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콘 [352650]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6-02-14 14:44:25
조회수 4,473

독재에 대한 기억과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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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답글 달려다가 문득 쓰다보니 긴글이 됐길래 여기다 씁니다. 

제가 독재하던 시절엔 다음의 상황을 지켰던 것 같습니다. 

1. 규칙성
1-1. 수면 시간 :  몇시간을 자느냐는 생각하지 마시고 대신 '시각' 단위로 생각하세요.
몇시에 자고 몇시에 일어날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싸이클이 '지속 가능한 공부'의 핵심입니다.
가능하면 수능 때 자고 일어날 시간에 맞춰서 남은 270여일을 연습하십시오.
이때 잠은 6시간 이상 충분히 숙면하세요. 독학재수생은 혼자공부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수면시간 중요합니다. 단, '시각'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특히 일어나는 시간은. 

1-2. 밥먹는 시간 : 밥먹는 시간은 항상 오후 12시 이후였습니다. 왜냐하면 수학 시험이 그때 끝나니까요. 수능 시험에 몸을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 그때 되면 자연스레 배가 고파집니다. 

1-3. 매일 같은 시간에 공부할 것은 정해놓는다. : 저는 오전에 국어영역을 공부했고 그 다음에 수학영역, 그리고 1~3시 사이에 영어영역을 공부했습니다. 수능 순서대로 했습니다. 이게 별거 아닌데도 공부 순서와 같은 쓸데 없는 거에 시간을 줄여줘서 좋았습니다. 뭐 그 시간에 생체리듬을 맞춘다는건데 전 과학은 모르니까 패스합니다. 




2. 공부시간

강용석 변호사가 사시공부 시절 그런 생각을 하셨다더군요.


출처 : http://blog.naver.com/equity1/220596782332

그렇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대학교 와서 느끼건대 이 말이 맞습니다.

순공 10시간을 넘는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고3, 재수할땐 14시간 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네요.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져서 공부가 잘 안될땐 바로 단어책 펴서 단어 외우고, 

어떻게든 정신을 다잡고 스톱워치를 끄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결과 하루 14시간이라는 기록을

매일 세웠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집중했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치열함을 유지하고자 

'14시간'이라는 수치에 굉장히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화장실 가고 싶어도 

한번 앉으면 50분이 안넘으면 절대 안가고, 나를 어떻게든 혹독히 몰아쳤습니다. 

아마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4~5시간이나 집중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니 혹여 저 글을 본 수험생들이 나도 5시간만 집중해야지 하는 요행을 바라지는 않는 게 좋다는게 지금의 생각입니다. 





3. 식사량

제가 대학교 다닐때보다 재수할때 15kg가 더 작았습니다. 

평소에 배가 부르면 영어 시간에 졸거 같아서 점심은 거의 스님처럼 먹었던 것 같습니다. 

밥을 많이 먹고 적게 먹고가 중요한건 아닌 것 같고, 일정한 양을 매일 매일 지켜먹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수능에서 난 얼만큼 먹겠다고 다짐한 정도였습니다. 

밥먹는 동안에는 EBS를 보면서 정리한 단어장을 봤습니다. 
(이 시절 덕분에 친척, 가족 통틀어 저만 쓰는 안경도 귀속템이 됐습니다.)

무튼 1끼 치 도시락을 챙겨가서 점심과 저녁을 나눠서 먹었습니다.

가끔씩 차가워진 밥을 저녁에 먹다보면 서러워서 눈물도 많이 났는데, 

오히려 그 간절함이 더 열심히 사람을 붙들게 한거 같습니다. 







4. 체력

체력 중요합니다. 특히 더워지는 시기부터 체력은 '엄청'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스퍼트를 낼 체력이 남았느냐 여부가 후반 수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냥 하루에 30분 정도는 수능의 한 과목으로 '체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저는 사정상 시험도 안치러 갔지만 육사 시험 준비했었기 때문에

매일 공부 끝나고 오면서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고 팔굽혀펴기도 했습니다. 





5. 매 하루의 마음가짐

저는 19년을 공부라곤 안해본 게으름뱅이인지라

어떻게든 책장 넘기기 놀이가 되지 않게 하려면 이 시간에 무언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요새 문과 정원이 얼만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40만 잡고

40만 중에 제가 15만등인데, 1년만에 1만등 안에 들려면 14만명을 재껴야 합니다.

지금 270일 남았고 하루에 500명씩 재끼면 대충 14만명 재낍니다.

그럼 제 결심은 그거였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에 500명을 재끼겠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니 오늘 반드시 성과를 내야 했습니다.

반드시 안풀리던 문제가 풀려야 했고, 반드시 안들리던 듣기가 들려야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공부했더니 국영수 전국 40% 수준이던 성적이 

고3 당시에는 전국 3% 수준의 성적이됐습니다.

실제로 14만명 좀 안되게 제친거죠. 

재수할때도 똑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당시엔 근현대사와 별개로 '국사'라는 괴랄한 과목이 서울대 필수였는데

고3때는 해보지 않았던 국사도 하면서 전국등수를 꿈꿨습니다. (물론 택도 없었지만요)

에고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휴학을 했고 매 하루의 관리가 중요한 상황인지라 이런 정리가 저에게도 나름 도움이 되네요.

추가적인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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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삽 · 471209 · 16/02/14 14:46 · MS 2013

    ㅋㅋ저도 독재할 때 10시간은 넘자라는 각오로 했었죠. 처음엔 많아봤자 6?7? 이었는데 6모근처에 가선 10시간 가능하더이다. 저도 그렇게 치열하게 했던 것 같네요

  • 키랄 · 640052 · 16/02/14 15:07

    10시이후에는 보통 뭐하셨나요?

  • 레이니콘 · 352650 · 16/02/14 15:10 · MS 2018

    아니 대학생이실텐데 ...

    주로 밤에는 인터넷강의를 들었어요. 집중이 잘될때는 혼자서 고민을 해야지 인강은 오히려 독약이라고 생각해서, 인강은 최대한 밤이나 집중 안될때 들었어요.

  • 키랄 · 640052 · 16/02/14 15:20

    아니 궁금해서요!

    치열하신분은 뭐하셨을까하구 해서요!

  • frmRikh7oaTvjS · 649303 · 16/02/14 15:22

    이거맞다 집중안될때 인강듣는게 낫드라구요

  • 徹天之怨讐 · 594103 · 16/02/14 17:29 · MS 2015

    크..잘읽었습니다!!

  • sbwhdhjsj · 517666 · 16/02/14 20:47 · MS 2014

    제생각에 체력은 공부하는체력이랑 운동체력이랑 많이다르던데요...

  • 레이니콘 · 352650 · 16/02/14 22:38 · MS 2018

    맞아요. 지속가능한 공부가 스스로 가능한 것 같다면 체력은 필수요소까지라곤 생각이 안들지만, 체력이 저처럼 약한 경우라면 꾸준하게 산책이라도 시간을 내 보는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설의17학번 · 597139 · 16/02/15 00:28 · MS 2015

    좋아요

  • 연대책임 · 633459 · 16/02/15 11:11 · MS 2015

    독재 할만한가요? 본인만 잘하면 재종이상의 성과도 낼수있나요? 하도 독재는 독이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 성의 · 494753 · 16/02/15 16:50 · MS 2014

    이과1000등 들려면 ..음

  • 성의 · 494753 · 16/02/15 16:52 · MS 2014

    이과가 대략 20만이고 약 270일남았고 1000등 들어가려면 하루에  777명 재껴야겠네요

  • Aplous · 573073 · 16/02/15 20:13 · MS 2015

    문과는몇명?

  • 겸손을 달리다 · 571079 · 16/02/18 14:15 · MS 2015

    ㅇㄹㅇ

  • 도레미솔 · 642582 · 16/02/21 21:55 · MS 2016

    정말 존경스럽네요 저의워너비에요ㅠㅠㅠ전요즘밥만먹으면너무심하게졸음이쏟아져요
    누군 쪽잠을 자라 또 누구는 졸면안된다 말하는데 레이니콘님은 잠이올때어떻게하셨나요??

  • 레이니콘 · 352650 · 16/02/24 09:35 · MS 2018

    저는 잠이 진짜 많습니다. 요새 좀 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고치는중이에요 저도.

    특히 '~시간은 자야돼'라는 압박이 많아서 좀 주변과 마찰이 있기도 했습니다.

    무튼 그런 상황에서 잠 조절 어떻게 하냐면, 일단 자는 시간은 줄이지마세요.

    노는 시간을 줄이세요. 핸드폰 보는 시간 줄이세요. 친구랑 잡담하는시간 줄이세요.

    그거 줄인 다음에는

    잡생각노트를 만들어서 책상 위에서 조금이라도 잡생각이 들면 스톱워치 끄고 거기다 그걸 쓰세요.

    그리고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집중하세요.

    어느정도 쓰다보면 안써도 되겠다 싶은 순간이 올겁니다.

    그렇게 집중을 하셔서 다 줄이면 공부시간 실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해야할게 많다.

    근데 쥐어짤만한 시간이 잠밖에 안남았다.

    마지막으로 잠이 남으셨으면 그때 자는 시간을 줄이세요.


    조금 돌고 돌았네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점심시간에 졸리면 문제는

    자는 습관을 만들어두면 영어시간(특히 듣기)에 졸린다는거거든요.

    몸이 그렇게 적응을 해버려서.


    그걸 깬다는 측면에서 잠을 줄인다면

    밥은 조금 적게 드시는걸 권합니다.

    처음엔 좀 불만스러우실 수 있지만 적응하면 위는 줄어듭니다.

    그래도 졸리시다면, 오후 5~6시 이후에 엎드려 쪽잠을 자는 습관을 만드세요.
    (신체 리듬상 수능 끝난 이후니까요. 그땐 자는 습관을 들여도 됩니다.)

    이 정도에 대강 몸이 건강하신 분이라면 낮에 안졸게 되지 않을까요.

  • 도레미솔 · 642582 · 16/02/24 12:03 · MS 2016

    자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 yunalove · 721349 · 17/02/25 09:57 · MS 2016

    저도 독재하는중인데 스크랩해갈께요 ㅠㅠ 너무 멋있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