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오르비를 많이 하면 안 되는 이유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67714497
우선 저는 오르비 덕분에 유명한 강사님 밑에서 3년째 연구 조교로 쭉 일하고 있고, 과외도 얻게 되었고, 공부법이나 컨텐츠(ex. 피램, 규토, 키스) 관련해서도 오르비 덕을 많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오르비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레벨만 보셔도 아실 겁니다!)
절대로 무작정 오르비를 까려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ㅠㅠ
과외생이 고3이라 3모 끝났길래 오랜만에 오르비를 왔는데,
역시 오르비는 수험생에게 득보단 실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오르비를 하는 대학생이나 선생님들은 다들 현생 알아서 잘 사시는 분들이니까 제외하고, 가끔 들어와서 정말 필요한 정보만 얻어가는 수험생분들이나 가끔 자존감 채우려고 '기만'하러 오시는 수험생분들은 제외입니다.)
오르비 정말 너무 좋은 사이트입니다. 아마 한국에서 입시 관련한 고퀄리티 자료는 오르비에 제일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실력있는 강사분들이나 고학력의 대학생분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오르비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험생들에게 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르비를 한지 얼마 안되셨거나 아직 수능 점수를 받지 않아 단순히 오르비를 많이 하는 게 얼마나 본인에게 안 좋게 작용하는지를 체감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수험생이 오르비를 많이 하면 대부분 이 세 가지 손해를 보게 됩니다.
1. 감정 낭비 (+자아의탁)
2. 자기 객관화가 안 되게 함
3.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함
1. 감정 낭비 (+자아의탁)
일단 오르비는 싸우는 분위기가 자주 형성됩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수험생에게 너무 자극적인 주제로 싸웁니다. '문과 vs 이과', '메디컬 vs 서울대', '의대 vs 한의대', '여대 관련 내용' 등 적기만 했는데도 벌써 투기장이 열릴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때 이걸로 싸우는 대학생들도 문제지만, 수험생이면서 '자아의탁'까지 해서 싸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만약 내가 한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인데 오르비에서 '의대 vs 한의대'로 싸우면서 한의대를 비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수험생인 본인이 한의대생 빙의해서 의대생들이랑 싸우는 식인 거죠.. 대체 이게 뭔 짓입니까..ㅠㅠ 시간 낭비는 물론 감정 낭비도 되고 제3자가 보면 당사자들 싸우는데 당사자가 아닌 수험생들까지 껴서 싸우니까 정말 난장판입니다.
2. 자기 객관화가 안 되게 함
오르비는 독특한 점이 본인의 학벌을 뱃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게 은근히 그 유저의 발언에 영향력이 생기게 합니다. 그리고 입시 사이트이다 보니까 학벌이 좋으면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꽤 인정받습니다.(이 뽕맛을 못 잊어 좋은 학교 가서 이미 성불했는데 여전히 오르비에 유령처럼 남아있는 대학생들도 꽤 많죠.) 그런데 이런 분들을 워낙 가까이서 많이 보다 보니까 수험생들은 당장 본인의 실력보다 눈이 너무 높아지게 되고, 본인이 충분히 본인의 위치에서 잘하고 있는 건데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게 '장수생'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ㅠㅠ 본인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고통 받는 건 본인입니다.. 실제로 여기서 별 취급 받지 못하는 인서울만 해도 현실에 정말 몇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또한 낮은 등급대에서 엄청난 떡상을 이뤄낸 학생들은 당장 점수 올리는 것에만 신경씁니다. 내가 무조건 이 대학을 가야만 한다라는 마음에 사로잡힌 채로 점수를 올린 학생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냥 조금씩 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상위권, 최상위권이 된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과욕은 정말 금물입니다.
3.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함
개인적으로 3이 가장 오르비를 많이 하는 수험생에게 큰 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비를 상주해 보면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글은 제외하고, 공부와 관련된 글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허영심'이 깔려 있습니다. 이게 어떤 식으로 글이 써지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나 오늘 N제 하루 컷 했는데 어렵더라 ~
(하루 컷 할 능력이 됨을 강조함)
2. 아 드릴 다 풀었는데 할 게 없네 ~
(남들 개념, 기출 공부하는 시기에 써서 본인의 진도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함)
3. OO 수학 실모 계산 실수해서 97점 받음 나 ㅄ인듯;
(누가 봐도 잘하는 사람인데 자책하여 이보다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현타올 수 있음)
4. (작년 수능 본 직후) 국어 1컷 96인듯?
(실제로는 국어 1컷 80점 중후반대 뜰 정도로 어려운데 쉽다고 강조함)
5. (시험이 어려워서 모고 컷 낮게 나온 직후) 엥? 쉬웠는데 컷이 왜 이리 높지?
(통계상 어려운 게 맞는데 나한텐 쉬웠다고 강조함)
5. 한 가지 컨텐츠를 콕 찝어서 이거 하면 무조건 실력 오른다, 1등급 받을 수 있다는 식의 글
(대표적이었던 게 예전 뉴런이죠. 수학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는 애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기 잘하고 있던 거, 하려던 거 때려 치고 뉴런했다가 많이 조졌습니다.)
가장 웃긴 점은 1~5가 진실인지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ㅠㅠ 그런데 잘 모르는 분들은 저기에 크게 동요됩니다.
당장 생각나서 막 쓴 예시가 저정도지. 실제로는 엄청 다양한 글이 알게 모르게 나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존감을 낮추게 만듭니다. 물론 저런 글을 쓴 분들이 전부 나빠서 그랬다거나 악의로 저런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썼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툭하고 던진 돌에 내가 맞을 수 있습니다.
긴 수험 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는 힘은 '성취감'과 '나에게만 집중'하는 줏대 있는 태도입니다. 계속 남에게 휩쓸리다 1년이 지나가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수험생이면 잠시 오르비는 접어두시고 정말 필요하거나 궁금한 정보가 있을 때만 오르비에 접속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오르비를 재밌게 하고 싶으면 수능 끝나고 하세요! 그때는 그 누구도 뭐라고 안 합니다. 그리고 3모를 비롯하여 모의고사 직후에는 안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ㅠㅠ 기만 글이나 허세 부리는 글이 폭주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괴감만 느끼실 겁니다. 어차피 좋은 퀄리티의 모의고사 후기(총평)나 해설은 시간이 좀 지나고 업로드됩니다.
매년 얘기하지만 수능 끝나고 정말 누구에게나 기만하고 허세 부릴 수 있는 성적표를 오르비에 인증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오르비를 거의 안 하던 저렙 노프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제 기억상 수능 공부와 오르비를 병행하던 그 많은 네임드들 중에 성공해서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르비 잘만 사용하면 정말 좋은 사이트니까 수험생분들이 오르비로 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공부하기 많이 힘들 텐데 힘내세요!
+) 요즘 들어 수학의 경우 푼 문제 양으로 과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진도가 빠르고 푼 문제집이 많다고 반드시 고득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진짜 이것저것 많이 풀 수 있는 실력이라서 많이 푸는 건 상관없는데(흔히 말하는 괴수분들), 실력도 안 되면서 그냥 많이만 푸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수능 보기 전까지 수학 n제 20권, 실모 100회를 푼 A가 있다고 칩시다. 그에 비해 B는 수학 n제 5권, 실모 30회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B는 공부를 많이 한 A가 대단하면서도 무조건 시험을 잘 볼 것 같아 부럽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능을 보고 나니까 A는 84점, B는 96점을 받았습니다. B는 아직도 A가 부러울까요?? 위 사례는 제가 직접 겪은 일이며, 저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수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시험입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냥 나의 사정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같은 인강을 들었어도, 같은 문제를 풀었어도 개인의 태도에 따라 얻어가는 깨달음은 다릅니다. 수능을 보기 전까지 눈으로 보이는 양은 적어 보일 수 있어도 쟤가 나보다 많이 깨달았고 실력이 좋아졌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진도 나가기와 공부량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공부를 하는사람 중 누가 얻어가는 것이 많고 실력이 늘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남이 어떻게 공부하든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내가 해야할 것만 신경씁시다!
0 XDK (+2,000)
-
1,000
-
1,000
-
만두먹고싶다
-
그냥 존나 인생이 힘들고 사는 게 힘들어서 퍼질러 누워있었는데 남친한테 연락이 옴...
-
실력이 안돼서 아직 실모는 생각도 없는데; 난 수학을 언제쯤 잘하게 될까
-
ㅜㅠㅜㅜㅜ
-
원시인들보다 조선시대 사람이 더 가난하게 산거같은데 이유가 뭐에요?
-
3시간동안 ㅈㄴ 잠와서 뭐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서카딘이랑 아빌리파이를 쳐먹은거임 저...
-
아직도 팡일이랑 이정수쌤만 마감인거 보면ㄷㄷ 작년에 완전 빡셌다길래 긴장했는디
-
우선 저부터 6모 43211 9모목표:22211
-
적응기간은 며칠정도 됨?
-
대구 학교 중심으로 '백일해' 75명···10년 새 최다 발병 3
대구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백일해 발생이 지속·확산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
따릉이 한번 대여하면, 24시간동안 무제한인가요??? 1
1시간권사면 1시간 타다가 시간지나서 추가요금붙기전에 재빨리 반납하고 다른 자전거로...
-
2회도 꽤 어렵다 느꼈는데 4가 어나더인듯
-
내지는 풀 가치가 있나요? 퀄리티 너무 안좋은거 아니면 한번 구매해보고싶은데 어떰요...
-
검토를 하는 세계관이 있ㅇㄹ까
-
올해 의대증원여파로 의대 목표로 직장인, sky 이공계 학생들이 도전하는 경우가...
-
너무 힘들다거 ㅠㅡㅠ 다다음주 진짜 너무 떨린다
-
13점차를 ㅅㅂ ㅋㅋㅋ
-
대인라 팡일 & 이만배 유일마감 ㄷㄷㄷㄷ
-
매일이 레전드경기 신기록 경신인데 이만한 마약이 따로없지 ㅉ
-
박광일 0
대기 90번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으려나?
-
정보) 오늘 롯데 승리시 한미일 통산 최다 점수차 역전 0
13점 ㅇㅇ
-
전 문항 https://youtu.be/GdSNEo6d6Mw 8번 그래프 추론 기초...
-
CPA, 로스쿨, 대기업 선에서 대부분 정리된다던데 사실인가
-
그릿문학 0
ㅇㄸ 내신휴강때 마렵다..
-
한완수 part1 part2 3회독하고(현재2회독) 한완기 풀고 한완기...
-
신인이 5이닝 무실점 호투했지만 승리투수는 줄수없다는 마인드
-
기하에 나왔던거라 공통으로 어레인지 해봄
-
ㅋ ㅑ
-
미친ㅋㅋㅋㅋ 2
롯데머냐 기아머냐
-
천만덕 가쥬아
-
[출처:...
-
고마하이소
-
이틀연속 노갈굼&노태움~ ㅎㅎ 앞으로도 쭈욱 팔자 폈으면 좋겠다 헤헤:)
-
공기랑 같이걷는중
-
2025학년도 수능 화학1 비대면 특강 수강생 모집 0
○ 現 강남대성 화학1 문항 출제자 ○ 前 화학1 출판팀 모의고사, N제 저자 ○...
-
차라리 쳐라 5
ㅉㅈ
-
쓰레기처리장 못지어서 경제적인 해결방법을 찾은건가
-
흐흐흐
-
차단목록 ㅇㅈ 18
-
선별 기출 벅벅벅
-
1회 좀 흔들리다 제구 잡으니까 좋네 스위퍼 잘먹히는거같은데 6주 잘해봐라 화이팅
-
주제별기출하고 연도별기출하고 뭐가달라요? 들어있는 문제도 다 다른건가요.......?ㅠㅜㅠ
-
진짜네...
-
광일 0
정석준쌤하고 광일쌤 한다고 대기 42번인데 안풀리겠지 에잉
-
해강들으면서 뭔개소리지? 한건촘이네
-
말 그대로 오류가 있는 문항....비율만 어케어케 잘 맞추면 맛있고도 멋있는 문제가...
-
강대vs강러 0
강남러셀에서 선생님 좋아보여서 단과하면서 가려다가 강대(강남역) 반수반 붙었는데...
-
망했어 0
저 인간이 귀여워보여 카리스마도 있고 잘생긴 거 같음... 인생...
-
말이되냐 진짜로 ㅋㅋ 하
-
제가 올해 3월부터 공익 근무하면서 반수중인데 공대 23살에 3학년 1학기까지...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5.gif)
진짜 맞는 말밖에 없네요아.
대학생은 해도 되나요? 제발
요즘같은 n제메타에서 2,3 너무 공감되네요
"오르비 할 빠에 디씨해라"
ㄹㅇ
이륙
진짜 너무 감사해요
정보얻을려고 오르비 막 시작한 입장에서는 그냥 보이는대로 내가 ㅂ*이구나...하고 그런 시야가 갖추어져 있지않거든요ㅠㅠ
팩트)97은 ㅂㅅ이 맞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factbot/02.png)
After watching this2번 극공감
오르비 역사상 최고 명문인데..
ㄹㅇ 많이 풀려고 해설지 대충 보고 넘어간 내 자신 반성합니다
하루에 1문제를 풀더라도 대가리 깨지면서 고민하겠습니다
수험생은 오르비 하면 안됨.. 정보고 뭐고 사실 그 시간에 공부하고 쉬는게 점수 훨씬 올라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