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너엘레나 [404231] · MS 2012 · 쪽지

2016-04-05 00:10:33
조회수 6,891

[래너엘레나] 첫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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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충격적이었다.

머리로는 온전하게

'내가 공부를 제대로 안한 탓'
이라고 수긍하면서도

가슴으론 전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패배감.. 그 패배감이
평생 지속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한 번의 실패가 몰고 온 충격은

내게 살짝 손짓하더니
방금 놓쳐버린 버스처럼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 다음해 2월,
나는 재수를 위해 학원에 입소했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가려고
3층 계단을 올라갔을 때


절대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
하나가 머리 속에 깊숙히 박혔다.

그것은 내가 잊은 줄만 알았던
그때 그 충격과 패배감.

그 기분 나쁜 것들과 아주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추억이라기 보단
풍경 혹은 그림.

아니,

어쩌면 그것은 기억의
'박제'에 가장 가까웠다.




학원 강의동 3층의 구조는 단순했다.

계단 입구 근처에 엘레베이터와
정수기가 있었고

그것을 지나 일자 복도를 걸어가면
그 끝에는 신발장이 있었으며,

그 복도의 좌우로는 각 강의실로 통하는
6개의 철제문들이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었다.


'일자 복도, 서늘한 공기.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늘어선 6개의 철문.'

이것이 내 머리속에 박제된 기억의 전부였다.

사실 복도나 철제문 같은
개별적인 사물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기억을
통째로 마주할 때마다 항상

수능을 한 번 실패하며 느꼈던
감정의 찌꺼기들과

충격과 패배감에 완전히
박살나버린 자존감의 밑바닥

노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학원에 온 이유를 결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곧 처음 재수를 시작하며
꼭 이루고자 했던 목표와 결합했고,


결국 그 둘은 초지 일관(初志一貫)
아주 강력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초지(初志)
아주 특별했다.

어떤 추상적인 다짐이나
막연한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에 보이면서
냄새도 나고,
촉감도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
매순간 인식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난 내가 원하는 대학의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억
목표를 향한 열망의 결합은

성취가 된다.


만약 당신에게 이런 특별한 감정
불러 일으키는 기억이 있다면

당장 그것을 목표와 결합시켜라.

인생이 항해라면 그 행위는
돛을 펼치는 것과 같고

이후에 할일은 그저 목표를
향해 부는 순풍을 타고

그저 유유히 항해하는 것 뿐이다.


from. 래너엘레나




미래를 결정짓고 싶다면 과거를 공부하라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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