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463916] · MS 2013 · 쪽지

2015-12-31 01: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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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모셔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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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학 진학할때(주로 정시에서) 점수를 너무 많이 남기고 들어갈 것처럼 보일 때 우스갯소리로 대학에서 모셔간다, 총장이 직접 데리러 간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 지방에 위치한 일부 대학교들은 정말 모셔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학생들을 모으는데 필사적이다.

동생이 한참 입시를 치르고 있을때(그래봐야 며칠전이지만) 이야기다. 동생에게는 독특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 녀석이 내신 등급은 꽤 준수한 편이지만 대학 진학에 맘이 없어서 원서 자체를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래도 부모님의 눈치가 있으니 30분 거리의 산골 대학교에 원서를 넣긴 넣었단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그 친구의 성적은 당장 들어와서 대학의 VVIP가 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내 기억상으로 이 학교에서 수시 내신 평균 2등급, 정시 수능 평균 3등급 정도면 사실상 돈 받으면서 대학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정도 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학생을 학교가 안 뽑아줄리는 없고.. 결과는 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최초합격. 동생의 증언으로는 최초합격으로 발표나고 나서 매일같이 입학처에서 이 친구에게 대학 등록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었단다.

맨날 대학에서 걸러지기만 했단 나에게는 너무나 낯선 이야기라서,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땐 이 상놈이 또 밑장빼기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그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그런데 이 자식이 그 친구와의 개인톡까지 보여주면서 사실임을 어필하는 게 아닌가. 어찌 되었든 정황상 학교가 이 친구를 '모셔가려고' 했던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어떤 곳에서는 바늘구멍 같은 학교 문 앞에서 학교가 수많은 수험생들을 좌절시키는데.. 그 좌절을 여러번 겪었던 나로서는 참 신기한 이야기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로 그렇게 열렬한 러브콜을 받던 그 친구는 원래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었기에 결국 학교의 바람과는 달리 등록하진 않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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