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안 가는 거에 꼭 대의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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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이나 의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 의대와 다른 곳(여기서는 공대) 중에 갈등하지만 다른 곳쪽에 마음에 약간 기울었는데 현실이 무섭다는 사람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지금 목표가 의대라면 별 도움이 안 될테니 굳이 읽을 가치가 없어요. 풋내기 저학번이 쓰느 글이니 권위 실린 글도 아닙니다. 그래도 수험생이 읽으면 선택에 도움이 될 거예요. 말하고자 하는 거는 '지금 당장 약간 더 매력적인 거를 골라도 인생에 있어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은 낮다. 꼭 대쪽같을 필요는 없다.'라는 겁니다.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 줄줄 풀어 볼게요. 2, 3, 4문단은 거르고 정리만 보셔도 무방합니다.
의사는 평균적으로도, 전반적으로도 수입이 좋습니다. 봉급의가 전공을 막론하고 한 달에 천만 원 넘게 받는다더군요. 일반적인 진로 중에서는 그 수입을 따라갈 직업이 없죠. 그런데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입만 보고 가면 안 됩니다. 의사의 삶과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고 그걸 다른 진로와 비교해 봐야 합니다.
의대 본과~인턴, 레지던트까지 10년 안 되는 기간동안 수험생보다 빡세게 공부하여 30대 초중반에 제대로 구실을 갖춘 의사가 됩니다. 공부는 보통 화학, 생물, 암기 위주인 걸로 압니다.
의사를 전문직의 대표격으로 내걸었으니 그와 대비되는 진로를 나열하겠습니다. 바로 공대죠. 자연대야 어차피 갈 사람은 의대 생각없이 갈테니 생략할게요. 1~4학년까지 의치한 본과보다는 아니겠지만 열심히 해야 합니다. 여가시간이 없을 정도는 아닌데 대학생이 수험생마냥 효율적으로 공부하지 못해서 공부시간이 늘어집니다. 공대에서는 전공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수학, 물리학, 화학 위주로 공부합니다. 암기보다는 이해, 사고력 위주로 공부하죠. 현재 의대와 입결이 좀 겹치는 서울대 공대를 26~27살에 학사졸업하고 취직하면 대충 첫 해 연봉이 4500~6000 정도는 됩니다(필자의 형이 지거국 공대 비전화기에서 그리 특출난 거 없었는데 수도권 중견기업에서 첫 해에 3700 받는 거 보면 이는 과장된 바가 아닙니다). 박사학위 따고 취직하면 과장급으로 시작합니다. 대학원 선배가 1억은 받을 거라셨는데 첫 해 얘긴진 모르겠어요. 아무튼 대리-과장-부장 순으로 진급할수록 봉급이 오르겠죠. 그런데 그리 순탄하진 않아요. 승진경쟁에 치이거나 심지어 구조조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 의사만큼 못 벌죠.
대표적인 사실만 정리하자면
의대
공부: 4년간 수험생 이상으로 화학생물 암기식공부하고 몇년간 육체노동
의사의 삶: 개원의가 마냥 안정적이라 보긴 어렵지만 평균수입이 좋고 치이지 않음. 봉급의는 안정적인 편이지만 결국 남 밑에서 일함. 일이 9급 수준으로 편하진 않다 들음.
기타+: 군의관, 공보의
기타-: 의대 군기
공대
공부: 4년간 수학, 물리, 화학 이해 위주의 공부. 대학원 가면 5~7년정도 석박사 공부
공학도의 삶: 적은 비율로 교수가 됨. 설공 나오면 첫 해에 오륙천 정도는 벌고 부장급 이상까지 올라가면 연봉 1억 가까이는 받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모든 경쟁에서 이겼을 경우임. 경쟁에서 치이면 제자리걸음이거나 해고당할 수도 있음.
이제 앞에 말하고자 한 거를 말해야죠. 오르비 보면 공학도로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게 아니면 의대 가라는 분위기가 꽤 동조를 얻더라고요. 전 꼭 그렇지많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적성에 맞는 길을 가겠다, 의대 군기를 감내하기 싫다, 본과인턴레지 버틸 체력이 안 된다, 그것도 아니면 대학간판에 끌렸다, 서울에 잔류하고 싶었다 등등의 소박한 이유로 공대를 택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후회하는 비율도 딱히 안 높습니다. 안 어울리는 길을 택해서 안정적 삶을 사는 게, 조금은 위험하지만 어울리는 길을 택하는 것보다 반드시 낫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편, 20대에 쓰는 10만 원이 40대에 쓰는 100만 원보다 더 큰 즐거움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죠. 젊은 시절에 좀더 여가를 즐기고 싶으면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거죠.
공대에서 수능 다시 쳐서 의대 가는 사람이 적지 않죠. 그런데 그분들은 삶의 가치관에 그쪽에 맞아서 갈 가능성이 높아요. 본인의 능력이나 가치관이 공대쪽에 맞는 것 같다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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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문.... 재수하면서 오르비 들어와서 좀 갈팡질팡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ㅎㅎ
덧붙이자면, 오르비에서나 현실에서나 서울대에서 반수해서 의대 가겠다는 사람들 보면 하한선이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메이저~고의~인설의~삼룡의 정도에 걸치더라고요
한의사 짱짱맨
적성따라, 소신따라, 자신의 내면이
시키는대로 가는거 맞습니다.
어떤 분야든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서 들어가고 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별로 없어요.
적성보다는 적응이 더 중요하고 애초에 적성이라는건 타고난 것도 아니고 후천적으로 변할수 있어요.
원래 필요 없어요
그렇게 따지면 모든 직업에 대의를 부여하고 사명감을 가지게 하던가 해야죠 물론 의사는 사명감 가지는게 저도 좋다고 보는데 유난히 의사한테 사명감을 강조하는 사람들 보면 좀 ..
맞는 말씀인데 제가 대의가 필요없다고 한 거는 다른 맥락에서 한 말이에요. 의사가 타 직업보다 많은 이점을 가지기에 의사 외의 직업을 택하려면 그 이점들을 포기해도 좋을 만큼 원대한 꿈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정면으로 반대한 거예요.
사고력이 무엇인가요?
개별적인 수단들을 머릿속으로 조합해 더 고차원적이고 복잡해낼 수 있는 능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등이죠.
공대 적성을 고등학교 수준에서 100% 알긴 힘들지만 수능 수학, 물1화1화2같은 과탐이 어느정도는 사고력을 신뢰도 있게 측정해 준다고 봐요.
12학번 현재병원실습돌고있는 삼룡중하나 의대생입니다..의대생활에대해 몇자남깁니딘
정말로 단언컨대 수험생때보다 빡세지않아요ㅋ
물론 교수님들이 가르치는 양은 수험생때의 양과 비교할 수가없죠. 허나그렇다고 그걸 다알려고 수험생때처럼 계속공부하는가? ㄴㄴ 다아는게 불가능할뿐더러, 고3때는 1년내내 공부하지만 여기선 시험 3 4주전 부터 빡공합니다. 방학땐 책펴지도않구요
공대의경우 물론 학기중에는 의대보다 '약간'(많이나을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실제로 설공간친구들 얘기들어보면 과고출신애들이 학점휩쓸고다녀서 걔네들 따라가기위해서 저희보다도 빡공하는친구 많습니다) 나을수도있겠지만, 방학때 완전히 노는 의대와달리 공부해야하고, 또한 예과12 는 의대는 완전히 놀죠.. 결국 공부량이 그렇게 차이나지않을거란생각입니다. 또한 많은 공대분들이 대학원까지 가는걸 고려하면 저는 공대공부량이 더많다고 느껴지네요. 게다가 공부하면서 의대는 미래보장이있으니까. 진로에대한 걱정은 거의없이 본34를 보낼수있는데(본12와달리 본34는pk실습이라고해서 병원에서 교수님따라다니는건데 이때가굉장히 꿀입니다) 공대의경우 진로고민이깊겟죠. 학점이 좀낮아도 의대는 월 net1000이 보장되는반면 공대는 어림도없죠.
군대도 공대는 현역으로갔다와야하죠. 사회적지위는 말할것도없겠죠
저도 11 12수능때 설공프로퍼였고 합격했지만 삼룡의중 하나와서 처음엔 이런지방에 왜왓지하는 생각도들고 햇지만 지금 제선택이 100프로 옳았다고 말할수있을거 같네요. ..사실 설공갔으면 과고애들한테 학점밟혀서 이도저도안됬을거같습니다. 의대에선 과고외고가 유리하고 그런거 전혀없습니다. 모두가 제로베이스에서 첨보는거 암기하기니까요
설공갓다가 의전가는분은있어도 의대갔다가 공대가는분은 거의없죠? 부디 수험생 모든분들 좋은결정내리시길바랍니다
본과가 수험생활보단 낫군요. 제가 들은 것들은 과장된 부분이 있나 봅니다. 봉급의 하면 안정적인 봉급범위 내에서 노니까 보장되어 있다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