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iUniversat [523025] · MS 2014 · 쪽지

2016-02-05 17: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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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끝나도 불행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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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역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서로 아파트 사이사이 길들과 공원을 공유한,
초중고를 함께 다녔던 그녀가
내가 수능치고 고백했던 그녀가
나를 찼던 그녀가
선배로 있다는 사실이 너무 
두렵다

좋았던 우리 관계는 내 고백으로 인해
내 어리숙함으로 내 잘못으로 인해
너무나 안좋게 끝나고말았는데
그리하여 너는 나에게 일말의 동정심조차 없을진데
나에 대해 불쾌감만을 안고 살아가는 너는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안하다

동기들에게 선배들에게 나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내가 밥을 사달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니더라도 학과 행사에서 필연으로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
나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불안함에 압도되어 무기력함에 잠식되어 
하루를 헛되이 흘리고 있다

무심코 들여다본 너의 페이스북 너의 카카오톡
내가 널 마지막으로 대하였던 겨울날 졸업식 이후
너는 성숙하여 학업과 연애와 사회관계를 열심히 쌓아놓았더라
동기들에게는 공부 잘하는 친구
남자친구와는 국외로 여행도 자주가고 선물도 자주 주고받는 그런 사이
선배들에게 좋은 동생으로 인식된 아이
독학재수끝에 말라붙은 내 인생은 나의 사회성은 간단한 인사조차 어려운
인간관계 유아기의 그것으로 퇴보하였는데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나는 수능의 업보를 내려놓고 새로운 짐을 떠받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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