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as [579543] · 쪽지

2015-06-13 23:04:47
조회수 2,361

뽀록 오지게 뜬 6평에서 얻은점(긴글주의, 서정적 감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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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현역 수능 5등급인 내가 공부 3주차만에 올1에 수학 2등급을 맞게 되면서 교차지원한 공대의 덕을 조금 봤다며 자만감에 휩싸였다.
둘 중 하나로 찍어서 맞춘 8개의 문제 해설강의도 안듣고 학원의 삼겹살 회식자리에서 놀며 즐겁게 잠들 때였다.
붕 떠버린 감정선을 잡지 못한 채 누운지 3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았다.
문과가 수능 올1이면 어디를 갈까.
생각해보니 한의대가 떠올랐다.
음악 작사가가 꿈이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었던 터라 한의사란 성배를 쉽게 감당하리라 마음 속으로 선언해버렸다.
좀 망치면 국교나 역교로 가지 뭐.
이다지와 이원준의 영향으로 선생님을 꿈으로 갖게 됬지만 선생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단걸 간과하고 있었다.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나는 작년 수능을 치르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손이 내 뺨을 감싸며 두 눈을 마주치고 넌 잘 할 수 있어! 하며 끝내 안아주시던 그 온기와 감촉.
집 앞이 바로 시험장이였기에 얼떨떨한 기분은 현실과 생각의 괴리감을 만들어줬는데 그 현상은 수학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2015학년도 수능 국어 B형 문제의 내용이기억나질 않는다.
하도 떠들어대던 신채호와 슈퍼문이란 단어만 맴돌 뿐이다.
탐구에서 세계사 킬러문제인 아이티 문제를 맞은학교 친구들이 손에 꼽힐 정도이지만 그 안에 들어갔다.
EBS에 정답을 입력하였다.
쫄깃하게 시간차로 점수가 나오는 시스템이였다.
6시가 되어 들어간 EBS에게 처음으로 받은 국어 성적.
66점.
실없이 웃음만 터져나왔다.
안방에서 주무시는 어머니가 생각났다.
미친듯이 웃기만 하다 어느새 절망과 탄식이 가득한 울음으로 변했다.
그렇게 운게 1시간이 넘었으려나.
새로고침된 EBS가 나에게 준 수학성적.
64점.
눈물이 말랐다.
한번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소리를 지르고나니 어머니께서 문을 여셨다.
아들 힘들었지?
어머니의 눈은 부어있었다.
어머니께선 날 위한 거짓말을 잘 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모습이 연기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괜찮아 아들. 한번 더 하지만 마.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나왔다.
목이 마를 정도의 갈증이 생겼다.
상위권 대학에 대한 갈증.
그것이 너무나도 깊게, 사막같이 황량한 내 성적을 통해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예약했던 논술학원을 내 손으로 환불신청하고 원장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보험으로 했던 세종대 논술 고사장에 가지 않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빕스 주방알바를 지원했다.
단순히 그릇닦고 과일 자르며 치킨을 튀기고 스테이크를 굽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 반복속에서 난 수도권대학이라도 다녀야겠다 고 생각했다.
담임선생님께 교차지원도 좋으니 집에서 다니고 싶다고 하자 수도권의 한 대학교를 추천해주셨다.
전화기계통의 취업깡패.
결국 수도권 대학교 공대와 상경대, 그리고 서울에 종교대학 소프트웨어학과를 지원했다.
그리고 6개의 전문대 원서를 접수했다.
모두 추가합격, 그러나 명지전문대는 합격되지 못했다.
거기를 합격했다면 난 여기 글을 쓰지도 않고 취업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수도권대 공대를 다니며 대학에 관한 내 생각과의 괴리감과 까진 남녀들의 행패를 보며 재수의 결심이 피어올랐다.
마침 호감을 갖고있던 여자한테 뒤통수를 맞았다.
성희롱.
증거를 대보라 했다.
그러자 자기가 먼저 야동얘기를 해놓고 내가 백마 말곤 볼거없단 말을 하니 걔가 난 국산만 봐 라고 한 대화 중 백마만 캡쳐해서 선배들에게 뿌렸다.
난 동아리에서 매장당했고 동아리 선배들이 랩실선배들이였기에 반수가 아닌 자퇴재수를 선택했다.
의지만 있었지 행동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등은 강한 충격을 받으며 나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3일간의 술에 찌든 생활.
부모님의 부재중전화 109통 문자 132통.
취업 보증수표를 버렸단 생각과 재수를 해도 문돌이란 생각이 내 머리를 잠식할 즈음이였다.
어머니께서 알리셨는지 고3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다.
야 이 개.새.꺄.
처음부터 쎄게 나오신다.
당장 학교로 튀어와.
전화를 끊자마자 난 학교가는 버스를 탔고 학교 앞 상가 화장실 거울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
초췌한 얼굴과 떡진 머리.
거지나 다름없었다.
이대론 살 수 없다.
열심히 머리를 빨아대며 얼굴의 기름도 다 씻어내고 머리를 대충 터니 공부하던 고3 3월의 내 얼굴을 보게 되었다.
눈빛을 가다듬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둘만 있는 교실에서 또 울었다.
그 때 결심했다.
난 좋은 대학 간다.
난 좋은 학교 학과 골라서 간다.
난 1등급 3개 영역 이상 찍는다.

잠에서 깬 나는 멍하니 천장을 보았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하고싶은 말을 알 것 같았다.
내가 꿈꾸던 이상에 다가서고 있음을 느끼지 못한 나에게 자책하며 시계를 보니 8시 반.
아뿔싸.
7시 50분까지 학원인데.....



오늘도 난 현우진의 뉴런을 듣고 시냅스를 작성하다 이 글을 쓰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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