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NOKi [643101] · MS 2016 · 쪽지

2016-05-29 1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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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41313, 수능 11112 연세대 경제학부 합격 수기

게시글 주소: https://a.orbi.kr/0008497551

  오르비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작년 한 해 동안 강남대성에서 공부했고, 올해 연세대 경제학부 정시 모집 전형에서 최초 합격한 EP!NOKI입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에 여러 합격 수기를 보면서 나 또한 수기를 쓰리라고 다짐했었는데, 정말 감개무량이네요ㅎㅎ 합격 수기를 올리기에는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조금씩 써놓았던 수기들이 아까워 조금씩 다듬어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0. 시작하기에 앞서

 

   전사(戰史)에 있어서 명장을 고르라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름이 거론될 것입니다. 그들은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뉠 수 있을 겁니다.

    

  (1) 이른바 “교범”을 만들어 내는 장수입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전장에서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명확히 확립하여, 후대의 사람들이 이를 답습할 수 있게 합니다.

 

  (2) “임기응변”에 능한 장수입니다. 이들은 언제나 통용되는 “모범 답안”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특정 상황에 맞는 전략을 그 때 그 때 수립하기에, 이를 답습한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첨부한 사진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재수 생활 후반부에 들어서 성적이 급격하게 오른 케이스입니다. 성적이 오르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재수생활 성패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나름대로 성공적인 재수 생활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공부했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도 되는지를 묻는다면, 단언컨대, 아닙니다.

 

  (1)과 (2)가 꼭 두부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뉘는 개념은 아니지만, 제 케이스를 분류해 본다면 (2)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저에게는 수학과 세계사라는 “주력 과목”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정말 미친 듯이 수학 공부를 해놨었고, 덕분에 저에게 수학은 많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왔습니다. 세계사 역시 역사를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에 늘 다 맞거나 실수로 하나 틀리는 정도였고요.

- 이와는 반대로 국어와 영어는 진동 폭이 심했던 과목이었습니다. 또한, 재수를 시작하면서 손을 댄 한국사 역시 저의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 작년에는 아랍어가 개꿀 과목이었습니다. ㄹㅇ 핵이득.

- 개정 교육 과정에 의해 한국사가 서울대에 가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문이과 공통의 필수 과목이 되었습니다. 등등...

 

  이처럼, 당시 저 자신의 상태나 저를 둘러싼 환경이 여러분에게도 통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 수기는 어디까지나 “참고”하는 정도에만 그치길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이 글을 통해서 여러분이 공부에 있어서 어떤 “영감”을 얻게 된다면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일은 또 없을 겁니다.


1. 재종; 뜻밖의 여정

 

  상위권 대학교의 논술 최저조차 맞추지 못하는 41312라는 등급을 받고, 최저를 맞춘 대학마저 논술에서 떨어져 결국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9월 달에는 꽤나 잘 봤었는데(시험이 쉬웠던 탓도 있었겠지만… 전 과목에서 5개가 나갔습니다.), 꾸준히 상승세를 타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진 이유가 뭘까.

  그 당시에 저는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본적으로 내 공부법에는 이상이 없다. 단지 막판에 들어서 풀어진 게 실패의 원인이므로, 기존의 공부 방식을 고수하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또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재수 종합반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독학 재수 학원을 알아보거나 독서실을 끊는 것이 나을 것이다.

  대부분의 애들이 학원가를 들락거린 것과는 반대로, 저는 학원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니는 학원이라고는 한석원 선생님께서 현강을 진행하시는 깊은생각 단 한 군데뿐이었어요. 수학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모두 인강에 의존해서 공부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인강 중독자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저는 인강을 무척이나 애용했어요. 학원을 다닐 돈이 없었느냐. 우리 집이 꼭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물질적인 이유 때문에서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건 일종의 자존심의 문제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은 아니었던 저는 학원에 가봤자 하위반에 편성될 게 뻔했거든요. 같은 돈을 내고서도 완전히 다른 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꼬웠고, 자연스럽게 저는 인강을 통해서 공부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특히 저는 여러 선생님의 강의 중에서 필요한 것 몇 개를 골라 듣기보다는 한 선생님의 풀커리를 1년 동안 타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고, 저는 공부하는 데 큰돈을 쏟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만약에 제 뜻대로 재수를 하게 되었다면, 독재를 하면서 인강을 듣고 필요에 따라서는 단과 강의를 수강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저와 제가 고 3때 들었던 선생님들을 불신하셨고, 강대 유시험에 합격하지 않는다면 재수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저는 제 뜻을 접고, 원하지 않던 재수 종합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선택이 제 1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2. 한국사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마인드는 그 일에 사람을 집착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 같거든요. 재수를 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수능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던지.. 등의 이유로 재수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결과와 과정 모두 성에 차지 못해 재수를 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전 의지가 박약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9월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긴장이 풀어져서 공부를 안 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이걸 극복하려면 저 자신을 더 극한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어야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 방편으로서 저는 “한국사”를 응시하기로 했습니다. (이과생들의 경우에는 2과목에 해당하겠죠) 현역 때는 대학을 논술로 가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정시로 대학을 가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는 애초에 논외의 대상이었습니다. 또 서울대를 목표로 잡으려면 한국사와 제 2 외국어를 응시해야 할 텐데, 이 두 과목이 다른 과목에 지장을 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올해에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혹여나 수능을 잘 보게 되었는데, 한국사를 선택하지 않아서 서울대에 지원조차 하지 못한다면 선택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대해서 정말 많이 후회할 것 같았어요. 한국사를 선택하겠다는 말을 듣자 부모님께서도 만류하셨습니다. 동아시아사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무슨 한국사를 하겠다고 그러느냐. 아예 생판 처음인 한국사를 공부하기 보다는 기존의 동아시아사를 하는 게 더 맞지 않느냐… 등등. 그래도 결국에는 한국사를 선택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사를 선택해놓고도 깨작깨작 하다가 6평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 다른 과목을 고를 수도 있겠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는 초반에 한국사를 완전히 잡아놓으리라 다짐했습니다. 5월 달 까지 국어와 영어의 공부 비중을 줄이고 수학과 한국사 위주로 공부 계획을 짜는 겁니다. 재수하면서 약했던 과목을 먼저 잡는 게 정상인데, 제정신이 아닌 거죠. 그렇게 한국사를 잡아 놓으면 공부해놓은 게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가 없을 거고, 국어, 영어는 포기할 수 없는 과목이니 어찌 됐든 꾸역꾸역 공부를 해나가리라는 게 저의 계산이었습니다. 도박이었죠. 결과적으로 위의 예측은 맞았지만, 하나 빗나간 것이 있다면 한국사는 완전히 잡히지 못했습니다. 5월 대성 모의고사에서 딱 한 번 50점 맞고 6월까지 잡히지 않던 한국사는 7월에 가서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점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3. 재종 부적응자

 

  그럭저럭하는 사이 그 유명하다는 강남대성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유시험 전형으로 들어 온 입장에서 건방진 소리일 수 있겠지만, 학원에 들어오기 전에 가졌던 감정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강하던 인강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재수 종합반을 싫어하시는 분들 뿐이었습니다. 재수 종합반의 비효율성에 대해 틈이 날 때마다 비판하시고, 독학재수를 하는 것이 재수 성공의 길이라고 주장하셨던 분들이셨죠.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은 비단 선생님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2관이긴 했지만 먼저 선행반에서 공부를 하던 친구조차 학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강대의 아웃풋이 좋은 건 물론 인풋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강사진과 관리 덕택이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2관과 본관의 차이가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친구의 말이 본관의 상황을 완벽하게 대변하지는 못 하리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학원을 다닌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재종이 학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은 학교보다 높았습니다. 담임선생님 역시 학교 선생님에 비해 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았고요. 하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는 선생님 역시 많았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이었던 수학에 지나칠 정도로 많이 시간이 배분된 것 역시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자습 시간에 인강을 듣고, 수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는 그 내용을 자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혼자 밥 먹으려 하고, 애들은 별로 앉고 싶어 하지 않는 뒷자리를 고집하고, 수업시간에 보면 맨날 자습이나 하고 앉아있는 절보고 많은 애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할 거면 학원에 왜 다니냐, 차라리 독학재수 학원을 다녀라 등등..

  저 역시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안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때려치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죠. 그래도 결론은 “계속해서 다닌다.”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학습방법이 점진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기존에 듣던 인강 강사를 절대화시키는 경향이 강했었고, 이로 인해 다른 공부 방법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강사가 잘못 가르친 부분조차 그럴 수 있다며 넘길 정도였죠. 심지어는 수능을 망치고 나서도 그 강사의 강의를 고집했으니, 거의 종교심에 가까울 정도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재종 수업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국어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재종에서 반강제적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의 강의를 접하게 되었고, 저는 이러한 방식 역시 나름의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광신(狂信)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 거죠. 또 인강 강사와 학원 선생님의 수업을 같이 들으면 시너지가 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선생님은 흐름을 위주로 수업하시고, 또 다른 선생님이 세세한 부분까지 수업하시는 경우가 특히 그랬어요. 만약 강대를 나와 다른 독학재수학원에 간다면 이런 경험을 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강대를 나오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강대가 “관리”의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수능이 끝나고 독재를 할 생각이 들었을 때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제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자율적으로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조절하고, 하루 순공 10시간 씩 채우고… 그렇게 생활하는 게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대를 다니면서 느낀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그토록 주말 자습 나와라~ 나와라~ 잔소리를 해도 토요일에는 도저히 일찍 일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재종을 다니면서도 일주일에 이틀 기상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힘든데, 독학재수를 한다고 해서 일주일 내내 나 혼자 일찍 일어나고, 빡세게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가 들었습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건 충분히 고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공부에 더 집중을 하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강대를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생활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9~10월 즈음해서 재종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수험생활 막바지에 이르러서 공부하는 환경을 바꾸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생겼던 생활 패턴이 학원을 나간 다음에 완전히 망가질 위험이 있거든요. 차라리 학원을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 생각이 드는 즉시 나가는 게 맞습니다. 그 전까지 학원 시스템에 만족을 하다가 “개인 공부할 시간을 늘려야지!”하면서 학원을 끊지는 마세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학원에 나와서 수업 시간에 자습을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5. 모의고사

 

  11124. 비록 보정 등급이긴 하지만 강대에서 처음으로 치룬 3월 모의고사 성적이었습니다. 그 전 해 수능에 비하면 월등히 잘 보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성적을 맞고서 국영수로 반에서 9등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엔 정말 자신만만했었죠. 강대는 정말 공부 잘 하는 애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까보니 별 거 아니네ㅋㅋ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는 모의고사에서 이런 등수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 해에 처음으로 공부하게 된 한국사에 전념한 게 크겠죠. 5월 달까지 강민성 선생님 인강만 4번은 돌려봤으니까요. 수학이야 원래 잘했으니 등급이 유지되었다 치더라도 국어, 영어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사에 올인하면서 국어, 영어 성적이 떨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구멍이 나더군요. 현역 때도 국어가 4가 뜬 적은 수능 한 번 밖에 없었는데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성적표에 3, 4라는 등급이 나왔습니다.

  사실 이 정도 등급대가 계속 유지되면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게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게 일반적인 부모님이죠. 하지만 저희 부모님께서는 모의고사 성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작년에 겪었다는 거죠. 모의고사라는 게 아무리 잘 나와도 수능을 망치면 말짱 꽝이고, 모의고사를 못봐도 수능만 잘 나오면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가끔씩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흔들리는 저를 굳게 잡아주셨습니다. 9월 평가원에서까지 국어가 4가 뜨니 그 땐 한 소리하셨지만.

  학기 초만 하더라도 빌보드에 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빌보드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빌보드에 들 성적이 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죠. 하지만 지금 와서는 모의고사 성적이 썩 좋지 않았던 것에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잘 나온 모의고사에 취해서 방심하는 것보다는 시원하게 말고 끝까지 긴장하는 편이 낫거든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심하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월 대성모의고사에서 성적이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아마 올 1등급이든 사탐 하나 2등급이든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비록 빌보드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대성 등수 200등 대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성적이 정말 계단처럼 수직상승하는 걸 몸소 체험한 셈이죠. 그리고 이 기세를 타고 수능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6. 유연성

 

  매사에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전 후자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토록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몇 번 계획을 세워 공부하려고도 해봤는데, 계획을 짜는데 시간은 시간대로 다 쓰고,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을 세우다 보니 계획은 계획대로 또 못 지키고, 못 지켰던 계획을 다시 수정하는데 또 시간이 들고.. 악순환이더라고요. 결국엔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계획을 안 짰던 건 아닙니다. 머릿속으로 크게 계획을 세워놓고, 세부적인 일정은 그 때 그 때 맞춰서 조정해나가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1년을 두 부분으로 쪼개서 전반에는 한국사와 수학에 초점을 맞추고, 후반부에는 국어, 영어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기로 일단 생각을 해놓고, 재수 했을 때부터 지난주까지 공부한 걸 토대로 이번 주에는 어떤 부분을 공부할 지를 설정했어요.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계획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바꿔야 할 때는 바꿔야 합니다. 이번 주에 이러이러한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예상 외로 시간이 훨씬 더 걸리면 무리해서 이번 주에 끝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물론 가능하다면 이번 주에 다 해놓는 게 맞지만) 다음 주나 다다음 주까지도 염두해 두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면 빨리 끝내버리거나, 다른 부족한 부분을 같이 공부해나가면 되겠죠.

  비단 시간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면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친구의 추천을 받아 박광일 선생님의 “네가 일등급이 아닌 이유”와 “훈련도감”이라는 강의를 수강하려고 했고 이에 대한 계획도 어느 정도 짰었는데, 그 강의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방식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과감히 듣지 않기로 한 적도 있습니다. 이충권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걸 중단하고 이명학 선생님으로 갈아탄 적도 있고요. 어디까지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계획을 짜나가야지, 계획에 자기 자신을 맞추면 안 됩니다.

  모의고사도 계획에 변화를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재학생이든 재종을 다니든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의고사를 치죠. 여담입니다만 개인적으로 한 달에 두 번 이상 모의고사를 치는 건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진 않습니다. 괜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시험 치는데 허비하는 느낌이라서요. 최근에 메가스터디 모의고사와 관련해서 성적, 등급컷 얘기가 많이 오갔는데,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를 찾아내고,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를” 강구하는 겁니다. 교육청 및 사설 모의고사의 경우 평가원 코드에 맞지 않는 문제, 소위 더러운 문제가 몇몇 있죠. 그런 문제를 틀리는 건 사실 크게 신경을 쓸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틀린 문제가 수능에도 나올 법한 문제라면 왜 틀렸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계획에도 반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의고사를 대비한답시고 기존에 세워뒀던 일정을 모두 바꿔버리는 건 썩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모의고사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정확한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평가원 모의고사를 비롯해 모든 모의고사를 칠 때 모의고사에 “대비”하다시피 공부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대비하는 건 모의고사가 아니라 수능이죠. 모의고사가 있는 주에 사탐을 벼락치기해서 공부했던 게 예외라면 예외겠지만.. 그건 모의고사를 잘 보기 위해서 그렇게 공부했던 게 아니라, 평소에 국영수를 위주로 공부하느라 취약해진 사탐을 1달에 1번씩 주기적으로 공부하고자 모의고사를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이었습니다.


7. 원서 접수

 

  9월 모평 하루 전에 담임선생님과 원서 상담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내신이야 3학년 때 버려놔서 학종이나 교과를 쓸 수는 없고, 6개의 논술 원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죠. 최종적으로 나온 안은 고서성중경외 상경계열에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연대와 한양대가 빠졌죠. 한양대를 뺐던 이유는 지원해서 붙을 확률이 거의 없으니 빼자는 선생님의 의견이었고, 연대를 뺀 건 아직 지원할 실력이 안 된다는 저의 의견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외대를 빼고 연대를 집어넣자고,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가장 최근에 봤던 8월 모의고사에서 21212 정도의 성적을 거둔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성적이 상승세를 보이는 게 영향이 컸겠죠. 제가 한사코 거절하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EP!NOKI야… 혹시 서울대 때문에 그러는 거니?”

  사실이었습니다. 아직 서울대에 꿈은 가지고 있었거든요. 갈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여전히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 차마 그 말은 할 수 없더군요. 저보다 월등한 성적을 꾸준히 받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쪽팔려서 그걸 어떻게 말해요. 그저 아직 실력이 안 된다고 둘러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를 또 죽을 쒔습니다. 어제까지 연대를 쓰라고 하셨던 선생님은 이제 연대에 대해서 별말씀을 하지 않더군요. 9평을 보고 논술 선생님과 한 번 더 원서상담을 받았는데, 연대를 쓰지 않는 건 대단히 좋은 선택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나네요. 아무쪼록 그 후에 담임선생님과 상담했던 그대로 논술 원서를 넣었습니다.

 

8. 수능

 

  수능 전날에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사 파이널 교재 조금 훑고, 작년 수능 국어 한 번 더 풀어보고, 학원에서 나눠줬던 모의고사 중에 몇 개 풀고, 아껴두었던 빡모 한 세트 풀고, 아랍어 단어 깨작깨작 복습하는 정도로 끝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오르비에서 우연히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6776171&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EC%82%BC%EC%88%98%EB%A5%BC+%EA%B2%B0%EC%8B%AC

 

  그리고 수능 당일이 되었습니다. 신분증을 안 가지고 오질 않나, 감독하는 선생이 지우개를 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멘탈 깨지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 속에서 국어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화작에서부터 난관이더라고요. 글이 읽히지 않아 5번을 계속해서 읽은 지문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화작에서 예상외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뒤이어 문학을 풀고, 마지막으로 비문학을 풀었습니다. 비문학도 만만치 않아 마지막 과학 지문을 남겨놓고 5분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찌어찌 시간에 맞춰서 겨우 문제를 다 풀고 제출을 하긴 했는데, 그 때 들었던 생각이 2014년에 수능을 쳤던 그 때와 비슷했습니다. “망했다..” 다 풀긴 풀었지만 찍은 선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 때 저 글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망쳤다고 생각해도 결과는 까봐야 안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국어는 이미 지나갔으니 남은 시험이라도 최선을 다해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수학, 영어, 사탐, 아랍어를 응시했습니다. 수학이야 뭐 원래부터 잘 하는 과목이었으니 크게 부담이 있진 않았습니다. 여유롭게 풀었고요. 영어의 경우에는 듣기와 독해를 동시에 하는데, 원래 같았으면 듣기를 하면서 10 문제 이상을 풀어야 할텐데 은근히 글이 읽히지 않아서 속으로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풀었습니다. 어찌 됐건 다 풀긴 풀었죠. 한국사와 세계사의 경우에는 너무 쉽게 나와서 하나라도 틀리면 나가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철저하게 검토를 하려고 했고, 아랍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험시간이 끝날 때까지 문제지를 계속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채점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채점을 했는데, 차마 국어는 먼저 채점을 할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그래도 가장 잘 봤다고 생각했던 수학부터 먼저 채점을 했습니다.

 

수학 - 100점

영어 - 92점(실채점 결과 94점)

 

한숨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 물수능이었다고 떠들어대는데 92점이면 지난번처럼 3등급인가..??

 

그리고 대망의 국어

 

98점

 

  정말 미친 듯이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 실시간 등급컷을 확인해보니 영어도 그렇게 망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날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러 갔고, 사탐까지 마저 채점한 뒤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고 반 2등을 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서강대 경영 논술에 응시하지 않아도 될 성적이라는 말을 들었고, 간만에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고경제 논술도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연락을 받았고, 저는 지난 2 년간 가진 적이 없었던 휴식을 취했습니다.

 

※ 아랫부분은 부록에 해당합니다. 올 해 1월 달 즈음해서 한 회원분께 쪽지로 국어와 영어 상담을 해드렸던 내용을 수록했습니다. 수학 관련한 공부법은 추후에 기회가 있을 경우 따로 올릴 생각이에요. 긴 후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최인호 선생님과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는 그 본질에 있어서 상이합니다. 대략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최인호 선생님은 글을 "넓게" 보는 법을 가르치시며, 이원준 선생님은 글을 "섬세하게" 보는 법을 가르치십니다.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고 하니 설명이 더 쉬워질 것 같네요. 저는 이원준 선생님의 풀커리를 타지는 않았습니다. 7월 이후에 처음으로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문' 강좌를 1번 수강하고 수업 내용을 꾸준히 반복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낀 것은 언어의 '민감성'입니다. 물론 1+3원칙, 즉 이항대립의 원칙 및 3원칙 역시 도움이 되기는 하나, 그 외에도 개념 간의 관계에 대해서(포함관계, 상관관계 등), 또한 개념이 속하는 범주에 대해서(4범주) 배우면서 논리적인 감각을 터득하게 되었고, 이는 글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읽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원준 선생님이 과연 국어의 완전한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문학'에 있어서 이원준 선생님의 강좌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문학에서 선지를 판별할 때와 비문학에서 선지를 판별할 때의 엄밀성은 분명 달라야 합니다. 시와 소설에서 선지를 해석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버리면 비문학에는 분명 치명타가 됩니다. 이는 특히 최근과 같이 비문학이 괴랄하게 나오는 수능의 경향에 있어서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문학 기출을 보면, 확실하게 답이 되는 선지가 있으며, 분명히 답이 되지 않는 선지가 있습니다. 이원준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일종의 'skill'적인 측면을 가르치시는데 조금 취약한 면이 있으십니다. 또한, 이원준 선생님께서는 시나 소설 역시 비문학과 같은 텍스트이고, 비문학을 읽어 내려갈 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학은 엄연히 비문학에 비해서 상당히 '함축적'인 글입니다. 그리고 이를 분석하려면 의 도움은 필수적입니다. 시를 막바로 읽고 난 후에 를 읽기 보다는, 와 전반적인 선택지를 먼저 읽고 시를 읽는 것이 훨씬 수월하게 독해가 될 것입니다.

  요컨대, 이원준 선생님 스타일의 문제풀이는 분명히 치밀하나, 글의 거시적인 구조의 파악, 문제를 풀 때의 요령, 독해를 빠르게 하는 데에 있어서는 약간의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최인호 선생님의 강좌를 추천하는 겁니다. 그 분은 문제를 빠르게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많은 요령을 알려주시며, 글의 거시적인 구조를 파악하게 하시고, 이에 따라 어떠한 질문에 대한 정답이 지문에 어디 즈음에 위치했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최인호 선생님을 너무 맹신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 분은 거시적인 것만을 중시하시기 때문에 미시적인 독해에 있어서는 대충대충 넘어가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느낀 바로는 정말 가끔이지만 그 분은 정답을 알고있는 상태에서 풀이과정을 정답에 끼워 맞추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분이 그 분이 스스로 말씀하신 것과는 모순되는 말씀도 조금씩 하시고요. 어디까지나 최인호 선생님의 강의는 '참고하는 정도'에 그치시기를 바랍니다.

  국어에 있어서 인강 외에 또 하나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훈련"입니다. 의외라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 유명한 이찬희 선생님의 "마닳"을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올해에 들어서 서울대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한국사를 시작했기에 다른 과목에 크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영어 역시 저의 취약점 중 하나였기에 영어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수학은 고 2때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를 올해 몇 백 시간가량 공부하면서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설에서는 국어는 2~3에서 진동하다가 1이 가끔씩 나오는 정도였으나, 6월 평가원에서 국어가 4가, 9월 역시 4가 떴습니다. 정말로 절망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신청하고, 수업을 빠르게 훑고, 그 다음에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보통은 이 훈련을 "마닳"로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연합니다. 국어라는 과목은 평가원 문제와 교육청 문제, 사설 문제 간의 질 차이가 타 과목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마닳은 평가원 문제들의 모음이며, 이는 모든 문제풀이의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사 때문에 마닳에 손조차 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LEET기출입니다.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셨으면 아시다시피, LEET 역시 평가원에서 출제를 합니다. 그러나 그 난이도 면에 있어서는 수능 국어 비문학을 월등하게 뛰어넘죠. 제가 다녔던 재종반 선생님께서 LEET문제를 SET화 시켜서 총 10회 분량으로 나눠주셨는데, 10월 중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이 SET를 하루에 하나씩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11월 달에는 수능 기출을 그제서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수능 날에는 98점을 맞고, 백분위 99의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쓰다 보니 제 자랑을 하는 것만 하는 것 같네요ㅋㅋㅋ 아무튼 요지는 꼭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머리 속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했던 최인호 선생님과 이원준 선생님의 논리가 문제풀이를 시작하면서 견고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훈련의 교재는 기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강을 어느 정도 완강하고 나서는 기출을 푸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건들지 못했지만요. 그리고 수험생활의 중순에 이르게 되고 마닳을 전체적으로 봤다 싶은 타이밍에 LEET를 풀어주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기출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해설을 절대 보지 않는다"입니다. 문제 풀이에 있어서 해설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처음엔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나서는(틀린 문제에 답을 절대 체크하지 마세요) 모든 지문을 분석하고(최인호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구조와, 이원준 선생님의 이항대립을 활용합니다), 틀린 문제를 시간 제한 없이 다시 풀어봅니다. 그리고 "이것 외에는 답 될게 없다"는 생각이 될 때 틀린 문제를 다시 한 번 채점합니다. 그래도 틀렸거나, 처음 문제 풀 때 아리까리 했던 문제에 대해서 해설을 읽어봅니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해설을 볼 일도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물론 LEET의 경우에는 해설을 좀 보게 되긴 할 겁니다ㅋㅋ

 

 

  글을 어떤 식으로 써드려야 할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자 분께서 제시하셨듯이 어법, 구문, 독해로 나누어서 글을 써내려갈까 생각을 했는데, 글이 상당히 난잡해지더군요. 1시간 동안 썼던 내용 다 날리고 영어의 경우에는 선생님 별로 설명을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섰습니다. 특히 어법과 구문의 경우에는 서로 상통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강사별로 따로 수강하게 되면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또 얼마 쓰다가 또 날렸습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후반부로 갈수록 영어를 독학하다시피 했고, 영어 강의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제가 많이 들어 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제가 공부해왔던 방식과 더불어서 이런 걸 더 공부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에 관해서 말씀드리는게 저에게도 가장 쓰기 자연스러울 것 같고, 읽기도 훨씬 수월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 3시절 내내 영어는 2~3등급을 오락가락하는 수준이었고, 가끔씩 운이 좋으면 1등급을 맞는 과목이었어요. 그렇게 꾸준히 진동하다가 수능 날에는 3을 맞고, 이는 국어와 더불어서 저의 재수를 확실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영어가 잡히지 않았던 이유는 공부량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저는 고 3시절 이충권 선생님의 풀커리를 따라가다가 더 이상 못 따라갈 것 같아서 도중하차 한 케이스였거든요. 처음에는 독학재수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충권 선생님의 풀커리를 따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6월 달 즈음까지 그랬던 것 같네요. 하지만 처음으로 시작한 한국사 때문에(한국사에만 몇 백 시간은 쓴 것 같네요) 더 이상 이충권 선생님의 커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강의량이 많고 커리가 길다. 이충권 선생님의 결정적인 단점이에요. 물론 이충권 선생님의 강의 덕분에 정신적인 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고, 그 분의 구문·문법 강의는 가히 대한민국 모든 수험 영어를 모두 커버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충권 선생님이 노베이스를 상대로 강의를 한다고 하시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베이스들이 듣고서 따라가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지나치게 문법용어를 안 쓰시려는 나머지 설명이 너무 장황해지는 경향도 있습니다. 또한, 이충권 선생님 식의 구문 독해방식을 체화하려면 공부 시간의 많은 부분을 영어에만 할애해야 합니다. 그 분의 구문 강의의 모토는 영어를 모조리 한글로 "번역"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방식에는 문제점이 몇 가지 있죠. 우선,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일 때에 비해서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다 쳐도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문장들도 많이 있어요. 독해 부분에 있어서도 불만이 있었습니다(재작년 9월 평가원 빈칸 해설하실 때 오개념을 가르치신 적이 있었어요.)

  결국에는 이명학 선생님의 신택스를 수강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어렸을 때 어학원에 다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명학 선생님의 강의가 이충권 선생님의 강의에 얽매여있던 저를 해방시켜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약간 아쉬웠던 점은 지나치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읽는 데에 집중하셔서 이충권 선생님에 비해 주요 구문에 대해서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때문에 신택스 강의에서 본인이 해석을 잘못하신 적이 있었고, 강의를 편집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구문 자체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대해 소홀하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충권 선생님이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EBS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 이때부터 EBS를 보기 시작했어요. 아, 하나 당부하는 사실은 절대로 EBS의 문제를 풀지 말라는 거예요. EBS는 어디까지나 해석 연습의 교재로 삼아야지, 독해 및 문제풀이 연습의 교재로 삼으면 안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이명학 선생님의 EO공감 책을 샀습니다. 하지만 강의는 거의 듣지 않았어요. 들을 시간도 없었고, EBS를 공부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나 자신의" 독해력 향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이 구성된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EBS를 공부한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신택스를 어느 정도 체화하고 진행하세요!!)

 

1. 지문 전체를 한 번 쭉 훑는다.

2. 1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막히는 단어가 있으면 파란색 볼펜으로 표시를 합니다. 구문이 막혀서 해석이 안 되면 빨간색 으로 표시하구요. 약간 멈칫했지만 다시 한번 읽어서 이해가 될 부분은 샤프로 표시했습니다.

3. 표시했던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이 정 안 되는 구문의 경우에는 밑에 달린 한글 해석 및 인강을 활용하여 이해합니다.

4. 이젠 한 번에 매끄럽게 읽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본문 읽기를 반복합니다.

5. 4를 하는 도중이나 한 이후에, 내용이 복잡할 경우 여백을 활용해 본문 내용을 도식화해봅니다.(최인호 선생님의 구조, 이원준 선생님의 이항 대립적 요소 활용) 이 때, 부분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샤프로 밑줄 치고 옆에 물음표를 쳐놓거나, 글 전체의 논리가 이해가 안 된다면 그 지문 위에 별표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인강을 확인해봅니다.

6. 이 과정을 한 권의 책에서 다 끝낸 후에는 자신이 밑줄 친 부분 중심으로 빠르게 복습해나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EBS에 손을 댄 시기가 늦었기 때문에 6단계를 할 때 즈음에 수능 시험을 쳤습니다. 질문자 분의 경우에는 저보다 훨씬 빠르게 이 과정을 수행하겠죠. 좌우지간 여기까지가 제가 공부를 해온 과정입니다. 그럼 이제부턴 제가 더했으면 좋았으리라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글을 써볼게요.

 

1. 독해 강의의 수강

전 독해 강의를 거의 듣지 않았습니다. 수능 영어 쉽게 나온다~ 쉽게 나온다~라는 말에 현혹되어서 지문을 이해할 정도로만 공부를 진행했지, 이를 두고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서는 포커스를 맞추지 못했네요. 그 때문에 틀린 빈칸 문제는 지금의 저에게도 굉장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것만 맞아줬더라도 서울대 원서를 확실히 안정적으로 쓸텐데.. 아무쪼록 독해 강의를 꼭 수강해야 합니다.

 

2. 단어

정말 꾸준히 외워주어야 합니다. 사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공부가 단어 공부였습니다. 그랬기에 단어 공부를 할 시간에 다른 파트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구요.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영어는 단어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 평가원이 단어를 가지고 장난(?)(사실 필수 단어들이긴 하지만..)을 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렇다고 MD VOCA 22000 같은 책을 보라는 뜻은 아닙니다. 능률 VOCA 어원편, 워드 마스터와 같은 필수단어장들 중 하나를 기본서로 잡고 여러 번 반복해서 외워주시는 게 더 낫습니다. EBS 단어도 반드시 외워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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