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56편 - 북한 무인기 도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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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화끈한 떡밥을 뿌리게 되서 댓글창에서 쓴이를 욕하는 수많은 댓글 알림이 뜰까 걱정이네요 ^^;;)
오늘은 지난 2022년의 마지막을 화끈하게 장식하였던,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안그래도 세계적으로 시끌벅적했던 2022년의 대미를 장식한 사건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은 해당 사건을 보고, 특히 나무위키에서 잘 적힌 것처럼 피해 항목을 보고 상당히 큰 굴욕감과 분노를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수 많은 언론사에서는 이를 한국군의 경계 실패로 지적하였기 때문이죠. 싸구려 북한제 무인기한테, 온갖 첨단 레이더와 대공 무기를 가진 한국군이 이렇게나 쉽게 뚫리다니! 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최근에 알바를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태어나서 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매자의 입장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경험을 해보고나니까, 소비자가 아는 것과 판매자가 아는 것이 차이가 매우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정보의 비대칭이라고도 하죠.
저도 지금 일하는 알바에서, 원래 소비자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오해가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이건 왜 이렇게 비싼건지, 왜 이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사이가 이렇게나 험악한지, 정말 이 분야의 판매자들은 폭리를 취하나? 싶기도 했었습니다. 너무 궁금했던 저는 오히려 이런 것을 알고 싶어서 해당 분야의 알바로 일하게 되었고, 그 결과 판매자의 입장까지 알고 나서야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당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이 느끼기에는, 또한 언론이 발표한 것으로 보면 한국군은 무능하고 대체 어떻게 서울이 뚫리나 싶을 정도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다만 저는 단순히 표면적인 것 말고,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예시로 과거 배달의 민족에서 불거졌던 고기 무게에 대한 사례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정말 결말을 듣고 나면 너무나 간단하고 허무하지만, 저를 포함해서 누구나 처음 해당 사건을 인식했을 때는 누구나 판매자가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저도 자취하면서 1인분 배민 많이 시켜 먹습니다. 근데 뭐 고기 100g 추가 이런 항목이 정말 많잖아요, 그걸 시켰는데 실제 배달 온 고기는 40g에 불과했다 등의 인증글이 올라와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500g을 시켰는데 400g이 살짝 안되는 양이 왔네??
분명 고기 500g을 시켰는데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의외로 이번 이슈는 굉장히 빠르게 해결되었습니다. 저도 당시 어릴 때 해당 이슈를 접했었는데, 아니 당연히 고기 500g을 주문했으면 500g이 와야 하는거 아닌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해당 분야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등판하면서 빠르게 논란이 해소되었죠. 그 사건의 전후 맥락이 무었이었냐면....
저도 이런 배달 음식 자주 시켜 먹습니다 ^^
고기 무게는 '조리 전 무게'가 모든 기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생물을 조금이라도 배운 학생이라면 알죠. 고기에 지방이 있는데, 그거에 열을 가하면 지방이 녹아서 기름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고기, 특히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은 지방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열을 하면 심하면 반 정도로 줄어들어버립니다.
그런데 그걸 파는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조리 전 중량을 기준으로 고기를 삽니다. 우리도 정육점 가서 1kg 달라고 하지, 조리 후 1kg 될 양을 달라고 하지 않잖아요? 조리를 직접 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고기라는 것은 지방이 많고, 구우면 지방이 기름으로 꽤나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저 또한 해당 이슈에 꽤나 궁금했었는데 납득도 했고, 최근에도 배달의 민족에서 왜 고기 중량이 이렇게 적냐고 항의가 들어오면 사장님이 설명하는 경우도 꽤나 많이 보았습니다.
전 이런 일에 대해서 꽤 재밌었던 것이, 소비자는 모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판매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연하고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죠. 당장 고기 구워서 파는 입장이 된다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생각보다 고기를 굽기 전 후 중량이 차이가 많이 나네?? 아~ 기름으로 저 많은 무게가 빠지는구나~ 라는 것을요.
저처럼 소비자들은 잘 몰랐겠죠. 저도 판매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소비자/판매자 이렇게 구분이 가는 것이 많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매우 쉽게 아는 업계 이야기를, 소비자들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죠. 고기 중량 논란도 알고 나니까 굉장히 허무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런 사소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소비자들이 몰랐다가 뒤늦게 사기를 맞은 것으로 아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특히 매니악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일 수록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군사 작전이나 장비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과 실제 지휘하는 당사자들의 시각이나 입장 차이, 또 정보 차이가 굉장히 크게 납니다. 일반인이 무슨 전술이나 군사 과학기술, 레이더 탐지 수준 등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정말 저처럼 진성 밀덕후인 사람도 잘 모르는 비밀스러운 분야입니다. 기밀의 문제도 있고요.
한국군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대공 무기인 K30 비호
우선 현실적으로 한국과 북한을 가르는 DMZ의 길이가 어마무시합니다! 248km이죠. 이게 대충 서울에서 대구까지의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그 기다란 도로에다가, 대공 장비와 비호를 배치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마어마한 수의 대공 장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게다가 대공무기 뿐만 아니라 그걸 운용할 군인도 존재해야 하고, 그럼 막사나 식당 같은 부대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걸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정~~말 어릴때는 순진하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국가마다 모든 해안선과 국경선에 방벽 같은 것을 설치하고, 모든 지점에 군인이 상시 배치되어야 전쟁이 났을 때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연히 지금의 저나 다른 분들도 제 어릴 적 생각을 듣는다면 코웃음을 치겠죠. 마찬가지입니다. DMZ에서 드론 뿐만 아니라 새떼가 날라올 수 있고(특히 이번 북한제 드론은 워낙 싸구려에다가 크기가 작아서 레이더상에서는 이게 조그마한 새가 날라오는건지 뭔가 비행체가 날라오는건지 구분이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물론 절대로 제가 무조건 군을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수도 서울 영공이 뚫리고 드론 비행 금지 구역까지 내려온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DMZ를 기준으로 북한제의, 정말 싸구려에 동력도 약해서 무기도 달기 힘든 고무줄 비행기 느낌이 나는 비행체를 일일이 다 파악하고 격추시키기도 힘듭니다.
비행체도 어느정도 속도가 나야지 전투기가 출격해서 격추할 수 있는데, 한국군이 가진 비싼 고성능 전투기는 출격하는 것 자체로 비용이기도 하고, 드론의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쫓아다니기에도 힘듭니다. 때문에 좀 더 낮은 성능의 느린 경공격기나 헬기가 열심히 뛰어다녔죠.
그리고 실제로 한국군이 추적에 완전히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북한제 드론에 가까이 접근해서 조준을 하긴 했는데, 고작 카메라나 달고 있는 싸구려 드론을 쏘는데 문제는 그 잔해나 발사된 실탄이 땅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하면 민가에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재수없으면 아군 공격에 민간인 피해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드론이 떠서 전차를 잡네 뭐 전투기한테 요격당하네 하는 물건들은...
이렇게 작은 전투기만 합니다.... 이정도는 되야 내부에 무기도 싣고 장시간 비행도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190621/96095239/1
그 외에도 찾아보면 군대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군의 비유가, 망치로 어떻게 모기를 잡느냐라고 항변했죠. 저도 짧고 부족한 지식이지만, 단순히 언론에 노출되고 일반인 시선에서 이해가 안가는 문제라도 군대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게 발생하는 곳은 나름 억울하고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바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결코 군대가 잘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제 무인기, 특히 저렇게 크기도 일반 공격용 드론보다 훨씬 작고 무기도 탑재하지 못하면서 출력도 약한 소위 모기새끼를 무조건 다 잡아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앞서 고기 중량 문제나,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밀리터리 관련의 매니악한 분야이나 모두 겉보기에는 판매자가 사기를 친 것 같고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죠. 그러나 실상을 알고나면 오해가 풀리는 것도 있고, 나름 이해가 가는 것들도 많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전 강조하고 싶은 것이, 단지 한 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가 수국비 책을 쓴 것도 수험생의 입장이 아닌 출제자의 입장에 입각해서 집필하였고, 많은 학생들이 굉장히 유익한 도움이 되었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단지 이렇게 입장을 바꾸고 깊이 생각해본다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좀 더 본질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자들도 그렇게 똑똑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사려깊이 글을 쓰는 사람도 찾기가 힘듭니다. 너무 단순하게 신문 기사만 맹신하지 않고, 조금만 더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접근해보려는 시도를 할 수록 여러분이 본질에 쉽게 다가가고, 사고력이 발전하는 연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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