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초상 [1285085] · MS 2023 · 쪽지

2024-01-22 14:01:17
조회수 3,622

[칼럼] 수능 국어 학습의 방향성 (2) : 인공 신경망 지문으로 보는 학습 프로세스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66777326

지난 칼럼들을 먼저 읽고 오시는걸 권장드립니다.


[칼럼] 수능 국어에 대한 고찰 : https://orbi.kr/00066560304

[칼럼] 수능 국어 학습의 방향성 (1) : https://orbi.kr/00066661185




I.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지난 칼럼에 이어서 2편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수능 국어가 학생에게 요구하는 능력 즉, 수능 국어 학습의 방향성을 간단하게 잡아보았습니다. 그것은 기출에서 반복되는 포인트들을 학습하여 결국 나는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지문을 하나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바로 17학년도 6월 모의고사에 출제된 인공 신경망 지문입니다. 한번 가볍게 읽어봐주세요. 문제는 안 푸셔도 좋습니다.




읽어보셨나요?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II. 학습 프로세스


사실 지문을 읽은 이유는 해설과 분석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제가 수험생이던 시절 이 지문에서 얻은 깨달음을 여러분들에게 공유드리고자 함인데요,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국어 공부'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고, 해설지를 보며 오답을 정리하고, "다음부터는 꼼꼼히 읽어야지"라고 되새기면 국어 실력이 늘까요? 정말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읽을 수 있을까요? 이것은, '국어 공부'일까요?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국어는 본질적으로 글을 읽는 과목입니다. 그리고 글을 읽는 과정은 습관입니다. 그렇기에 언어 계열 과목에서 잡다한 스킬들을 배워봤자 수능날 가면 읽는대로 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당연하게도, 습관을 고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읽어야겠다는 다짐 수준에서는 습관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어를 공부했다는 느낌만 느끼게 되어 되려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지점이 있었고, 어느 날 복습하려고 집어 든 인공 신경망 지문에서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 인공 신경망의 작동은 크게 학습 단계와 판정 단계로 나뉜다. 학습 단계는 학습 데이터를 입력층의 입력 단자에 넣어 주고 출력층의 출력값을 구한 후, 이 출력값과 정답에 해당하는 값의 차이가 줄어들도록 가중치를 갱신하는 과정이다. 어떤 학습 데이터가 주어지면 이때의 출력값을 구하고 학습 데이터와 함께 제공된 정답에 해당하는 값에서 출력값을 뺀 값 즉 오차 값을 구한다. 이 오차 값의 일부가 출력층의 출력 단자에서 입력층의 입력 단자 방향으로 되돌아가면서 각 계층의 퍼셉트론별로 출력 신호를 만드는 데 관여한 모든 가중치들에 더해지는 방식으로 가중치들이 갱신된다. 이러한 과정을 다양한 학습 데이터에 대하여 반복하면 출력값들이 각각의 정답 값에 수렴하게 되고 판정 성능이 좋아진다. "


인공 신경망 지문의 5문단 내용입니다. 인공 신경망의 학습 단계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학습 데이터를 입력층에 투입한다.

2. 출력값을 구하여 정답과 비교한다.

3. 오차를 활용하여 가중치를 갱신한다.

4. 정답을 도출할 때까지 반복한다.


간단합니다. 투입하고 출력해서 오차를 확인하고, 출력값이 정답에 가까워질 때까지 수정을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이것이 국어 학습과 굉장히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러한 방식으로 공부한 결과 만족스러운 성적 향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하나씩 국어 학습과 연결 지어 봅시다.




III. 연결 짓기


1. 학습 데이터를 입력층에 투입한다.


지문과 문제를 풉니다.



2. 출력값을 구하여 정답과 비교한다.


채점을 하고, 어려웠던 문제와 판단하지 못했던 선지에 대한 학습을 합니다. 해설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틀리거나 어려웠던 문장, 내용, 문제들에 대하여 "왜" 어려웠고 "왜" 판단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셔야 한다는 겁니다. 상투적 표현으로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해 보시면 됩니다. 습관을 고친다는 것,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분석한다는 건 원래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어떤 문장을 제대로 못 읽어서 문제를 못 풀었다 수준이 아닌, 한발 더 나아가서 그렇다면 왜 그 문장을 제대로 못 읽었는지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본인의 무의식을 파고드는 겁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ex)

"아, 내가 정보량 많은 부분을 모두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다 보니, 놓치는 정보들이 생기는구나"



3. 오차를 활용하여 가중치를 갱신한다.


내가 도달한 결론. 즉, 내가 마주하게 된 나의 무의식에 대한 해결책을 세웁니다. 일종의 가설을 세워본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ex)

"모두 머리로 이해하고 정리하려는 것이 문제니까, 정보량이 많은 부분이 나왔을 때는 여백에 메모를 하며 읽는 것이 좋겠다."



4. 정답을 도출할 때까지 반복한다.


위에서 세운 해결책을 머리에 새깁니다. 포스트잇이나 노트에 적어두셔도 좋습니다. 어떤 방식이 되었건, 앞으로의 국어 학습 시 머리에 '쥐고 있는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위 과정을 반복합니다.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세우고, 내가 세운 해결책이 완벽하지 않다면 그것을 계속해서 수정하는 방식을 취하시면 됩니다. 칼을 간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계속해서 날카로워지도록 본인의 독해 습관을 다듬어보세요.


이 과정을 수능 전날까지 계속해서 반복하는 겁니다. 계속해서 여러분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그것에 대한 의식적인 해결책을 세우길 반복하세요.


이상이 제가 인공 신경망 지문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국어 학습의 프로세스입니다. 저는 처음 이것을 마주했을 때 직감적으로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였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오히려, 저의 성적이 오른 걸 보며 제가 옳았다는 생각이 더 강화되었습니다.




IV. 마치며


항간에 국어는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아다닙니다. 재능의 과목이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물론 재능 중요합니다. 하나,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과목이 아닙니다. 저도 국어는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게 국어 공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국어 공부는 문을 읽고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앞선 과정이 모두 끝난 뒤, 자신의 습관에 대해서 돌아보고 그것을 교정하기 위한 고민과 그것을 적용하고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국어 공부입니다.


저는 지난 칼럼에서 국어 학습은 곧 내가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칼럼이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