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46번, 한국재무학회 결정에 분노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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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글을 올린 경위
채권전문가들이 언어 46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내용을 뉴스로 접했습니다. 제가 처음 본 뉴스들에는
그들이 46번 <보기> x축의 ‘금리’를 ‘채권금리(채권만기수익률)’로 생각한다는 점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당연히 ‘금리’를 ‘시중금리’로 전제하면서도 46번을 오류라고 주장한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그들을 반박하는 다음과 같은 글을 22일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과 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평가원은 46번에 대해 오류없음이라고 판정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실제 오류가 없기 때문입니다.
46번 문제가 오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리 변동없이 채권 가격만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에서 기술한 것처럼 주식수익률이 높아져서 자금의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해 채권가격이
내려갈 때 A곡선이 ⓒ곡선으로 평행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A 곡선상에서 우하향할 뿐이다.” 라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한마디로 ‘물의 어는 점은 0도가 아니다. 왜냐하면 실제 물들의 어는 온도를 측정하면 정확하게
0도가 되는 때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이 주장대로 현실의 물들은
그 안에 섞여 있는 불순물과 외부환경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정확하게 0도에서 얼지는 않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다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이상적 상황을 가정하고서 ‘물의 어는 점은 0도이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주장은 현실의 물과 정확히 일치할 때는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현실의 물에 대해 잘 해명해 주기 때문에
가치있는 과학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채권가격과 다른 요인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에서는 정확하게 0도에서 어는 물이 없듯이 현실에서는
금리 변동없이 채권가격이 변동하는 경우가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정된 상황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를 해명하는 것이 채권 가격 변동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46번의 지문 전체를 보면 2문단에서 5문단에 걸쳐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2문단에서는 금리가, 3문단에서는 만기가, 4문단에서는 지급불능 위험이 5문단에서는 다른 자산 시장의
상황이 채권 가격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해명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해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은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입니다. ‘다른 조건들이 같을 때 00이 변화하면 채권가격도 변화한다.
따라서 00은 채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라는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46번 문제에서의 ㉡역시 ㉡만을 떼어 놓고 생각해서는 안되고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즉 ‘다른 모든
조건은 같은 상황일 때 따라서 금리도 같은 상황일 때’를 전제하고 ㉡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면 ㉡의 변화에 따른
A의 변화는 ⓒ로의 평행 이동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론적으로 가정된 상황에서의 변화는 현실에서
그대로 발견할 수 없을 지 몰라도 현실의 채권 가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상을 보았을 때 46번 문제를 오류라고 보는 것은 잘못일 것입니다. >>
그런데 위 글을 올린 후 뉴스를 더 검색하다가 <이투데이>에서 그 채권전문가들이 ‘금리’를 채권수익률(채권금리)‘
로 착각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날(22일) 다음의 글을 교육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과 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 제목 : 언어 46번 오류 제기된 이유
46번 오류 가능성에 대해 처음 보도했다는 <이투데이> 기사를 보니까 46번 문제의 오류를 주장하는
채권운용 전문가는 "만약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외생적인 변수가 등장하게 돼 자금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면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인데 이를 다른 말로 채권의 수익률(금리)이
상승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전문가는 46번 그래프의 x축 금리를 ‘채권
금리(채권의 수익률)’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x축 금리를 ‘채권 금리’로 본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금리의 변동 없이 채권의 가격만 하락하는 상황은 없다"고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시문에서 금리는 채권 금리가 아니라 시중금리를 의미합니다. 2문단 마지막 문장에 명시적으로
‘시중금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3문단에 나온 ‘금리’도 시중금리로 보아야 내용이 이해됩니다. 이렇게
제시문에서 ‘금리’는 ‘시중금리’를 의미하므로 46번 <보기>의 그래프에서 x축도 시중금리가 아닌 시중금리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문제제기했다는 채권전문가들은 ‘채권금리’로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이런 점이 지적되면 채권전문가들이 허허 웃으며 ‘우리가 착각을 했군. 우리는 채권과 관련하여
‘금리’하면 우선 ‘채권 금리’를 떠올리는데 이 문제는 제시문을 읽어보니 그것이 아니군’하고 인정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재무학회가 소위원회 5인의 만장일치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논거를 찾아보니 제가 보기에 전혀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 25일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 제목 : 언어 46번 한국재무학회 의견이 판정에 미칠 영향
오늘 뉴스를 보니까 한국재무학회에서는 46번 문항이 문제 오류를 포함하고 있어 정답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의 최종 결정은 ‘오류없음’으로 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46번은 문제 자체로 보았을 때 오류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서 (그 이유는 전에 두 차례에 걸쳐 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한국재무학회의 의견은 다른 전문가들을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에 몇 분이 댓글을 달아 주었는데 이 댓글을 보면서 ‘한국재무학회’의 결정에 점점 분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댓글을 보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다른 교수 4명, 국내의 가장 명망있는 분들이 의견을 개진하셨는데 쉽게 무시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쓰신 분이 있고 또 다른 분의 댓글에도 이런 생각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이
‘한국재무학회’라는 전문가 집단에게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신뢰는 그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볼 때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제가 분노를 느낀 것은 과연 ‘한국재무학회’가 이 신뢰에 부응할 정도로 객관적이고 엄밀하게 46번에 대해서 판단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뉴스에 소개된 그들의 논거를 살펴 볼 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한국재무학회 주장에 대한 반박
한국재무학회에서 46번이 오류인 이유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항 보기의 금리를 기준금리로 해석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답이 존재할 수 있지만,
금리를 만기수익률(할인율)로 해석하면 정답은 없다"
위에서 제가 설명했듯이 제시문에 근거할 때 보기 x축의 ‘금리’는 ‘시중금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재무학회는
갑자기 ‘기준금리’로의 해석가능성을 들고 나왔군요. 이런 개념의 혼동부터 그들 논지가 ‘엄밀하지 못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기준금리란 그 국가의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직접 통제하는 금리이고 시중 금리는 주로 제1금융권
은행의 대출금리를 의미합니다.)
이 점은 어쨌든 그들이 말하고자 한 바는 ‘<보기>의 ‘금리’는 ‘기준금리’로 해석할 여지도 있고 ‘만기수익률(할인율)’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전자로 해석하면 답이 있지만 후자로 해석하면 답이 없다. 따라서 답이 없는 후자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을 때나 토론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자비의 원칙’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여러 개로 해석 가능할 때
그 입장을 가장 타당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해석을 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풀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답이 있는 쪽으로
문제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이야기이고 모든 시험에 공통된 기본 전제입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
집단 중 하나에서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에 위배되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 "언어영역은 배경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지문을 독해·추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어서 충분히 정답을 고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언어영역에서도 사실에 관한 오류는 있어서는 안된다".
도대체 46번 문제의 어디에 ‘사실에 대한 오류’가 있다는 말입니까. <보기> x축의 금리가 ‘만기수익률’을 의미한다면 ③번이
사실과 위배되겠지만 위에서 본 대로 이 금리는 ‘시중금리’로 해석해야 하고 그렇게 보았을 때 ③번은 전혀 사실과 위배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시문이나 <보기>에 사실과 위배되는 다른 어떤 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점만 보아도 ‘언어영역’ 시험의
본질을 따질 필요도 없이 (2)는 반박이 됩니다.
(3) "고등학생 대상 경제·증권경시대회 등을 통해 채권가격 결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점에서 (46번 문항은)
관련 지식이 더 많은 수험생에게 오히려 불리하다"
여기서 한국채권협회에서 관련지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채권 가격과 만기수익률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라는 지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이런 지식을 갖고 있는 학생이 과연 이 문제를 풀 때 불리할까요? 불리하려면 사전 지식을 가진 학생이 <보기>의
문제를 보았을 때 ‘금리’를 ‘만기수익률(채권금리)’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 상식을 가진
사람치고 ‘금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고 제시문만 읽어보아도 이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 지식을 가진
학생이라도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x축의 금리를 ‘만기수익률(채권금리)’로 해석해서 답을 찾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한국채권학회에서는 사전지식을 가진 학생은 x축의 금리를 ‘채권금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까요.
제 짐작으로 그것은 그들의 학문 분야에서는 ‘채권가격’과 ‘만기수익률(채권금리)’의 관계는 주로 거론되어서 익숙한 것인데 비해
46번 문제에서처럼 ‘채권 가격’과 ‘시중금리’의 관계를 따지는 것은 그렇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사전 지식을 가진 학생들도
그런 익숙한 형태로 그 지식을 배웠기 때문에 x축의 ‘금리’를 ‘만기수익률(채권금리)’로 해석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배운 형태 그대로만 ‘금리’라는 용어를 해석하는 학생이라면 주입된 그대로의 지식만을 알 뿐 이것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시킬 능력이 전혀 없는 학생입니다. 과연 이런 학생이 ‘사전지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하면 안되는 것일까요?
만약 수능이 그런 학생에게 불리하지 않는 시험이 되려면 수능은 주입식 교육에 가장 잘맞는 시험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능은
그런 시험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런 수능이어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3)역시 반박됩니다.
덧붙이다면 저는 한국채권학회가 46번에 대해 오류 판정을 내린 것에는 일종의 ‘불쾌감’도 깔려 있지 않나 의심해 봅니다. 자신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문제에서 자신들에게 낯익지 않은 형태로 지식이 표현되고 낯익지 않은 방식의 사고가 요구되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요. 이런 태도는 진리 탐구가 소명인 학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일 것입니다.
이상 논의했듯이 저는 46번이 오류라는 한국채권학회의 주장은 매우 허술해서 쉽게 반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집단으로
그들이 받는 신뢰의 크기에 비교할 때 그들의 이번 결정은 지적 엄밀성과 객관성 면에서 정말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일(29일)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46번 오류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판정을 내릴까요. 문제 자체로는 오류가 아니라도
오류로 판정될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원에서도 한국채권학회와 같은 오류에 빠지거나 한국채권학회라는 전문가
집단의 권위를 무시하지 못한다면 오류로 판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과정평가원이 내온 문제의 높은 수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적 엄밀함을 볼 때 결코 언어 46번을 오류라고 판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유호종 <유박사의 고난도비문학 기출104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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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내년 3월 9일 투표 잘합시다
저도 재무학회의 주장을 읽으면서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본문에 분명히 '시중 금리'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본문에 쓰인 금리라는 단어가 모두 시중금리를 지칭하는데.
뭣모르는 사람들은 재무학회의 주장을 신봉하면서 오류가 뭔지도 모르면서 복수정답 인정하라고 난리치구요.
오류없음으로 평가원이 발표할꺼라는 님의 근거가 대박웃김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원의 최종 결정은 ‘오류없음’으로 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46번은 문제 자체로 보았을 때 오류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서 (그 이유는 전에 두 차례에 걸쳐 이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한국재무학회의 의견은 다른 전문가들을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ㅋㅋ악 ㅋㅋ
위에 근거나와있어요..
출제오류가 있으면 평가원도 정정해야 겠죠....낼이면 알게되겠죠..
이거 그대로 복사해서 평가원에 올려주세요ㅋ
저도 재무학회에 빡처서 평가원에 글하나 올렸어요
아오
'자비의 원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경우의 수가 2개 발생해서 답이 하나뿐인 객관식 문제 특성상 문제오류 라고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자비의 원칙'에 따라 문제 푸는데 큰 지장이 없으므로 오류없음 처리할지요...
내일이면 결론이 나오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