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4962848
노을이 지는 전망대에서 오랜만에 보는 비행기의ㅇ이륙모습은 나에게 아무 생각도 들게 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공항인데도.
도시락을 들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도 현실임이 체감이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수고했다면서 아웃백에서 스테이크까지 사주셨지만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이거밖에 안되는 나자신이 한심해서 미칠거 같았다.
다음날 학교에 오니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린게 눈에 선했다. 평소에 나보고 영어 잘한다고 부럽다던애가 98점을 받아오고 10평에서 만점을 받아 의기양양했던 나는 83점을 받았다. 인생 참 정직하구나 싶었다.
그날부로 내 머릿속엔 재수라는 글자만이 맴돌았지만 한편으로는 수능이 끝났으니 이제 좀 쉬어야지라는 본능이 나를 지배했다. 그날 이후로 학교서 갔다오면 미친듯이 스타만 했다. 옛날엔 정말 재미없었는데 하다보니 늘더라. 별 재미가 없었지만 그냥 했다. 그래도 공부는 하기 싫었기에
슬슬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성적이 상승세라며 최저만 맞추면 붙는다고 상향으로 넣어보라던 논술 수시는 볼것도 없이 모두 탈락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알바가 하고 싶어서 이력서를 미친듯이 아무데나ㄴ넣고 하루에 한곳씩 면접을 보러 다녔다. 하지만 내 우울한 감정이 얼굴로 드러나 보여서 였을까, 다시 연락이 오는곳은 없었다. 세상이 아무도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구나 싶었다.
슬슬 정시 원서를 쓸 시기가 되었다. 내가 현역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적성검사를 하는 대학에 원서를 쓰게 될 날이 될줄은 몰랐다.
가군 경기대 나군 명지대 그리고 다군은 미친척하고 인하대에 넣었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경기대에 추합으로 붙었다. 친구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반수'라는 글자만이 맴돌았다.
반수를 시작하기 위해서 남아있던 용돈으로 서점에서 수능특강을 샀다. 계산을 끝내고 나가려는 찰나에 서점에 붙어있던 알바공고를 보았다. 바로 면접을 보고 다음주부터 출근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뭔가 올해는 잘 될거 같은 기분이었다.
오티를 가고 새터를 가고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했다.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저 중학교서 고등학교 올라가듯이 그냥 가야 되니까 대학교에 온것 같았다. 학교에 별로 정도 붙여지지 않아 한동안은 아싸로 지냈다.
현역시절 `아주대서 반수해 연대공대 후기`를 보고 감명받은 터라 나도 알바를 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할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신분 속에서 수능공부를 하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과제를 다 끝내고 나면 오늘은 수고했다는 생각에 수능공부를 점점 미뤘고 4월쯤 되니 내가 대학을 다니는건지 수능공부를 하는건지 알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4월말 중간고사가 시작할즈음에 오랜만에 친했던 분들과 만났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내 근황을 묻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술김에 반수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형은 그럴거면 차라리 자퇴를 하라고 지금 이러면 이도저도 안된다고 했다. 그형의 말을 듣고 나는 무슨 깡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주에 자퇴서를 냈다.
부모님께 자퇴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을때 나는 안좋은 반응을 예상했지만 정말 놀랍게도 바로 도장을 찍어주셨다. 부모님도 예상하셨던것 같다..
자퇴를 할때만 해도 정말 내 자신이 뿌듯하게만 느껴졌다. 주변사람들의 놀람도 있었고 내가 꿈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는구나라는 다소 거만한 생각도 많이 했었던거 같다. 사실은 이때부터가 중요한 것이었는데 그걸 알아차리질 못했다.
처음 한달은 그저 재수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나도 성공후기의 주인공이 될수 있게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재수 초기니까 좀 쉬엄쉬엄하자는 마인드도 많았다.
두달째 되면서 6평을 보고 처참한 점수를 받았지만 아직 공부한지 한달밖에 안되었으니 그랬으리라 정당화를 하며 계속 공부를 했다
세달째는 내가 올해들어 가장 공부를 많이 했던 시기이다 도서관에 안 나간적이 없었고 매일 10시간 이상은 했던 때였다. 정말 올해는 성공할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7월에 빡세게 해서 그런지 8월때는 전달만큼 효율을 내진 못했다. 이따금 공부가 되지 않아서 혼자 영화관도 가고 갑자기 친구불러서 한탄도 하고 그랬던게 많았다.
전달에 그렇게 공부했으니 9월에 잘될리가 없었다. 그냥 예상했던 대로의 성적이 나왔다. 국어는 쉬워서 그런지 처음으로 1등급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그냥 뿌린대로 거둔 수준이었다. 공부량의 반을 수학에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수학은 4등급이었다.
그리고 지금 10월, 작년 고3때는 이시기에 멘탈을 놓고 공부를 제대로 안했던게 후회되어 이번엔 제대로 하겠다고 결심했으나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1주일째 도서관에 나가지 않고 있다. 마치 수능공부를 취미로 하는듯하다.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의식도 잃어버리고 그냥 흘러가는대로 노는게 질리면 공부하고 이런식이다.
참 나도 뭐하나싶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더이상 어중이떠중이로 살지 말아야겠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남은 24일, 다시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치열한 기간을 살아보고 싶다. 다시 한번 수능을 보게 될지라도.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스나 갈긴다.
-
플레이 왜 저럼 0
왜 또 플레이가 씹창난겨
-
미쳤다 ㄹㅇ 부상 나으면 유산소도 다시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
인식이 안되는 외장하드를 집에서 혼자고칠수는 없나요??? 0
업체에 보내지 않고 혼자서 고칠수는 없나요???
-
현강쌤 추천 0
과외 받다가 별로여서 수학 현강을 다니려고 하는데 선생님좀 추천해주세요!.! 공통,...
-
여기만큼 숨통트이는 곳 없음
-
언제 받을까요? 두근두근
-
4칸 불합 5칸 최초합 5칸 추합 쓰고 3떨하묜 자살하려고 하는데 ㅁㅌㅊ??
-
대구 가면.. 건베가서... 으흐흐
-
선택2024 0
인하대 건축 항공대 ai 국민대 기계 선택 좀 도와주세요
-
불안하다
-
가군 고대 안정지원 떨어질까봐 설대빼고 서강경 넣는거 미련해보임?
-
이거만보면돰
-
모두가 행복한 세상의 완성이다
-
냥대에서빠져주세요...
-
디지스트 한양대 3
한양대 화공이랑 디지스트 붙었습니다. 디지스트 가기로 결정했네요. 전에 오르비에...
-
대학가면 술자리 같은거 많이 생긴다던데, 맥주 두 잔 정도 밖에 못마시는데 술자리...
-
님들은 어케 계획함
-
오자마자 뻐큐 시전하는 서울과기대 ㄷㄷ
-
신상까인 그분 0
디시글도 털렸다는거 진짜애요??
-
지방의대 표본 너무 비어있어서 크리스마스 쯤 다 들어오겠구나 했는데 오히려 더 줄어듦ㅋㅋ
-
올해 현역 출생아수가 24만씩이나되는데 인구가 너무많아 걱정이네요
-
갑자기 스토리가 안올라오네 나땜시구나
-
전 군수생입니다. 전역하면 매칭지원금과 적금으로 1400을 법니다 근데 집안에 삼수...
-
눈만 봤는데 하관도 보이는거 같음
-
작년글 찾아보니까 표본 없다는 얘기가 아예 없는데 16
진짜 올해 없는게 맞긴한가봄
-
과연 27학년도엔
-
개는짖고 1
나는대학을가고
-
덕코내놧 3
주셈
-
30명 뽑는데 18등이고 추합 중간쯤인데 6칸 뜨고 42명 뽑는데 29등이고 추합...
-
ㅎㅇ 3
외출하고 슬슬 집 갈 준비중 짧게 실전압축외출 해부렸다요
-
그런 행복한 나라...
-
페닐케톤뇨증밖에 왜 생각이안나지? 씨발 뭐 대답을 해야하는데 위트있는 생각도 안떠오르네
-
방구뿡 2
방귀라 함 방구라함?
-
연대식 고대식 2
연대식 703.59 고대식 667.87 어디가 더 유리한가요?
-
프사 ㅈㄴ 멋짐 5
멋있어.
-
진짜 1컷을 의치한 서울대 유령표본들이 올렸나 +1500 의대증원
-
+참고로 복싱은 중동오일머니, 카1지노시장 덕분에 인지도는 ufc에 밀리나 수익은...
-
수강생명단확인하지말아주세요
-
흠 0
내가 고러대 논술을 붙을 수 있던 건 의대증원 때문일까
-
시원하게 드가자
-
4대 역학을 모두 배우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유아퇴행에 걸린다는게 사실인가요? 물론 전 생지라 못감
-
ㅈㄱㄴ
-
신설학과처럼 문과확통이 문호 처음개방한 학과도 비슷한 느낌으로 조심해야됨? 낙지...
-
혹시나 했는데 12
역시나군
-
난 외국힙합갤러리 니똥샤 저사람한테 악감정 하나 없음 그냥 사람 멍석말이하고...
-
이거 진짜 의반햄들이 1등급 쓸어가놓고 메쟈의 안되니까 원서를 안써서 메디컬이나...
-
나쁜 순간 : 그걸로 공부할때
이씨ㅠㅠㅠㅠㅠㅠ...힘내요우리...
저랑비슷한상황이네요.. 남은기간이라도 후회없이 열심히합시다!
10월은 다 같이 한마음이 되는 달.
현역은 재수가 이해되고
재수는 삼수가 이해되며
삼수는 사수를 이해한다.
사수는 오수를 두려워하며
오수는 군대를 두려워한다.
하...삼수했지만 사수하시는 분들 존경스러움
반박할수가 없다..
부들부들...
현역땐 하..ㅅㅂ 재수하겠네.. 재수하지뭐 재수땐 삼수하지뭐 가 절대 아님 삼수?? 그건 진짜 아니야.. 그차이임
와 현역땐 뭐래 이랬는데 지금 보니 겁나 실감되네요
하면서도 삼수를 하죠.
3수별거아님
글 잘쓰시네요 ㅜ ㅜ
진짜 슬프다....ㅠㅠ
저만 그런건가요? 전 달에~했으니 ~하는게 당연하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이런 말투들에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오네요.. 전 달에 열심히 했다고 다음 달에 풀어지는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바뀌는 것도 힘들지만 바뀌는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구요. 남은시간으로도 충분히 바뀔수 있다는 생각 가지시고 열심히 노력하셔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하....저랑 비슷하네요.. 수학 평소에 1나오다가 수능때 망쳐서 아무대학교나 다니다가 반수결심하고 7월말에 시작했는 데....게다가 이과..너무 힘드네요..
원래 댓글 잘 안다는데 와... 보면서 저랑 진짜 똑같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ㅎㅎ
아 저도 ㅠㅠ 삼수가 ...
늦었다고 생각했을때가 빠른 겁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말고 최선을 다해 앞만보고 달리세요~~!
나중에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정도로요...ㅎㅎ
저랑 비슷한 심정이군요... 수능 끝나면 모든게 바뀔 것입니다.
저랑 같이 원하는 목표 이뤄서 재수로 끝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