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재밌게 생각해보는 국어 법 지문 '14 6평 A형 입증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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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시글은 제가 과거 작성했던 '법학 지문 특강 2편 - 14 6평 A형 입증책임'
(https://orbi.kr/00028496296)과,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들은 '공학법제'를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여태 법 관련 국어 지문 중에서, 이 '입증책임'에 대한 지문이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문제의 수준과 지문의 길이 모두 결코 어렵지 않은 만만한 난이도의 친구였지만, 이 지문을 통해서 저는 수능 국어에서 말하는 '법'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이과 + 공대 테크를 탄 저에게 '법'은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세계사 선생님이 따로 대회를 위해서 법을 공부시킨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책으로요. 중학생 수준에서도 전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새 개정판이 나온 모양이네요)
어쩌면 이때 배운 '법'에 대한 지식이, 훗날 제가 수능 국어 지문을 풀고 연구할 때 법학 지문에 대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수험생 여러분에게 이 책을 사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서 수능 기출문제나 더 풀어보세요.
우리의 일반적인 상상(선입견?)과는 달리, '법'은 약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보통 세상이 둘로 나뉘잖아요? 갑과 을로. 이 세상에 완벽하게 동등한 관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무엇인가 차이가 날 수 있죠, 뭐 재산이라던지 신분(신분제 말고, 여러가지 종합적인 사회적 명망)이라던지, 하물며 체격이나 건강 상태라도 차이가 나겠죠.
당장 사람 2명을 데리고 와서 비교해도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날 수 있는데, 만약 기업과 사람 한명을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요? 저처럼 골방에서 글이나 몇자 쓰는 사람과, 세계 10대 IT기업에 들어가는 구글을 비교하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차이가 나겠습니까. 둘이 만약에 소송에 들어간다면?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구글이 보통 승소할 껍니다.
그런데, 세상이 계속 발전하고 특히 공학이 발전하면서 여러가지 딜레마가 생깁니다. 과거에는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도 그 내용물과 원리가 간단하고 특별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은 커녕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물건들이 만들어집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만드는 '반도체'의 경우, 무슨 레고 조립하듯이 뚝딱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닙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 대해서 엄청난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져서 만들고, 다음 단계로 보내주면 그 다음 단계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가공이나 방법을 첨가해서 제품을 완성시켜 나갑니다.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반도체 공정과 모든 반도체 지식을 알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거꾸로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전문가들은 각 분야에 특화될 수록 다른 분야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더 흔합니다. 딱 자기 분야에 대해서만 깊이알고, 다른 공정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들한테 맡깁니다.
(삼성 회장 이재용 씨라고 해서 자기 회사에 대한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이해하고 있을까요?)
제가 왜 굳이 반도체를 끌여들여서 이렇게까지 강조하냐면,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일반인(소비자)'에 비해 어마무시하게 강한 '갑'의 위치에 올라 섰습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등. 이런 초거대 기업들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지식, 자본에 비해 엄청난 양의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그 밑에 직원만 몇명이며,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들이나 박사, 교수들이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면서 '물건'에 대한 결함,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소비자가 뭔가 물건을 샀는데 망가졌어요,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원인을 밝혀내야 할까요?
앞서 말했듯이 과거에는 물건이란게 아주 단순하고 일반인도 조잡하게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장비를 갖춘 대기업도 함부로 못 만드는게 현대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입니다. 반도체, 컴퓨터, tv, 무슨 인공지능 뭐시기 등등. 여러분이 혼자 당장 책상에서 만들 수 있나요?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법원'에서는 '물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점점 소비자에게서 기업가(혹은 기업)에게 옮기게 됩니다. 과거에는 '당신(소비자)이 산 물건이니 당신 자유이고 당신 책임이지!' 했다면, 이제는 '당신(기업)이 만든 물건이니까 당신이 잘 알꺼고, 거기에 결함이 났으면 당신이 책임져야지!' 라고 말하는 겁니다.
제가 여기까지 설명한 것이, 이번 게시글의 제목이자 국어 지문 '입증책임'의 내용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갑이고, 소비자는 을입니다. 기업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물건의 결함에 대한 원인 규명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이는 곧 약자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는 불평등일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지문에서는 '입증책임'을 설명하면서, 을의 위치에 놓인 소비자보다는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추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절대로 오해하면 안됩니다. 제가 여기서 이렇게 말했다고 무조건 기업이 잘못한 놈들이고 기업의 책임인 것이 아닙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점점 기업에게 입증책임의 정도가 쏠린다는 것이죠. 왜? 현대 사회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게 되었으니까요.
놀랍게도 입증책임에 관한 국어 지문 1문단이, 제가 이번에 대학교에서 수강한 '공학법제'에서 '제조물의 결함과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라는 내용으로 똑같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참 신기하고 옛날 생각도 나서 오랫만에 이렇게 국어 지문을 읽어봅니다.
저는 비록 이과이고 공학도이지만, 법을 비롯하여 많은 문과 학문에 큰 재미를 가지고 있고, 그 덕에 남들보다 유리한 점도 생깁니다. 여러분도 이과나 문과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빨리 벗어나서(비록 수능에서는 명시적으로 이 경계를 없에긴 했지만) 더 넓고 재밌는 세계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봤는데, 문과는 우리의 과거에 대한 질문이고, 이과는 세상의 미래를 향한 걸음이 아닐까 싶네요. 전 두가지 모두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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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현재까지 56부가 팔렸고, 매출은 약 20만원을 살짝 넘어갑니다. 역시 새로운 전자책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까 묻히는 감이 있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https://docs.orbi.kr/docs/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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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비 토막연습
1편 - 13년 수능 이상기체 상태방정식, 14년 수능 A형 분광분석법 https://orbi.kr/00028261636
2편 - 16년 9월 A형 산패, 15년 B형 맹자의 의 사상 https://orbi.kr/00028277832
3편 - 16년 9평 B형 사색적 삶, 08년 9평 총체적 인식 https://orbi.kr/00028310551
4편 - 18년 9평 양자 컴퓨터 https://orbi.kr/00028619406
5편 - 15년 수능 B형 신채호 https://orbi.kr/00028709465
6편 - 19년 6평 최한기의 인체관 https://orbi.kr/00028726097
7편 - 13년 9평 B형 각운동량 보존 https://orbi.kr/00028727920
8편 - 17년 6평 인공신경망 https://orbi.kr/00028754733
9편 - 19 6평 사법 우선적용 https://orbi.kr/00028840897
수국비 서론
수국과학 0편 - https://orbi.kr/00024902587
수국과학 1편 - 17년 수능 보험지문 https://orbi.kr/00024908611
수국과학 2편 - 16년 9평 A형 소비자 정책 https://orbi.kr/00024918345
수국과학 3편 - 17년 9평 콘크리트 발전사 https://orbi.kr/00024926865
수국과학 4편 - 16년 9월 A형 해시 함수와 보안 https://orbi.kr/00024974585
수국과학 5편 - 11년 수능 부활절 지키기 https://orbi.kr/00025028419
실전특집) 6편 - 19년 수능 질량문제 https://orbi.kr/00025167180
실전특집) 7편 - 17수능 반추동물 생존 https://orbi.kr/00025178360
실전특집) 8편 - 17년 9평 칼로릭 논쟁 https://orbi.kr/00025194849
실적특집) 9편 - 17년 수능 콰인과 포퍼 https://orbi.kr/00025229117
실전특집) 10편 - 18년 수능 디지털 부호화 https://orbi.kr/00025277899
11편 - 2017 6평 음악의 아름다움 https://orbi.kr/00027301533
12편 - 2007 수능 대중매체 비판 https://orbi.kr/00027388414
13편 - 2011 9형 한계비용 https://orbi.kr/00027569221
14편 - 2017 6평 유비추론 https://orbi.kr/00027801923
15편 - 2013 6평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092044
수국비 비문학 총론
(초장문)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1편 - 여러분의 슬픈 자화상 https://orbi.kr/00028054862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2편 - 수능 국어란 무엇인가 https://orbi.kr/00028078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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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4편 - 의미구조와 형식구조 설명(상) https://orbi.kr/00028949557
수국과학 비문학 총론 5편 - 의미구조와 형식구조 설명(하) https://orbi.kr/00028951616
수국비 본론
1) 주장과 쟁점
1편 2017 6평 유비추리 동물실험 https://orbi.kr/00028683142
2편 2014 6평 A형 냉전의 기원 https://orbi.kr/00028727301
3편 2016 수능 B형 https://orbi.kr/00028792523
4편 2011 수능 예술의 소명 https://orbi.kr/00028793561
5편 2017 9평 칼로릭 논쟁 https://orbi.kr/00028833989
6편 2008 수능 하비의 피순환이론 https://orbi.kr/00028836028
7편 2014 6평 B형 반본질주의 https://orbi.kr/00028887440
8편 2015 6평 B형 시민사회 https://orbi.kr/00028892999
2) 목적과 방식
1편 2017 수능 반추동물생존 https://orbi.kr/00028793227
2편 2011 수능 부활절 지키기 https://orbi.kr/00028795674
3편 2007 수능 대중매체 비판 https://orbi.kr/00028843807
4편 2016 9평 A형 소비자 권익 정책 https://orbi.kr/00028845090
5편 2014 6평 B형 저작권 https://orbi.kr/00028859822
6편 2009 수능 음악의 아름다움 https://orbi.kr/00028882888
3) 문제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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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2015 6평 B형 광고규제 https://orbi.kr/0002877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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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2010 수능 기업결합 심사 https://orbi.kr/0002890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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