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463916]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16-04-02 22:44:46
조회수 7,896

내가 오르비에서 본 최고의 댓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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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오르비를 본격적으로 했던게 13년 12월이었는데(이렇게 쓰니 진짜 반 아재같다..)
요즘은 오르비에 자기 사연 얘기하면서 힘낼거라고 글쓰면 감성팔이한다, 저러고 수능 잘보는사람 못봤다하면서 온갖 비꼼과 욕을 처먹기 일쑤지만 그땐 사람들이 많이 착해서 하나하나 위로도 해주고 그랬더랬다.

 그 중에 (당시) 예비 여자삼수생이셨던 분이 어머니께서 자신더러 삼순이라고 부르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수능 망하고 힘들었지만 다시 최선을 다해봐야겠다며 쓰신 다짐글이 있었다.
 물론 흔한 다짐글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저 글을 올린 사람으로서는 참 절박한 심정이었을테다. 19~20살쯤 되는 한국 수능 수험생들한테 수능을 망쳐먹었다는건 그야말로 자존감이 찢겨버리는 일이다. 그만큼의 실패를 겪어본 일이 도저히 없으니. 근데 그걸 2번씩이나 겪었으니 사람 맘이 멀쩡할리가 있나.. 삼순이는 그분과 그분의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겪었을 순간의 아픔들이 쌓인 것이었다.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그 정성에 감복한(..) 사람들이 댓글로 많은 위로를 나누어 주었는데 그중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김삼순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뒤로 2년하고도 반년을 더 가까이 오르비를 해왔지만 난 아직도 그 글에서 봤던 저 댓글만큼 마음을 울리는 댓글을 본 적이 없다. 뻔한 위로일지라도 그분이 느꼈을 시작의 불안함을 직접 어루만져줬던 한마디라고 해야할까. 내가 쓸데없이 감수성이 풍부한 것도 있겠지만 그 말은 내게 위로가 가진 힘이 어떤건지 깨닫게 해줬던 최고의 한마디였다.

 그 뒤로 글쓴분이 탈퇴하셔서 그 해 그 삼순이의 결말은 어떻게 맺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드라마의 삼순이가 그러했듯이, 수험생 삼순이였던 그 분도 그 해에는 해피엔딩을 맞지 않았을까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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