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축약? 첨가? 반모음의 처리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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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모음이란?
음절을 이루지 못하는 비성절(非成節) 모음인데 활음이라고도 한다. 소리를 내는 방식 즉 조음을 보면 모음의 성질을 가진다 할 수 있지만 기능을 볼 때 홀로 음절을 이루지 못하고 단모음의 앞이나 뒤에 위치해 이중모음을 형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언어학적으로 자음성과 모음성을 따질 때 공명성을 보는데 자음보다는 모음에 더 가까운 음이라 하기에 이름도 반모음인 거다.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따위의 이중 모음에서 나는 ‘j’, ‘w’ 따위가 반모음인데 현대 한국어에서 처리되는 반모음은 /j/와 /w/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이중모음을 구성하는 음운의 한 요소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반모음의 지위와 반모음과 관련된 음운 현상 어떻게 처리할지는 논란이 있다. 밑에 3줄 요약 있으니 참고 바람.
1. 반모음의 문법적 층위
반모음은 모음이라기엔 홀로 음절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고 자음이라고 하기엔 음성적으로는 단모음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모음이라 하기에는 음운론적으로 모음에 가깝다고 하기가 좀 애매하다. 실제로 반자음이라고도 불리는 놈이다. 여기서부터 반모음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다. 음절핵을 이루기도 어려운 이러한 애매한 성질을 가지는 놈을 하나의 음소로 볼지 말지이다.
일단 음소가 뭔지 알고 가자.
음소는 말의 뜻을 구별하여 주는 최소의 언어 단위, 즉 대립적 기능을 지니는 최소 단위이다. 그러니 음소로 보는 여부는 특정 성분의 유무가 의미 변별에 기여하느냐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모음을 음소로 볼 수 있을까?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한국어의 음소는 자음과 모음만을 일컫는 말이었다만 최근에는 반모음을 포함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 반모음을 포함시키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한 음소의 변이음으로 보아 반모음을 떼어내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반모음을 하나의 음소로 보는 순간 전통적인 음운 분류 방식에 문제가 생기고 새로 체계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반모음 체계와 이중모음 체계가 겹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었을 거다. 음운 현상과 음운 체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반모음을 음소로 본다면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반모음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의 직관적인 인식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학교문법에서 굳이 기술할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모음을 음소로 인정하자는 견해 역시 우세하다. 반모음을 지닌 놈들과 거기서 반모음을 뺀 것들을 비교해 보면 둘은 다른 형태로 인식되며 이 말인즉슨 변별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니 음소로 볼 수 있다. ‘우시'와 ‘유시'를 보면 확실히 변별된다 할 수 있다. 내부 사정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반모음을 음소로 보는 것이 현행 평가원의 기조로 보인다. 실제로 출제된 문제를 보아도 이중모음을 통째로 하나의 음소로 보지 않고, 반모음을 음소로 처리한다.
아무튼 평가원은 반모음을 음소로 보는 것인데 반모음을 음소로 보니 이중모음도 두 개의 음소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말은 이중모음 ‘ㅑ'나 ‘ㅘ'를 하나의 음소로 보지 말고 각각 ‘j+ㅏ'와 ‘w+ㅏ'로 보라는 얘기다.
2. 반모음화
- 오아>와
- 키우어라>키워라
- 피어>펴
- 보이어 → 보여
위의 것들은 음운변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반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중모음을 하나의 음운으로 본다면 음운이 줄어든 것이기에 교체이겠지만(‘가리어>가려'에서 ㅣ, ㅓ가 ㅕ 하나로 줆) 앞서 말했듯이 현재 평가원은 반모음을 아예 하나의 음운으로 인정하고 있다(‘가리어>가려'에서 ㅣ, ㅓ가 j+ㅓ가 됨). 그러니 교체이다.
“아무리 그래도 축약 아니야?”라고 할 수 있다. 그래 축약이 맞는다만 음절의 축약이지, 음운의 축약이 아니다. 음절이 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반모음을 하나의 음소로 인정하는 상황이기에 ‘가지어>가져'에서 음운의 개수는 일정하다. 그러니 축약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음운 자체가 2개에서 1개로 줄었나? 아니다. 이런 놈들은 음운의 교체이다.
그렇다고 모음 축약이 교육 과정에서 퇴출된 것은 아니다. ‘단모음+단모음→단모음'의 구성이라면 여전히 모음 축약이다. ‘싸이다'가 ‘쌔다'가 되는 것과 ‘보이다'가 ‘뵈다'가 되는 것과 같은 예가 있다. ‘단모음+단모음→이중모음'이 교체인 거지 ‘단모음+단모음→단모음'은 축약임을 명심하자.
예시를 들어보자.
- 보이어>보여
- 보이어: ㅂㅗㅣㅓ
- 보여: ㅂㅗjㅓ
- ㅣ가 j로 바뀌었으니, 반모음화. (교체)
- 가리어>가려
- ㄱㅏㄹㅣㅓ→ㄱㅏㄹjㅓ
- ㅣ가 반모음 j로 바뀌었으므로, 반모음화. (교체)
- 보이다>뵈다
- ㅂㅗㅣㄷㅏ→ㅂㅚㄷㅏ(ㅗ와 ㅣ가 ㅚ로 바뀌었으므로, 축약)
- 두 모음이 하나의 단모음(ㅚ)이 됨. 물론 이중모음 발음이 허용발음이나 원칙은 단모음이니 /o/와 /i/가 /ø/라는 하나의 모음으로 준 축약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 싸이다>쌔다
- ㅆㅏㅣㄷㅏ→ㅆㅐㄷㅏ(ㅏ와 ㅣ가 ㅐ로 바뀌었으니 축약)
사실 IPA로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지만 수험생 수준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 위의 방식처럼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3. 반모음 첨가
- 되어[되어/되여]
- 피어[피어/피여]
- 뛰어[뛰어/뛰여]
여기서 보이는 허용 발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앞에서 다뤘던 반모음화처럼 교체일까? 아니면 첨가?
‘피어(피- + -어)’가 [피여]로 발음되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 역시 출판사마다 다르다.
ㄱ. 동화 현상. 곧, 단모음인 /ㅓ/가 앞의 모음 /ㅣ/에 동화되어서 이중 모음인 /ㅕ/로 바뀐 것. ㅣ 순행 동화라고도 하는 현상.(음운의 교체)
ㄴ. 첨가 현상. 반모음이 음소로 인정된다면 ㅣ와 ㅓ 사이에 반모음 /j/가 첨가되는 것.(음운의 첨가)
일반적으로 피어[피어/피여]를 반모음의 첨가로 처리한다. 교체에 대해서 알아야 할 사실은 음운의 개수가 일정하다는 것이다. 얘네들은 음운의 개수가 증가한 것이니 첨가로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를 낸다면 얘네들 보고 첨가냐 교체냐 이렇게 둘을 나누라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이렇게 반모음이 첨가되는 이유는 모음이 충돌하면 발음하기가 어려워 /j/가 나타나는 것이다.
세줄요약
- 반모음은 하나의 음소로 인정되며 이중모음은 두 개의 음소로 이루어져 있다
- ‘가리어>가려'나 ‘쑤어서>쒀서'는 두 개의 모음이 두 개의 음소로 이루어진 이중모음으로 변한 현상인 반모음화 즉 음운의 교체를 겪은 거다
- ‘피어[피여/피어]’나 ‘되어[되여/되어]’는 음운의 개수가 증가한 것이므로 반모음 첨가 현상이다.
다만 이는 최근 평가원의 기조를 따른 것이며 내신이라면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출판사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으니 내신이라면 선생님의 의견을 따르자. 내신에 있어서 이견이 있는 부분은 항상 선생님의 말씀이 기준이라는 걸 기억하자.
또 최근 경향에 따라서 교체와 첨가로 보되, 문제의 보기나 지문을 상대적으로 보고 풀자. 반모음의 위상이 애매하기 때문에 평가원이 제시한 문제에서 보기를 상대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유동적으로 유연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 왜 이렇게 예외도 많고 견해도 많은지 불평할 수는 있지만 학교문법이라는 기술문법의 한 틀이 제대로 체계적으로 정립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도 국어학 좆같은 거 알고 예외도 많고 학파마다 대립되는 거 인정하는데 평가원은 언매 낼 때 그래도 그런 걸로 장난질은 치지 않을 테니 문법이라는 하나의 틀이 체계가 잡히면서 정리되는 과정이라 보면 좋겠다.
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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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볼 수 있다로 출제하지 않았나요?? 확답한적 있었던가....???
교체로 보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첨가는 모르겠으니 수정하겠습니다.
최근 평가원 모의고사나 ebs 연계 교재를 보면 평가원은 아예 교체로 보는 걸로 못을 박은 듯합니다.
아 이거 보고 말한건데 이거 언제 껀지 아시나요??
첫 번째 사진은 2020 수특이고 두 번째 사진은 2020 9평입니다. 그리고 교육청이 출제한 거긴 한데 2021 고2 학평에도 교체로 출제되었습니다. 물론 교체로 100% 정한 것은 아닙니다만 일단 교체로 보고 보기를 상대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생각해 보니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네요. 일단 교체와 첨가로 보되, 보기와 지문을 상대적으로 보면서 풀어야 할 듯합니다. 평가원에서 아직 확답을 내리지 않은 게 약간 애매하기에 위의 사진처럼 미리 보기에 견해가 다른 부분은 따로 언급을 할 것입니다. 평가원은 이의 제기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보기를 제시할 거고 수험생 여러분은 그 보기나 지문을 꼼꼼히 살피어 유연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