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16학번 [628552] · MS 2015 · 쪽지

2016-03-17 0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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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이 안 와서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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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나는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에 추가합격되었다. 비록 추합이 늦게 되어 예비대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조금만 더 원서를 잘 썼었더라면 연고대에 갈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지만 정말 어렵게 어렵게 붙은 대학교이고 애초에 목표하던 대학보다 한단계 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정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15수능이 끝나고 들어갔던 선행반.. 그 후 약 11개월 동안 놀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자고 싶은 것 참아가면서 힘들게 버텨갔던 그 시간들이 보상받는 것 같았고 앞으로 내게는 행복한 대학생활만이 나를 기다릴 줄 알았다.


그리고 오늘은 그로부터 31일 지난 3월 16일.. 내게는 더 이상 2월 14일에 가졌던 기대와 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재수생활을 하며 심화된 내성적 성격과 매일같은 1교시 수업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뿐이다.
왜 다른 애들은 같이 놀기도 하고 미팅도 가고 하면서 잘 지내는데 나만 혼자일까.왜 그들은 서로 웃고 떠드는데 나만 거기에 끼지 못하고 그들의 화목함을 부러워하며 홀로있는것일까. 한동안은 이런 의문에 대해 예비대학을 가지 않아서 이미 형성된 친목 그룹에서 소외되서 그렇다고. 술을 못 마시고 술 게임을 못해서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는 어설픈 변명을 해왔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변명꺼리에 불과할 뿐.. 문제는 나의 성격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먼저 다가간다면,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려 시도한다면 그들은 나를 받아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또한 그들과 섞일 수 있을 것이고 나는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을 상대하려 할 때 나는 '점심 같이 먹자'는 간단한 말 조차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나의 접점은 줄어들었고 점점 더 나는 과에서 존재감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되려 그들이 내게 다가오려고 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피하게된다. 물론, 이렇게 다가가지도 못하면서 괴로워 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아예 아싸의 길을 택하는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꼴에 아싸 생활은 싫은지 과 행사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반모임에도 어김없이 나가본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배경과 같은 존재로 전락한다. 분명 같은 자리에 있고 같은 행위를 하지만 나의 주변엔 아무도 없고 나는 그저 그들이 친목을 다지는 것을 구경만 할 뿐이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같이 어울려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잠시일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어색해져 나는 구석에서 홀로 한잔씩 마시며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시간만 죽인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는 두렵지만 그렇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도 못한다. 결국 나는 타인이 내게 먼저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태도만을 취할 뿐이다. 그러나 누가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 사람에게 굳이 다가갈 이유도 없는데 먼저 다가가는 수고를 하겠는가. 따라서 나는 적어도 당분간은 혼자 일 수 밖에 없다. 대체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어두워진 것일까.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였고 무뚝뚝한 편이라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 항상 외로움을 어느정도 타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오늘도 내 자신을 향한 책망을하며 잠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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