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첫 수능에서 실패한 후 깨달은 사실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69325002
더 늦기 전에 깨닫길 바라며
1. 도약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위선적인 사람이라 합니다.
가식적인 사람이라고도 하죠. 여러분들 중에는 그런 친구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현재 자신의 생각만큼 또는 노력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면, 여러분 스스로가 가식적 학습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식적으로 학습한다는 건 공부를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는 학생일수록 가식적 학습, 겉과 속이 다른 학습에 빠지기 쉽거든요.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이 어떤 식으로 가식적 학습을 하고 있는지와 왜 그런 학습을 하면 안 되는지, 수능까지의 남은 날들을 어떤 식으로 보내야 지금의 정체된 상황에서 한 단계, 두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2. 의심
여러분이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이때는 공부를 하면 공부하는 만큼 오릅니다. 안 오른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방향이 아예 잘못됐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나 이 둘 중 하나입니다.
5등급에서 4등급, 3등급으로 올라올 때는 여러분이 공부를 하면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릅니다. 그런데 3등급에서 2등급,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때는 이전처럼 여러분이 앉아서 공부를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이때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슬럼프에 빠지죠. 자책합니다. 이전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합니다.
이 정도 했으면 2등급 나올 것도 같은데,
1등급 나올 것도 같은데 왜 안 나오지?
왜 나는 맨날 3등급이지?
왜 맨날 나는 2등급이지?
분명 실력이 올랐다는 게 스스로도 느껴지는데 모의고사 성적은 변화가 없으니 (때로는 더 떨어지니) 점점 불안해지고 조급해집니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죠.
내 공부의 방향성이 잘못된 게 아닐까?
지금 와서 또 어떻게 고쳐나가지?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는 한때는 늘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실력마저 의심하기 시작하죠.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도약할 수 있을까요?
3. 착각
많은 학생들이 내공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런 문제 상황을 겪습니다.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정확하게 내려드릴게요.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력이라는 단어 앞으로 함부로 사용하지 마세요.
실력은 오른 것 같은데 성적이 안 올라요.
이런 말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느끼는 나의 수준은 실력이 아니라 내공입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내 머릿속에 쌓은 지식들을 말하죠. 그렇다면 실력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실제 시험장에서 발휘되는 능력. 이걸 줄이면 실력이 되는 거죠.
많은 학생들이 이 둘을 혼동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이 둘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실전이 아닌 상황에서 쌓은 내공과 실전에서 발휘되는 실력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괴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 거죠.
이런 상태로 하는 공부를 저는 가식적 학습이라고 말합니다.
가식적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학습했으니까 당연히 시험장에서 이전보다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고 당연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는 착각을 합니다.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떨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죠. 이거 좀 나쁘게 말하면 망상하는 거예요. 망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근거가 없는 주관적인 신념을 말하거든요. 여러분이 뭔가를 배웠다고 해서 그걸 모두 시험장에서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저도 고3 때 이러한 망상으로 인해 실패한 경험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제발, 제발 모의고사 칠 때 자신의 실력을 확인받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마세요. 매번 모의고사에서 실력만을 확인받으려고 하는 학생들은 매번 자책할 수밖에 없어요.
4. 악순환
‘이번에는 잘 치겠지’라는 기대감과 ‘이번에는 잘 쳐야 하는데’라는 조급함을 가지고 덤비면, 잘해봤자 잠시의 위안을 얻고, 까딱하면 멘탈이 깨집니다. 이번에 한 번 잘 쳐도 ‘다음에 못 치지 않을까? 이게 진짜 내 실력이 맞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객관적인 실력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여러분의 최종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실모를 칠 때는 나의 내공과 실력 사이의 괴리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그 괴리를 찾아서 메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의고사를 쳐야 합니다. 그렇게 확신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내공과 실력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찾아서 제거한다면, 지금보다 실력(성적)이 높아지겠다는 확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모의고사 치고 그냥 버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잘 치면 잘 쳤다고 버리고, 못 치면 문제의 퀄리티가 어떻다 평가원스럽지 않다 하면서 내팽겨 쳐요. 이러한 행위는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아주아주 낭비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행동할까요?
자신의 현재 실력(결과)을 확인받고 싶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좋아야 하니까. 안 그러면 괴로우니까. 결과가 마음에 들면 오케이! 하고 넘기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현실을 부정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실모를 쳐도 얻는 게 거의 없습니다. 수능이라는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수능 직전 한두 달의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가식적인 학습을 하다가는 수능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내 눈앞에 결과가 주어지지 않으니까 더 조급해지고, 더 괴롭고, 그러면 더 성적이 안 나오고. 그러면 더 괴롭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점차 구렁텅이로 빠지게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들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도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주도 응원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난 현역 정시가 쉬울줄 알았지
-
그나마 날 유일하게 붙여줬던 세종대라도
-
19살 20살에 현역. 재수하면서 중딩고딩 때 겪던 우울증 때문에 많이힘들었는데...
-
농어촌 고대식 660점 상경계열 안정인가요? 참고로 인문입니다
-
아이폰 추천 좀 0
14~16 중에..
-
나도 가볼까
-
아직 안된건가요??? 겁나 좋아했는데.......하........
-
맛있겠지?
-
며칠간 컨디션 관리하고 당일날 도핑할 거 도핑해서 각자가 연습한 시험을 제일 잘 볼...
-
고2 올해 수능 국어 찍맞제외 높3 강기본, 강기분까지 끝냄 조언/추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반대 하는 건 알겠는데 인스타 스토리에 동덕여대 재학생 아닌 것들이 더 지랄이네
-
50%인상은좀ㅋㅋㅋㅋ
-
올해 원서는 12
요중에 대충 하나 쓰고 안되면 복학할듯요 되든 안되든 내년엔 군대 갈 예정입니다
-
실채 뜨면 4칸 될 수도 있나요?
-
막상 끝나면 할게없음
-
이거 숙대랑 국숭 넣을만한가요?? 탐구가 너무 망해서...
-
전남 통합의대 기본계획 22일 정부 제출…행정절차 돌입 1
목포대·순천대, 기본계획 공동 수립…정원 200명 규모 (무안=연합뉴스) 형민우...
-
작년컷은진짜너무살벌해요...
-
왤케 이상해 보이지
-
연애하기 쉬운알바 ㅊㅊ좀
-
춤추고올까
-
실채점, 합격 나올때까지 편하게 못있겠음;; 아니 여기에 인생이 걸렸는데 어케 신경을 안쓰는거지
-
옆에 다 다리 떨어제끼는데 혼자 좀 튀어나와있어서 안 보임ㅋㅋ 떠는거 보였으면 국어...
-
안정으로 지거국 쓸려고 하는데 지금 8-9칸도 의미가 없죠?
-
665가 어문 쓰지 않았나?? 경영 컷이 678이엇나 추합도 개 안 돌았고
-
있나여?? 찾아봐도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어요...
-
ㄱ-1은 1km당 승객 1명 이동 기준 운송 수단별 탄소 배출량인데 비행기와 기차의...
-
(실모) 총 53회분 100점: 5회 97점: 2회 96점: 13회 93점: 1회...
-
무조건 더 내려가나요??
-
쌍윤/생윤사문/쌍사
-
진짜 제발 바로 붙어라 정시에서 피 말라가면서 휴대폰 붙잡고 있기 싫어… 알바 해야한다고…
-
내가 7시부터 공부 안하면 4수한다 ㅋㅋ
-
적백이햄 많이 보이네 12
문제만 보면 어려운거같은데 현장은 또 다른건가
-
부끄러워서 2층에서 혼자 보고 옴 ㅎㅎ ㅠ
-
앞날이 어둡네
-
강기분이랑 같이 풀면 좋다는데 좋나요?? 이런건 잘 몰라서 ㅠ
-
다들밥먿ㄱ어 3
안녕
-
넌 내가 싫다고 2
이유가뭐냐고 짜증난 니표정 모든걸 말해줘 슬프게해
-
지피티랑 대화함
-
지금시점 안정잡히는 문이과 마지노가 여기인듯
-
미디어과 갈거는 아닌데 제가 영상편집 되게 좋아해서 그런데 삼성 lg 노트북 쓰시는...
-
홍보 거하게 때려야 합니다. 정말 잘 만든 라인업이네요. 심찬우-유대종-유현주T...
-
얘들은 맨날 한다한다 그래놓고 안하더라
-
친구들이랑 피방 폰 바꾸기 오르비10시간 부모님이랑여행 친구들이랑영화 넷플밀린거벅벅...
-
현재 아이패드 프로 쓰고 있는데 노트북도 필수인가요? 아님 매직키보드로 커버 되려나요
-
작년 표점-12의 ptsd가;; 생2보단 그래도 잘 나오겠지. 한 3~4점 차이나면 안되나 ㅋㅋ
-
마려워
-
이쁘고 노래 잘부르고 다함
-
아직까지 별소리 없는거보면 강사판에서 유명한사람은 안오려나
오늘도 떴다
쌤님 안녕하세요!! 마지막 시기라 더 바쁘시죠?
맞아요ㅠㅠㅠㅠㅠㅠㅠ 애들도 점점 똑똑해져서 뭘 가르쳐야 할까 고민 중인 시기예요..
제가 수학 풀 때 제가 생각하기에 내공은 시간이 충분하면 한두문제빼고는 다 풀수 있는 내공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딱 100분을 재고 풀었을 때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가끔은 아예 손도 못대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의 괴리는 어떻게 해결하는게 좋을까요?
시간 부족에는 너무나 많은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가 딱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면 됩니다.
1. 풀이 속도 (각 문제)
사실 질문에 답이 적혀 있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면 다 풀 수 있다'는 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는 말이거든요. 그렇다면 왜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를 아는 게 필요합니다. 그 이유에는 계산 속도가 느리거나, 실수를 자주해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거나 문제를 이해하고 풀이를 구상하는데 오래 걸리거나 등등이 있을 텐데 각 경우에 맞춰 보완을 해주시면 됩니다.
2. 운영 전략 (시험 전체)
똑같은 문제들을 똑같은 시간을 주고 풀어도 그 순서(운영 전략)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풀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계속 시간을 낭비하다가 풀 수 있는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다면 그건 올바른 판단(전략)이 아닐 수 있겠죠? 그렇기에 실전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세워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칼럼써주시는덕에 항상 도움 많이 받습니다
착각이란 말이 정말 와닿네요..
남은 기간에도 와닿는 칼럼으로 찾아뵈겠습니다!
마음에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내공도, 실력도 모두 기르는 게 맞겠네요…
그렇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합니다
좋은칼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멘탈케어 Goat
감사합니다. 이번 주도 두 편의 칼럼으로 찾아뵐게요 :)
혹시 쪽지 한번만 봐 주실수 있을까요?
기출문제집을 풀때는 1등급 문제도 잘 풀리는데 시험만 보면 준킬러조차 건들기가 힘듭니다
2등급이 목표인 만년 3등급인데 뭐가 문제일까요 ㅜ 시간이 그렇게 부족한 것도 아닌데 그냥 사고가안돼요
제가 고3 때 그랬습니다. 기출 문제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바람에 새로운 문제를 다루는 법을 몰랐어요. 기출을 놓지는 말되, N제와 실모를 풀면서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경험을 많이 쌓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와 너무 저라서 소름돋앗어요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그러면 수학을 예로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피드백하는게 좋을까요? 괴리를 없앤다는게 잘 와닿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A발상 하나가 생각 안 나서 못푼거라면 어떻게하나요..? 비슷한 발상 문제를 찾아서 풀 수도 없고요..
안녕하세요 :) 답변 드립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발상이 '생각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그 발상을 해야 하는 '전제 조건'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풀기 위해 C라는 발상을 했어야 한다면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겠죠.
1.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 A + B를 통해 C라는 발상의 필연성을 왜 느끼지 못했는가?
2. 문제 풀이 과정에서 A → B의 흐름일때 그 다음에 와야 하는 C라는 발상의 필연성을 왜 느끼지 못했는가?
(내공) 발상 자체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력) 그 발상이 언제 필요한지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내공) 그 발상은 내 머릿속에 데이터 공간을 차지는 하고 있지만
(실력) 실전에서 활성화시키기는 어려운 지식이다.
이것이 칼럼 내용에 나오는 내공과 실력 사이의 괴리입니다.
내공은 많은데 실력이 내공에 비해 꽤 떨어지는 상태라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내공이 실력으로 발휘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존재하고, 실전 경험을 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학습을 남은 기간 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
진짜 내공과 실력이 다른게 제 상태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