으로, 서울대나 명문대를 미화하거나, 강남을 미화 혹은 비난 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밝혀 둡니다. 최소한 여기서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은 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글쓴이 심정섭은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학사 편입 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IMF 1세대로 중소 무역회사, 컨설팅 회사, 현대 자동차 해외 영업 본부를 거치며, 바닥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시기에 잠깐 했던 영어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사 편입 한 후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자연교육법의 실천적 모델인 안철수 가정의 교육을 분석한 <>(황금부엉이, 2012) 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예비 부모 교육을 하고 있고, 자연출산한 가족들과 함께 양재 시민의 숲에서 매헌 자연육아 모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헌 기념관 내 윤봉길도서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유대인식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으므로, 참석을 원하시면 쪽지나 메일 jshim04@hanmail.net 주세요) 유대인식 자녀 교육의 한국적 적용과, 입시교육과 대안교육의 한계를 넘어 가정 중심의 더나은 교육을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고, 유대인 자녀교육의 한국적 적용을 다룬 저서와 탈무드 관련 저서를 집필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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