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은_최종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70589443
그렇게 우린 보통의 연애를 시작함
물론 모든 게 처음인 나의 입장에선 모두 새롭고 설렜음
하늘 사진 정도가 전부이던 내 갤러리는 A의 사진으로 가득해졌고
교실에서 무료하게 떼우던 점심시간은 축구를 하는 A를 응원하러 나가거나 학교 정원에서 노래를 나눠 듣는 시간이 되었고
주말에는 시내에서 가벼운 데이트를 했음
난 A에게 손재주도 없지만 손뜨개 목도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설치곤 한 여름이 되어서야 완성해 줬지만
그 애는 환히 웃으며 땀띠가 나는 한이 있더라도 하고 다니겠다며 무안해 하는 날 웃게 했고
A는 감기몸살에 심하게 걸려 학교가 끝나고도 교실에 엎드려 있는 나를 업고 집에 데려다 줬고
기념일은 챙기지 않기로 했는데도 빼빼로 데이에 다른 여자애가 A에게 빼빼로를 주려고 했다는 소식에 난 질투가 나서
다이소에서 급히 베이킹 도구를 사서 뜬금 없는 수제 빼빼로를 선물하기도 했고
공부에 눌려 연락도 소홀하게 하고 데이트도 번번히 취소한 나를 10분이라도 보겠다고
A는 밤 12시에 학원을 마치고 집 앞에 찾아오기도 했음
그렇게 소소하고 넘치게 행복한 시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귄지 3년 째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남
나는 고3, 그 애는 재수를 하는 중이었음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고 중요한 시기이기에 만남도 최소화 하고 연락으로만 근황을 주고 받는 시간이 길어졌음
왠지 모르게 불안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 애는 내 생일에 케이크를 사서 밤 늦게 찾아와줄 정도로 내게 다정했기에
애써 우린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했음
인기가 많은, 평상시에도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이었던 A를 자주 못 만나는 것
내 친구가 학원가에서 다른 여자와 밥을 먹는 걸 여러 차례 봤다는 말을 들어서 불안한 것 (물론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저 이간질이었음)
이 모든 걸 차치할 수 있을 정도로 난 A를 좋아했음
하지만 고3 9모가 끝난 그 날, 나름 커하를 찍어 신나게 A와 만나러 나간 집 앞 놀이터에서 일이 터지고야 말았음
그 애는 나와 달리 커로를 찍은 날이었고 기분이 좋지 않음에도 나를 만나러 온 거였음
그런데 난 그것도 모르고 나를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다른 그를 보며 얼마전 들은 그 쓸데 없는 소문들이 갑자기 신경 쓰이기 시작했음
지금 생각하면 기분도 좋은데 좋게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나 혼자 괜찮다고 다독이며 덮어둔 불안들이 우수수 터져 나왔음
나의 두려움은 내 목소리를 더 키웠고 그의 인내심은 내 목소리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음
어쩌면 치기 어리게도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듣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함
처음엔 나의 수많은 감정적인 질문에 차분히 대답해주려 노력하던 A는,
물론 평소라면 미숙하고 어리석은 나를 다독이며 끝까지 다정했을 그지만
그는 또 다른 큰 걱정과 불안을 안고 있었기에 나에게 그만하자고 소리쳤음
내뱉고 나자마자 미안하다고, 실수라고, 말이 헛나왔다고 말하며 불안한 눈으로 날 보는 A에게
난 매몰차게 그러자고 말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음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오타까지 남발하는 다급한 문자들
뜨거워 질 정도로 울려대는 폰을 던져둔 채 난 펑펑 울었음
나의 불안은 분노를 일으켰고 그의 그만하자는 말 뒤의 말들을 위선으로 취급하게 만들었음
내가 자겨워 진 거겠지,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구나...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음
투정이고 치기이고 한심 그 자체였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난 주변의 말을 홀로 감당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만큼 현명하지 못했음
꼬박 하루를 울리던 폰도 서서히 잠잠해 졌고
그렇게 우린 헤어지게 되었음
만난 시간에 비해 허망한 이별이었지만, 오늘 이 글을 쓰며 돌아보니 A는 내 학창 시절을 꽉 채워준 고마운 사람이었음을 다시 느낌
지금은 좋은 대학 가서 군대 제대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지냈으면 좋겠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자러가자 0
이게최고
-
25수능 14 21 22 틀린 확통이입니다대학 다니다가 1년 쉬고 사수...
-
집에서 학교까지 최소 편도 한시간반 (환승 한번) 거리인데 자취하는게 나을까요?...
-
아이언 돔 프로젝트 시작
-
ㅇㅈ 1
보고 싶으면 저희 학교로 오세요 동방에서 공부중 어디 학교인진 몰?루
-
퇴근마려움
-
말로 설명하고 설득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거임 1년 내내 설명해도 뒤늦게...
-
국수(화작미적) 4 2 이고 탐구가 사문이 개터지고 생명 보던대로 나와서 사문 5...
-
알바 0
가 아니라 과외가 하고 싶구나..
-
설대 서울대 설치 서울대치대 가고싶어서 재수하려는데 4
안녕하세요 저는 검정고시생이라 내신은 cc받을거같구요 제가 이번년도 수능...
-
존예여르비 5
-
ㅇㅈ 6
또 오조오억번손
-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도태된걸까
-
ㅇㅈ 6
노래 개조아
-
고려대 의대 VS 설물천 설물천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고???
-
인증메타언제끗남요 15
기만시 전부차단
-
나만나만나만나만도태됨
-
ㅇㅈ 2
청취자 0.5% ㅇㅈ
-
모집인원 20명이면.. 나중에 4칸 3칸까지 떨어질 수도 있나요?
-
둘 다 쾌락을 위해서 하지만, 야스와 달리 ㅇㅈ은 유용한 결과물을 내진 못한다.
-
약대 수의대 둘 중 어디갈까요 글을 올리셨는데 수의대를 가라는 댓글이 절반...
-
안녕하십니까 1920 입시를 겪고 5년만에 다시 수능공부 해보고자 합니다.....
-
아직 화날 글은 없는데 화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화냄
-
ㅇㅈ 25
올해 7월 몸무게 ㅇㅈ 지금은 47까지 줄었다가 다시 어느정도 복구해서 52정도 됨
-
ㄹㅈㄷㄱㅁ
-
공부해야되는데 2
오르비 메타 놓치고 있는게 자꾸 생각나서 집중이 안되네
-
고의대 붙었는데 설물천 가겠다는 사람이랑 방금까지 대화함. 진짜 GOAT 영접하고 왔는데?ㄷㄷㄷㄷㄷ
-
일단 눈수술은 좀 무서워서 하기싫기에 렌즈 이것저것 쓰는중인데 데일리렌즈를 뭔...
-
올해도 3번째 수능 봤는데 역시 또 망... 내년에도 한번 더 해볼까 하는데 하는게...
-
짱 팁
-
금테 가보자고
-
얼굴 빼고
-
정작 강대 다닌 사람은 안오네........
-
배그할때 적이나 찾을려고 눈 부릅뜨고 찾아서 그런거같기도하고
-
의사의대생들 본인들 밥그릇 챙기려고 의대모집정지하는거 맞음 1
왜 그러는지 모르겠으면 그냥 디지셈
-
혹은 학벌 밝혔을 때 그럴 거 같이 생겼다거나
-
방금 찍은 사진 ㅇㅈ 12
거지꼴이네 완전
-
너무 느리고 뭐 안 되는 게 많아서 웹으로만 하게 되네요
-
아마 4월에 육군기행병으로 입대할거 같습니다. 물1지1했다가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
ㄱㅁㅊㄷ 3
-
오늘은 밤을샐까 2
살짝 피곤하면서도 잠은 절대안올거같고 낮잠을 잔것도아닌데 잠이 안오는건 ㄹㅇ 수면패턴이 바뀐건가
-
시간표 고정이었나요?? 주는대로 듣기?
-
왤캐 떨리지 Qna 조교 되고싶어요
-
내 얼굴 어카냐 ㅅㅂ
-
새벽여캐투척(클릭주의) 17
으흐흐
-
시대인재 입학 4
일단 문과 3합은 맞춘거 같은데 ㅇㄴ갑자기 이런거 까지 걱정되네 시대인재도 불합격...
-
인증 메타네 2
흠
이런일련의사건들울좋은경험으로받아들여서본인의성장을위해잘사용하신거같아서다행이네요
자칫서로에게상처망될수있었던거같은데말이에요
글잘읽었습니다
솔직히 이 글 쓰다가 자니 보낼 뻔 했다
첫사랑은 추억으로 남아있을때 아름다운법
ㅇㅈ
왜 짝사랑이 성공하는 스토리는 없는가...
사귀긴 했으니까... 성공이라고 해줘요
필력이 너무 좋으세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었어요
잊지 못할 기억이고 추억들이시겠죠....
넴.. 많이 축약했지만 추팔 제대로 함뇨
허허 부족한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덕에 오늘 하루 3번 이륙 해봄
진짜 영화 한 편 뚝닥
ㅇㄱㄹㅇ 술자리 안주 각 근데 이젠 못 풀게 되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