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수필] 어린날의 초상-3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7417149
우리 가족은 엄마가 떠나면서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남은 것은 옷가지와 몸뚱이뿐이었다.
살던 아파트에선 우리 가족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이 생겨났다.
‘도대체 남편이 어쨌기에 아내가 도망을 가나…….’
아파트 상가의 슈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향해 날카롭고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항상 집안일을 반반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가정적인 아버지였고, 가족밖에 모르던 우리 아버지는 한 순간에 아파트 사람들에게 범죄자 취급당하게 되었다.
결국, 그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린 고모 집으로 가게 되었다.
고모 집은 같은 동네에 있었다.
어렸을 땐 그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 보였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아주 가깝게 보였던 기억이 있다.
고모는 인정이 넘치시는 분이었다.
항상 김치를 담그시면 5~6집이 더 넘게 먹을 만큼 담그셨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몇 포기씩 나누어 주실 만큼 정이 넘쳐나셨다.
고모부도 마찬가지셨다.
단, 술을 마신 고모부는 아니었다.
술을 마신 고모부는 180° 다른 사람이 됐다.
아버지는 남의 도움을 최소화하며 살아가길 원했고, 항상 바깥에 나가 몰래 일을 하고 들어오셨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누나를 고모에게 맡겨두고 밤늦게 들어오셨다.
그 날은 고모부가 술에 잔뜩 취한 날이었다.
한 손엔 사전을 들고 한 손엔 회초리를 든 채로 잠든 나를 깨웠다.
그리곤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일으켜 세웠고, 날 거실 한복판에 던졌다.
넘어진 내 앞에 사전을 던졌다.
“네 누나보단 네가 더 똑똑하니 사전을 외워라. 물어봐서 틀린 만큼 회초리로 널 때리겠다.”
그리곤 내 오른쪽 팔목을 회초리로 세게 때리며 내게 소리쳤다.
“빨리 외워!”
난 비몽사몽한 상태로 사전을 펼쳤다.
3분쯤 지났을까, 고모부는 사전을 뺏어갔고, 나에게 이상한 단어들을 물어봤다.
이제 막 8살이 된 나에겐 너무 어려운 단어들이었고, 난 대답하지 못했다.
회초리가 내 팔목으로 다시 날아왔다.
그날, 나는 회초리로 수십 대를 맞았다.
이러한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집에 없고, 고모부가 술에 취해 있으면 항상 벌어지던 일이었다.
고모는 술에 취한 고모부를 말릴 수가 없었다.
고모부를 말리려고 시도했다가는 고모도 다쳤을 것이다.
나는 절대 고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고모는 똑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드문 여자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나에게 고모부에 대한 공포를 안겨준다.
몇 달 뒤, 아버지는 고모부의 폭력에 대해 알게 되고, 고모부와 대판 싸운 뒤 고모집과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장만한다.
우리는 이 전셋집에서 11년을 살게 된다.
눅눅하고, 더러운. 벌레가 가득했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던.
하지만 10년의 추억이 깃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6모 47 9모 43이고 잘잘잘 하는중 입니다 잘잘잘하면서 기출회독+ 필기...
-
혹시 하셨던 분 있을까요? 지금 하고있는데 쓸 내용이 너무 많은거같아서요...
-
스캔본은 소장하고 원본을 파는건 불법아니죠?(스캔본 유출x) 야뎁 안올라와 있는건...
-
9모 3떴습니다 듣기는 다 맞았는데 단어 뜻을 하나도 몰랐어요 구문 분석은 중3때...
-
방금도 머릿속으로 2를 곱해놓고 또 손으로 2를 곱해서 틀려버림 하 ㅠㅠ
-
과연 그 말이 옳을까? 거짓말쟁이 문장은 거짓말이 아니다. 너는 거짓말쟁이 문장이...
-
내년에 일본 갈 건데 23
제발 여행 갈 때 쯤엔 엔화 800원대 가기를
-
9모에서 국어 3떴습니다 국어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9모때 문학 같은거는 거의...
-
쥐님이 올려주신 문제의 워딩만 쳐봄 올해 9평 생1 ㅗㅜㅑ 한 한 줄 정도밖에 차이 안남
-
영어 2만 제방 ㅜㅜ 국어 하나날라가서 2긴함 ㄹㅇㅋㅋ
-
난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거임.
-
서강대생 와봐요 4
학교 진짜 작아요?
-
이감 푸는데 22 28 30만 못풀어서 낟밷 이러고 채점하는데 14 15 29가...
-
하 루만 기다리면 수능이에요! 루 머와 기대가 이 순간 엉망진창 섞이고, 마음이...
-
내신을 이제는 살릴 수 없어서 정시로 돌리고싶다하니까 쌤이 문제푸는거보고 수능...
-
비유전 문항들(근수축, 막전위 제외) + 쉬운 유전문제 2개정도 풀면 한 20분...
-
고 하면 남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니까 모순임?
-
https://orbi.kr/0005824626
-
울고있을까 웃고있을까
-
유전킬러 특) 2
푸는 것보다 없는 번호로 찍는게 정답률 더 높음
-
고사국 질문 8
한 때는 입결 의대급이였다가 요샌 7년 의무 복무 때문에 입결 떡락한걸로 아는데...
-
요즘 애들 진짜 7
멋지다 시험 끝났으니 오늘은 좀 쉬라니까 문제 더 풀겠다네 ㄷㄷ
-
4번에 노동조합이 구제신청 했는데 부당노동행위 말고 부당행위만 해당될 수도 있지 않나요??
-
마더텅 독서 행정입법 지문 수특 독서 주제통합 09~12 ebs 파이널집 고전시가...
-
ㅈ빠지게 풀었는데 남들은 그냥 번호 밀어서 찍맞하면 억울함 그래서 억울할 일 없게...
-
집이랑 가까운 홍대 근처에 라멘 맛있는 곳이 너무 많음..
-
실모 풀고 싶어서 사려는데 어떤가요!!
-
국수를 ㄹㅇ 황밸로 낸다면 괜찮지 않을까?
-
수능 공부중 우웅
-
내일이 9덮이구나 나는 아마 주말에 볼테지만..
-
재종만 다녀봐서 모르는데 그냥 관리형 독서실 느낌이 아니에요? 질문 받아주고...
-
첫 단원 여러가지순열 푸는데 레벨2에서 2개 틀리고 레벨3 3문제 다 틀림;;; ㅋㅅㅋ...
-
국어 지문을 못 읽겠음 최근 국어 공부를 그냥 고설소설/현대소설만 풀고 있고 독서는...
-
레건 의식 2
의식이 없는 삶의 주체가 있을 수 있나요?
-
메가스터디 정시 합격 예측 정확도가 어느정도 인가요? 4
조금 늦었지만 9월 모의고사 정시 합격예측 돌려보고 글 써봅니다. 9월 당시...
-
나는 올해 배기범쌤의 물2강의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 4
나는 올해 메가패스를 사지 않았다 나는 올해 물2강의를 1도 안 들었지만 차피...
-
마라탕, 탕후루 안 먹어봤는데 나중에 한 번 먹어볼까요
-
두 지원한 대학은 교과100임 면접 따위 없음 강릉원주대는 30명 모집에 예비번호는...
-
논술 질문 6
상경논술 수리문제에 확통 관련 범위만 나오는거죠? 통통인데 학원애서 자꾸...
-
약 1,2등급컷이라고 할 수 있다.
-
쩝 기숙 나오니까 속세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건 좋은데 학원 밥이 개노맛임 보통...
-
나랏말쌈 책에 나와있는 부분인데, 격조사는 어미 뒤에 결합하지 못한다고...
-
고3때 풀 수학 기출문제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선택지 외의 문제집 추천도 환영입니다!!
-
작년의 나와 다른점 10
중끄를 더 잘 활용하게 됨 작년에는 평속 원툴이었는데 이제는 투툴됨
-
센츄나 신청해야지
-
저는 이중인격이에요 20
구라에요 라는 글을 썼다면 그 사람은 이중인격일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2024 나다중학교 입학시험 과학 해답 문제 설명 대문항 1. 지진 -물음 1:...
-
ㄹㅇ 역대급될고 같음
-
윈터스쿨 2
윈터에서 수업해주는게 혼자 인강 듣는거보다 도움이 많이 되나요? 정시 학원을...
대따큰 선풍기와 함께
벌레가 가득했던 집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